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기사, 40대의 두배로 급증
시민들 "길 잘모르고 급정거 반복", 업계 "노년기사가 더 조심성 많아"
정부, 버스기사가 받는 정밀검사 택시기사엔 적용하지 않아

장현숙(70·서울 서대문구)씨는 지난달 서울 종로의 병원에 가려고 홍제동에서 택시를 탔다가 중간에 내렸다. 70대 기사가 길을 수차례 헷갈리는 데다 급정거를 반복해 불안했다. 장씨는 "요즘엔 길을 모르는 나이 든 택시기사가 많은 것 같다"고 했다.

◇40대 기사 줄고 70대 기사 급증

서울에서 중년 택시기사가 사라지고 노년 기사가 늘고 있다. 2011년과 2018년 서울 택시기사 연령대 비중을 비교해보면, 7년 새 40대 기사와 70대 기사의 비중이 뒤집혔다. 40대 기사는 3분의 1 수준으로 줄고(전체 서울 택시기사의 18%→7.7%), 70대 운전자는 3배 정도 늘었다(4.4%→12.6%). 서울에서 택시를 잡으면 두 번에 한 번꼴로 60대 이상 택시기사의 차를 타게 된다. 전체 기사 중(8만1957명, 2월 기준) 중 65세 이상 택시기사는 32%(2만5954명)에 달한다. 전국 통계(25%)보다 월등히 높다.
 

노년 택시기사가 늘면서 엄격한 자격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신부 최모(31·양천구)씨는 카카오 택시를 부를 때 프로필 사진으로 노년 택시기사가 아닌지를 확인하고 탄다. 최씨는 "70대 택시기사 차를 탔다가 아이가 뛰쳐나오는 데도 바로 멈추질 못하는 모습에 놀랐던 적이 있다"고 했다.

노년 택시기사가 일으키는 사고 건수는 증가 추세다. 65세 이상 택시기사 사고는 2011년 2404건에서 2015년 4138건으로 두 배가량 늘었다. 이에 대해 택시업계에서는 "노년 택시기사가 늘면서 비례해 사고 건수도 늘어난 것"이라며 "오히려 노년 택시기사들이 젊은 기사들보다 조심성이 많고 운전에 능숙하다"고 했다.

노년 기사의 비중이 늘면서 새벽 시간에 영업하는 택시가 줄어 불편하다는 시민도 많다. 지난해 심야 시간대(자정~오전 4시) 택시 운행률은 29%로 낮시간(오후 4~5시·53%)보다 크게 낮았다.

◇정부, 자격 유지 강화에 소극적
 

정부는 노년 택시기사 관리에 소극적이다. 10일 국토교통부는 '택시 자격유지검사의 의료기관 적성검사 대체방안 연구' 긴급 입찰공고를 냈다고 밝혔다. 내년 1월 시행 예정이었던 노년 택시기사 운전 적성 정밀 자격 유지 검사를 적성 검사로 대체하는 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적성 검사는 의료기관에서 건강검진 일부 항목을 추가하는 식으로 한다.

버스기사는 65세 이상일 경우 2016년부터 3년(70세 이상은 매년)마다 '운전 적성 정밀 자격 유지 검사'를 받고 있다. 1시간 30분 동안 시각·주의력·판단력·기억력 등 7개 항목을 평가한다. 검사 탈락률은 1.5∼2%로 높은 편이다. 그러나 고령 버스기사 수의 7~8배에 달하는 노년 택시기사에 대해서는 이런 까다로운 검사를 실시하지 않겠다고 한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의 한 연구원은 "택시협회에서 반발이 워낙 심해 국토부가 한 발 물러난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노년 택시기사 자격 관리는 국토부가 할 일"이라고 선을 긋는다. 요금을 인상해 택시기사 수입을 늘리면 자연스레 젊은 층 유입이 늘어나고 연령대가 다양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시는 올 하반기 택시 요금을 15~25% 올릴 계획이다.

김광식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전 대한교통학회 회장)는 "택시업종이 노인 비중이 큰 일자리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택시 요금을 올린다고 젊은 층 유입이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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