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율주행차 산업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은 어느 정도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 멀었다.

지난 13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페럼타워에서 열린 자동차 기술 및 정책개발 로드맵 발표회에선 국내의 자동차공학 학자들이 미래 자동차 기술에 대한 전망을 진단했다.

이날 자율주행차 관련 발제를 맡은 허건수 한양대학교 미래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10년 전부터 해오고 있던 자율주행차 시연에만 관심이 많다”며 “지금은 관련 부품 개발 등 연구 개발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라고 지적했다.

자율주행 기술 연구는 미국과 유럽, 일본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는 추세지만, 국내 자율주행 기술 연구는 미진하다는 게 허 교수의 주장이다. 레벨2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은 현대모비스, 만도, LG 등이 보유하고 있지만, 레벨3 자율주행 기술은 국내에서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라이다, 고정밀지도 등 자율주행차에 들어가는 핵심 기술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비즈니스 모델로 성장하는 산업”이라며, “전문가들은 당초 2020년 경 자율주행차 센서 시장 규모가 2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 시장은 이미 지난 해 20조원 규모를 넘어섰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 제도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규제 샌드박스는 일정 기간 동안 기존의 규제를 유예 혹은 면제시켜주는 제도로, 국토부는 이를 통해 오는 2020년엔 자율주행차 판매를 허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방침이다.

허 교수는 “현재 자율주행과 관련된 제대로 된 규제도 마련되어 있지 않거니와, 정부도 이에 대해선 잘 모를 것”이라며 “이 규제를 어떻게 풀지에 대해 아직은 애매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고정밀지도의 해외 반출 문제의 경우, 관련 데이터 축적 및 국가간 개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고정밀 지도는 차선, 도로의 굽은 정도 까지 세밀하게 구사된 지도로, 국내에선 국가 안보를 이유로 해외 반출 가능성에 대해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그는 “우리가 미국에 자율주행차를 팔려면 우리도 미국의 고정밀지도가 필요하다”며 “이에 대해 국가간의 MOU를 체결하고 국가안보에 문제가 될 수 있는 군사지역에선 자율주행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 등의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캐딜락 등 일부 수입차 브랜드는 국내 고정밀지도의 해외 반출을 이유로 레벨3 자율주행 기능을 국내에서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

데일리카 박홍준 기자 hjpark@dailycar.co.kr

홈으로 이동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