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후 4시 20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도산공원 사거리.

‘수입차의 메카’로 불리는 이곳은 메르세데스-벤츠, BMW, 마세라티, 볼보, 인피니티, 재규어랜드로버 등 다수의 수입차 브랜드 전시장들이 포진해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작년 수입차 시장은 총 23만3088대 규모를 기록했으며, 올해는 아우디폭스바겐의 판매 재개에 따라 작년 대비 약 9%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수입차 시장은 장밋빛 전망이 팽배하다. 그러나 현장에서 만난 일선 영업사원들의 표정은 한 마디로 ‘잿빛’ 이었다.

■ “1억짜리 차 팔고 쥐어진 수당은 5만원 남짓”..울분

“1억짜리 7시리즈를 팔고 나서도 손에 쥐어진 수당은 5만원 남짓이에요.”

BMW의 한 딜러사에 근무하고 있는 영업사원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울분을 토했다. 이 영업사원은 고객의 과도한 할인과 서비스 요구로 자신이 정당하게 지급받아야 할 수당까지 위협받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과도한 할인 경쟁으로 대다수의 영업사원들은 마이너스 통장을 쓰고 있을 정도로 생계가 쉽지 않다”며 “아무 것도 남기지 않고 사실상 봉사활동을 하는데, 향후 고객 케어를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지난 해 BMW에서 벤츠의 한 딜러사로 이직한 또 다른 영업사원은 황당한 일을 겪었다. 고객과의 상담을 위해 찾은 약속장소에 경쟁 딜러사의 영업사원 한 명이 더 있었던 것이다.

이 영업사원은 “상대 측 영업사원이 제시한 조건이 과도한 탓에 계약을 하지 못했지만 그 영업사원 또한 손해가 막심했을 것”이라며 “잠깐이었지만 판돈을 걸고 싸우는 투견장을 연상케 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 선출고 꼼수도 팽배..“많이 팔아야 물량 배정 우선권”

금융사와 인증중고차 등 부가적인 사업을 진행 중인 딜러사들의 경우 전시장 실적을 이유로 영업사원들에게 선출고를 강요했단 주장도 들을 수 있었다.

선출고는 계약 후 차량을 출고하는 방식이 아닌 영업사원 등 제 3자의 명의로 차량을 우선 출고 받는 형태로, 이는 딜러사 및 수입차 업체들의 할부⋅리스상품 판매 목적 및 전시장 별 월간 실적에 악용됐다.

딜러사 및 수입차 업체들이 운영하고 있는 금융사들은 대부분 3금융권에 해당한다. 시중 은행권 대비 평균적인 이자율이 높은 편에 속한다. 이용률이 낮을 수 밖에 없는 이유로 지목되지만, 영업사원들은 금융사 및 자신의 실적을 우려해 울며 겨자먹기로 이 상품을 쓴다는 입장이다.

자체 금융사 인증중고차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딜러사의 한 영업사원은 “3금융권에 속하는 만큼 고객 기피도가 높지만 실적을 위해 고객에게 사용을 권하는 편”이라며 “지점 별 금융상품 이용 실적 탓에 윗선에서 소위 ‘밀어내기’를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금융상품 이용 빈도와 판매 실적에 따라 지점의 차량 배정에 우선권이 있기 때문”이라며 “더 많은 판매와 신속한 고객 인도를 위해 출혈을 감내해야 하는 아이러니”라고 덧붙였다.

확인 결과 실제로 이 영업사원은 자신의 명의로 금융리스를 이용해 차량을 계약하고 1년 후 해당 차량을 딜러사의 인증중고차 사업부에 매각했다.

■ 수익 보전 방법 없나

수입차 업체들이 사상 최고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음에도 영업사원들의 생계가 나아지지 않는 건 수입차의 마진 구조 탓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는 제조사의 국내 법인이 사실상 ‘도매상’의 성격을 지니기 때문이다.

수입 원가를 제외한 수입차의 가격에는 본사 및 딜러사의 마진, A/S 비용 등이 포함돼있다.업계 관계자들은 프로모션이 시행될 경우 딜러사의 마진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다.

한편, 수입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본사들이 영업사원의 출혈 경쟁을 방관하는 건 본사가 전혀 손해를 보지 않는 수익 구조 때문”이라며 “영업사원이 당연히 챙겨야 하는 수당까지 쥐어짜이는데 영업사원들은 고객 케어를 할 의지도 없어지는 게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와 함께 “결국 이러한 시장 혼란으로 야기되는 피해는 언젠가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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