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6년에 등장한 최초의 내연기관 자동차를 기준으로 하는 구분에 의하면, 자동차의 역사는 올해로 132년이 된다. 인류의 문명의 역사를 대체로 5000 년 정도로 가정하면 인류 역사에서 자동차가 가진 시간의 비중은 고작해야 38분의 1도 되지 않는다.

백분율로 따지면 2.64% 이하인 셈이다. 그렇지만 자동차의 등장으로 나타난 변화가 매우 크다는 것에 이견을 가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인류 최초의 자동차는 카를 벤츠에 의해 1886년에 제작되었고, 그런 사실을 바탕으로 오늘날의 벤츠는 가장 긴 역사와 전통을 가진 고급승용차 브랜드이다.

그러한 역사성과 아울러 벤츠에서 내놓는 신형 모델들은 당대의 기술적 전형(典型)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그리고 벤츠의 차체 디자인 역시 당대의 ‘유행’을 좌우하는 선도자의 역할을 해온 것 역시 사실이다.

벤츠는 1930년대 차량들에서부터 안락성과 기술적 우월성을 벤츠 브랜드 고유의 명확한 특징으로 나타내기 시작했는데, 이미 그 시기부터 벤츠가 처음 개발해서 사용하기 시작했던 벌집 구조의 수냉식 라디에이터 냉각장치를 상징하는 디자인으로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이 주요한 차체 디자인의 요소로 자리잡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후 벤츠는 특유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원형 세 꼭지 별 후드 배지로 대표되는 디자인을 세대를 거듭하며 전형적 디자인으로 정착시켜 나간다. 그리고 1980년대 초에 등장한 W124 모델에서 오늘날 벤츠 이미지의 토대가 된 전형적 차체 디자인의 기틀을 마련하게 된다.

이 디자인은 장식이 배제된 기능적 조형을 바탕으로 한 디자인으로, 차가움의 미학(cool elegance)라고도 표현되는 근대 독일의 디자인 혁신을 주도한 바우하우스(Bauhaus)의 기능주의를 현전시킨 것과도 같은 혁신적 이미지를 제시한 모델로 평가된다.

이후 벤츠는 각 차종 별로 구분되는 디자인 특징보다는 브랜드 중심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면서 전반적으로 디자인의 유사성을 세대 별로 공유하는 이른바 수평적 일관성 (horizontal coherence) 개념에 의한 디자인 특징을 견지해오고 있다.

그러한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차종의 세대가 진전되면서 조형성이 변화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수석 디자이너의 성향에 의한 조형성 변화가 나타나는 서유럽 자동차 메이커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세대 별로 명확한 디자인 특징 변화를 나타내게 됨에 따라 특정 세대에서는 디자인의 완성도나 지향점이 현저하게 다른 경우를 만나게 되기도 한다. 특히 벤츠 브랜드의 플래그 십 모델 S클래스의 디자인 변화를 통해 그들의 조형 감각의 변화를 볼 수 있다.

오늘날의 벤츠를 대표하는 기하학적인 선과 면에 의한 논리적이고 단단한 이미지의 차체 조형은 1980년대 초에 등장한 W124 모델 이후에 견지되어 온 특징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디자인 감성은 1990년대 후반에 등장한 타원형 헤드램프를 가진 E 클래스(W210) 이후 우아한 감성으로 변화되기 시작한다.

이러한 우아함으로의 선회는 플래그십 세단 S 클래스에서도 목도된다. 1998년형 W220모델은 곡선화됐으나 여전히 육중한 조형에 의한 중량감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세대가 바뀌면서 W221에서는 뒤쪽으로 갈수록 높아지는 곡선형 캐릭터 라인과 부풀려진 휠 아치 디자인으로 고전적이면서도 우아한 감성을 추구하기 시작한다.

다시 세대가 바뀌어 등장한 현재의 W222모델서는 오히려 뒤쪽으로 갈수록 낮아지는, 이른바 드로핑 라인(dropping line)에 의한 고전적인 우아함을 강조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특징을 가진 드로핑 라인은 S클래스 등장 이후 C클래스와 E 클래스 등으로 확대되어 쓰이고 있다.

그런데 사실상 드로핑 라인뿐만 아니라 전면부의 인상과 측면 윈도 그래픽, 그리고 테일 램프의 디자인 등이 수평적 일관성을 이루며 거의 동일하게 S, E, C 클래스 등에 적용되고 있다.

전면부에서 각 클래스의 이미지의 구분은 헤드램프에 들어가 있는 주간주행등의 광선 튜브 개수로 가능하다. 즉 S 클래스에는 세 줄의 튜브가, E 클래스에는 두 줄, 그리고 C 클래스에는 한 줄의 튜브가 들어가 있는 것이 그것이다.

사실상 이것은 각 차종 별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강조하기보다는 전체적인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중시하는 럭셔리 브랜드로서의 전략이다.

종합적으로 본다면, 최근의 벤츠의 디자인은 2009년 전후부터 등장했던 다소 경직된 조형에서 벗어나, 보다 유연하면서 볼륨을 가진 우아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능 중심의 논리적 조형이 주류를 이루던 독일의 디자인에서도 보다 감성지향적인 조형으로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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