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3일 오후 12시 10분 서울역. 영하 2도 수준을 보이는 날씨였지만 바람이 매섭게 불었던 탓에 체감온도는 이 보다 낮았던 날. 쉐보레의 순수 전기차 볼트 EV를 시승하기로 했다.

시승 차량을 수령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던 상황. 사무실에서 100% 완충하고 나온 업무용 아이폰 배터리는 60% 수준으로 뚝 떨어져 있었다. 음악만 들으며 왔을 뿐인데 말이다.

휴대폰 배터리도 효율이 떨어지는 혹한의 조건. 전기차 배터리의 효율은 어느 정도의 수준을 보일지 문득 궁금해졌다.

■ 난방장치 가동으로 더 떨어진 배터리 효율

볼트 EV의 주행 가능거리는 383km. 배터리가 완전히 충전된 상황이었지만 주행 가능거리는 322km, 최대 주행가능거리는 380km에 지나지 않았다.

작년 4월 볼트 EV를 시승했을 당시 같은 상황의 주행가능거리가 396km, 최대 주행가능거리가 467km를 보였던 것과는 대조된다. 확실히 날씨가 추우니 배터리의 효율이 떨어진 것이다.

추웠던 날씨 탓에 열선 시트와 열선 스티어링 휠을 작동시키고, 오토 모드를 지원하는 히팅 시스템을 24도로 설정했다.

내연기관 차량이라면 연료 소모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을 세팅이지만, 엔진의 열을 이용할 수 없는 볼트 EV는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를 통해 차량 내의 온도를 끌어올리는데에 안간힘인 모습이었다.

설정된 상황에서의 전력 소모는 6kW, 난방 장치를 가동하지 않은 대기 상태의 전력 소모량은 0~1kW 수준이지만, 난방을 위해 전력 소모가 많은 편이었다. 다만 일정 수준의 온도가 충족될 경우 전력 소모량은 3~4kW 수준까지 떨어진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난로나 냉장고의 전력 소모량이 평균 2~3kW 수준인 걸 감안한다면, 결코 적은 수준은 아닌 셈이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에 탑재되는 편의사양들의 전력 소모 효율에도 신경써야 하는 이유다.

■ ‘리젠’ 버튼 활용 극대화, 배터리 효율성 끌어 올리는데에 도움

주행 구간은 서울역을 출발해 숭례문, 세종대로를 거쳐 청와대 앞과 자하문고개를 지나 홍은동으로 향하는 약 10km 정도의 코스.

점심시간이 한창일 시간인 탓에 교통 혼잡도가 높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혼잡도는 낮은 수준이었다. 덕분에 가다 서다 하는 반복된 상황이 아닌, 규정속도 내에서의 원활한 주행이 가능했던 상황.

액셀러레이터를 떼는 상황에서는 회생제동이 작동하는 원 페달 드라이빙(기어노브의 L) 대신 일반 주행모드를 선택하고 운전에 임했다.

가속 페달을 떼는 상황에서 회생제동이 걸리지 않는 상황인 만큼 배터리 효율은 떨어질 수 있지만, 수동 조작으로 회생제동을 개입시킬 수 있는 ‘리젠’ 버튼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스티어링 휠 9시 방향 뒤에 위치한 리젠 버튼은 꾹 누르고 있는 것 만으로 감속과 회생제동 작동이 가능한데, 때문에 조작이 익숙해 진다면 브레이크 페달을 별도로 밟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편리하다.

사무실 앞 까지의 주행거리는 10.2km. 평균 연비는 100km당 19.8kWh로 기록됐다. 볼트 EV의 복합 연비가 1kWh당 5.5km인 것을 감안한다면 이는 1kWh당 5.05km를 주행한 셈이다.

최초 주행가능거리가 322km였다는 점, 충전소에 도착했을 때 310km의 주행가능거리를 보였다는 점에서도 리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결과가 입증됐다. 2km 정도의 오차가 있지만, 난방 장치를 모두 작동시켰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배터리 효율이 최적화 되는 날씨엔 실 주행거리는 이보다 높을 것으로 추측된다.

■ 급속 충전기 사용은 편리하지만..결제 시스템 확대는 과제

“네, 어떻게 오셨죠?”

다음 날 충전을 위해 찾은 공영주차장 입구의 관리실 직원이 뜬금없는 질문을 던진다. 주차장을 오는 목적이 따로 있는가 싶어 되물었더니, 충전을 위해 출입하는 전기차를 일일이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처음 보는 전기차인 듯 싶은 직원의 반응에 쉐보레가 판매중인 전기차라는 설명을 드렸더니 뒤늦게 이해하는 모습이다. 하루 1~2대 정도의 전기차가 방문하는데, 이곳을 찾은 전기차는 늘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뿐이었단다.

직원과의 대화를 뒤로 하고 충전소로 차량을 옮겼다. 충전소 앞은 전기차 전용 구역임을 표시하는 연두색 도색과 팻말이 자리 잡고 있다. 전기차 외엔 주차를 금지한다는 뜻이다.

환경부가 설치한 급속충전기는 DC 차데모, DC 콤보, AC 3상 등 총 3가지 규격의 충전을 지원한다. 볼트 EV는 BMW i3와 같은 DC콤보 방식.

기본적인 충전기 사용은 셀프 주유소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 유종을 선택하듯 전기차에 맞는 충전 커넥터를 설정한 뒤, 충전할 만큼의 양을 설정하면 봉인된 커넥터 보관함이 툭 하고 열린다.

충전기는 전용 충전 카드와 신용카드 등 총 2가지 방식의 결제를 지원한다. 신용카드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은 카셰어링 혹은 렌터카를 이용하는 이용자들을 위한 배려인 듯 하다.

다만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방식은 다소 구형의 것이라는 점이 아쉽다. 회원카드는 접촉형 방식을 채택했으면서, 신용카드 결제는 삽입형을 취하고 있다. 삼성페이나 LG페이 등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기란 불가능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삼성페이를 작동시켜봤지만, 자기장 신호가 닿지 않는 탓에 사용은 당연히 불가능했다. 바코드 리더도 없기 때문에 은행권에서 발급하고 있는 앱카드 사용도 당연히 불가능하다. 실물 카드 사용이 점차 줄어드는 상황에 이런 부분에 있어선 개선이 시급해 보였다.

테슬라의 급속 충전 시설을 이용하다보면 주차비가 더 나온다는데, 공영주차장의 급속 충전기를 이용할 수 있는 볼트 EV는 그럴 걱정이 없어 보였다.

각 구청마다 운영 정책에 차이가 있지만, 충전을 진행한 서대문구 공영주차장의 경우 충전 시간을 배려한 전기차의 경우 1시간 무료 주차 혜택을 부여했다. 이후 부과되는 요금은 50% 할인. 충전을 마치고 주차장을 빠져 나올 때 낸 금액은 단 200원에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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