정부가 2022년까지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현재의 절반 이하로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작년 집계한 국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약 4190명으로 OECD 국가 평균보다 약 4배 높다. 1만 명당 OECD 평균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약 0.5명인데, 우리는 1.9명에 이르고 있다. 이웃 일본의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약 3900명 정도인데 우리보다 차량이 4배 많은 것을 고려하면 우리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과연 정부의 말대로 4년간 약 2000명 이상 사망자 수를 줄일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쉽지 않은 목표로 보인다. 우선 근본적인 대책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정부는 도심지 등에서 최고속도를 10Km 이상 줄이고 어린이 보호구역 준수, 고령자 운전 자격 강화, 운전면허 세분화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의미 있는 대책들이지만 좀 더 세밀한 알맹이가 빠진 부분이 많아 한계가 있는 만큼 목표 달성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예전에도 여러 번 이런 목표를 발표했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미미했다.

과연 선진국 수준으로 교통사고 발생 및 사망자 수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운전면허의 강화다. 8년 전부터 세계에서 가장 쉬운 운전면허 취득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국가가 바로 우리나라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민을 위한 간소화라는 명분으로 단 13시간 만에 취득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운전면허 제도를 구축했다.

이러다 보니 중국도 우리 정부에 공문을 요청할 정도로 심각성이 커지고 있고 국제 운전면허 사용이 가능한 국가에서도 우리의 운전면허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언급할 정도다. 일본이나 중국만 해도 교육시간이 기본적으로 50시간이 넘고 호주나 독일 등은 정식 면허까지 수년이 소요되며 비용도 많이 들어간다.

간소화를 명분으로 엉망으로 만들었으면 비용이라도 줄여야 하는데 비용은 이전과 다름없다. 지금의 제도로 인해 운전면허를 취득해도 실제 운전을 못하니 다시 도로주행을 위한 비용을 추가로 지불하는 만큼 의미가 없는 후진국 제도라고 할 수 있다.

한번 맛본 쉬운 시험을 다시 강화하려면 명분도 있어야 하지만, 운전면허 자체가 다른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만큼 우리가 항상 언급하는 규제완화와는 다른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

최근에도 각종 정책토론회에서 운전면허 제도 강화를 언급하고 있으나 주무부처인 경찰청은 아직 요지부동이다. 운전면허 제도를 확실하게 강화하지 않는다면, 교통사고는 절대 줄지 않고 더욱 심각한 대형사고가 발생 가능성이 크다.

교통사고

동시에 최근 사고가 급증하는 고령자 운전 사고도 대책이 필요하다. 고령자에 대한 적성검사 강화와 형식적인 검사 기준의 탈피, 일본과 같이 고령자 운전면허증 반납운동 등 다양한 대안이 요구된다. 한 가지 고민해야 할 사항은 고령자 일자리 창출 등과 상충될 수 있는 만큼 택시 고령자 운전 등 다양한 상충 문제를 현명하게 처리할 수 있는 고민도 함께 해야 한다.

두 번째는 규제 일변도의 제도 강화도 의미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운전자의 인식 제고를 위한 교육이 중요하다. 일본 등은 어릴 때부터 교통의 중요성을 교육이나 실제 사례를 통해 인지시키는 교육을 진행 중이다. 배려나 양보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시키고 여유 있는 운전과 에코드라이브 등 예방 차원의 교육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이렇게 성장한 성인이 운전면허를 취득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몸에 밴 양보와 배려 운전이 가능하고 교통법규 준수나 사고 없는 운전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기초 교통 교육 없이 성장하고, 말도 안 되는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길거리에 나오니 양보와 배려는커녕 보복운전과 난폭운전이 팽배하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의 3급 운전인 급출발, 급가속, 급정지도 지속적으로 교육한다면 분명히 여유 운전이 가능해질 것이다.

당장 효과는 아니어도 길게 보는 시각으로 정권이 바뀌어도 기조는 변하지 말고 5년, 10년을 시행한다면 분명히 효과는 배가되고 극대화될 것으로 확신한다.

세 번째로 도로 운전 방법의 강화다. 최근엔 법으로 정해진 차종에 맞는 차선을 달리는 차량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차량 운행 약속인 좌회전 추월은 언제부터인지 아예 없어지고 좌우 구분 없이 추월하고 있다. 1,2차로에 트럭 등이 습관적으로 운전하는 모습은 너무도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느린 대형 차종이 추월 차로로 운행하다보니 승용차 등은 추월을 아무 곳으로 하는 습관이 생기고 차선 변경으로 당연히 사고도 증가하고 심지어 대형사고도 종종 발생한다.

예전에는 고속도로를 주행하면서 주행로에 차량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추월로를 계속 달리면 멀리서 단속하던 교통경찰의 모습을 지금은 찾아볼 수 없다. 확실하게 차로에 따른 차종 운행을 준수해야 하고 아니면 강력한 단속을 통해 자연스럽게 교통법규 준수라는 기본 공식을 지킬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

네 번째는 도심지 등의 운행속도 감소다. 물론 무조건 감속하면 당연히 교통사고도 줄겠지만, 원활한 교통흐름을 감안해 교통소통과 사고 감소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도심지에서 약 10Km 감속은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생활도로의 속도를 시속 60Km에서 50Km로 줄이고 있는 부분은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속도를 줄였을 때 이동시간이 길어지는 것을 불편해하는 오해도 있지만 실제로 이동시간은 신호등 등 교통조건으로 도리어 이동시간이 줄어드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문제는 전혀 없다.

이러한 속도 줄이기는 골목길에서도 스쿨존과 같이 시속 30Km 미만이 아니라 영국 등과 같이 시속 20~25Km 정도로 낮춰 위험한 구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도 세워야 한다. 여기에 스쿨존에서의 더욱 강력한 규제와 안전시설은 물론이고 어린이와 고령자, 장애인 등 교통약자에 대한 확실한 안전대책도 중요하다.

다섯 번째로 서울 양재대로와 같이 자동차 전용도로의 기능을 상실한 곳은 하루속히 이를 해제하고 생활 도로로 편입해 속도를 낮추는 작업이 필요하다. 자동차 전용 도로로 지정돼 제한속도는 약 80Km에 이르면서 전용도로에 횡단보도와 신호등이 있는 앞뒤가 맞지 않는 자동차 전용도로가 많은 만큼 실태를 파악해 정상적인 생활 도로로 편입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여섯 번째로 사거리 등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 접촉사고 감소 방법이다. 보행자도 횡단보도를 급하게 달리고 운전자도 신호등이 깜빡이면 자동차 정지선에서 움직이면서 서서히 나가는 급한 운전으로 결국 보행자와 운전자가 부딪힌다. 더욱 철저하고 시스템화된 교통 인프라 시설과 운전자에 대한 반복적인 교육으로 횡단보도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이 밖에도 과속방지턱과 단속기의 정리 등 다양한 교통 인프라 시설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하지만, 우선적으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운전자 스스로의 자각과 양보, 배려 운전이 가능한 정신적인 인성 교육이 필요하다.

여기에 당근과 채찍이라는 양면적인 부분을 얼마나 적절히 섞는가도 중요한 방법이다. 특히 경찰청의 전향적이고 자신 있는 정책 시행과 국민 설득은 물론이고 중장기적이고 실질적인 정책으로 교통사고 사망자 수 과반 목표를 확실히 달성하기를 바란다.

김필수(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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