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하늘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수년간 이어지는 오염된 공기, 미세먼지 등으로 우리나라 전국이 뿌옇게 변해 버렸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이어지는 이 같은 미세먼지 발생은 화력발전소를 비롯해 중국의 오염된 공기가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여기에 디젤차의 배출가스도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자동차 전문 뉴스 채널 데일리카는 지난 12일 한국자동차환경협회에서 이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는 안문수 한국자동차환경협회 회장과 강광규 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본부장, 임기상 자동차10년타기시민연합 대표 등 3명을 만나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

이들 자동차 환경 전문가들은 국내 미세먼지 해소를 위한 대책으로 매연저감장치(DPF) 장착 확대, 디젤차 생산 중단, 수소차 등 친환경차 생산 등 다양한 해결책을 내놨다.

▲ 경유차는 미세먼지의 오염원 중 하나로 분석되고 있다. 어느 정도 심각한 수준인가.

안문수 회장 : 2013년에 발표된 공식 자료에는 미세먼지의 오염원으로 경유차가 29%, 건설기계가 22%를 배출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경유차에서 사실상 50% 이상의 미세먼지가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화력발전소나 공사장, 자동차 타이어, 분진 등 다양한 배출 오염원이 있지만 매연 저감을 위해서는 경유차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특히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세계보건기구(WTO)가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것 만으로도 설명은 충분하다고 본다.

강광규 박사 : 인체 유해성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하자면 알갱이의 크기에 따라 분류되는 미세먼지는 코점막이나 폐 등에서 어느 정도 걸러지는 건 사실이다. 다만, 극미세, 초미세 먼지는 세포 끝까지 가서 축적돼 각종 암의 원인이 된다.

안문수 회장 : 초미세먼지가 뇌 질환 암이나 치매의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가 더 심각한 이유는 인간의 일상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도로에는 수 많은 자동차와 사람들이 뒤섞여 이동을 하고 있다.

▲ 경유차 중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 노후 경유차의 실태는?

임기상 대표 : 우리나라는 지금 자동차 2300만대 시대를 맞고 있다다. 이 가운데 42%인 900만대가 경유차고 31%인 286만대가 2006년 이전에 생산된 노후 경유차다. 노후 경유차 상당수는 검댕이 같은 매연을 포집하거나 이를 재연소하는 장치 없이 불완전 연소 과정에서 나온 오염 물질을 그대로 배출하며 운행되고 있다.

정부가 이런 노후 경유차에 90%의 비용을 지원해 매연저감장치(DPF)를 장착하고, 최대 165만원의 조기 폐차 지원금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2004년 이후 지금까지 저감 사업에 참여한 노후 경유차는 100만대 수준에 불과하다.

안문수 회장 : 저감 장치를 부착 또는 조기 폐차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관리다. 저감 장치를 부착하면 평균 90% 이상 미세먼지를 걸러 주지만, 정기적으로 필터를 청소하는 클리닝을 해주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클리닝 비용 역시 전액 무상이지만 대부분은 그냥 운행되고 있다는 점도 개선되어야 한다.

▲ 막대한 예산을 들이는데도 미세먼지 저감 정책이 뚜렷하게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강광규 박사 : DPF를 장착한 노후 경유차의 사후 관리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핵심이다. 신차는 제작 단계부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생산을 하면 되지만, 운행차는 관리 상태에 따라 배출가스의 정도가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운행차의 클리닝을 자동차 검사와 같이 의무화 할 필요가 있다.

미세먼지에 초점이 맞춰진 대기환경 정책에 질소산화물도 포함해야 한다. 경유차에서 배출된 미세먼지가 대기 중에서 질소산화물과 만나면 초미세먼지가 된다. 두 말 할 것도 없이 미세먼지보다 인체에 해로운 정도가 더 높다. 따라서 모든 경유차는 DPF뿐 아니라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가 함께 장착돼야 한다.

경유차 연비가 좋다는 인식도 버려야 한다. 경유차가 휘발유가 같은 환경 규제에 맞춰 개발된다면 절대 지금의 휘발유차보다 연비가 좋을 수 없다. 따라서 현재 100:85:50(휘발유:경유:LPG)인 연료유종 간 가격 비율 조정이 시급하다. 미국이나 일본 등과 같이 경유 가격을 휘발유보다 더 높게 조정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안문수 회장 : 국민의 인식에도 아쉬운 부분이 적잖다. 미세먼지 얘기만 나오면 어린 자녀의 외출을 막고 마스크를 쓰고 야단 법석을 떨면서도 정작 자신은 오래된 경유차를 아무런 조치 없이 타고 다닌다.

임기상 대표 : 가까운 일본만 해도 노후 경유차 저감 장치 부착에 50%의 정부 지원금이 제공된다. 그런데도 장착률이 90%를 넘는다. 우리나라는 90%를 보조해 준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자체 예산을 들여 그 이상 또는 100%를 지원하지만 우리 장착률은 50% 수준에 불과하다.

내가 내뿜는 매연은 괜찮고 남의 차에서 보이는 검댕은 안된다는 인식을 버려야 우리 자녀의 건강, 맑은 하늘을 지킬 수 있다고 본다.

▲ 향후 자동차와 환경 정책에 대해 정부가 시급히 개선해야 할 방안은 무엇인가?

안문수 회장 : 대기오염 물질 가운데 미세먼지가 유해하다는 것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만큼 지금까지 미세먼지에 초점을 맞춰 환경 정책이 시행됐지만, 이제는 질소산화물 관리로 타깃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다.

지난 2015년부터 오는 2024년까지 시행되는 2차 수도권 대기환경관리 기본계획에 초미세먼지(PM2.5)와 오존(O3)이 추가되고, 질소산화물 기준치도 크게 강화됐지만 노후 경유차의 저감 대책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건 개선되어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배출량이 많은 중·대형 승합 및 화물 차량에 우선적이라도 질소산화물 저감장치 부착을 추진해야 한다.

임기상 대표 : 저감장치 부착 경유차의 사후 관리를 강제화하는 방안과 함께 조기 폐차 보조금 규모를 차종이나 생활 수준에 따라 차별화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일괄적으로 지급하는 지금의 보조금 지원 체계는 경유차를 팔고 다시 경유차를 사거나 SUV 등 고가의 경유차를 소유한 경제적 여유층에게 혜택이 쏠리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저소득 빈곤층이 생계형으로 보유한 소형 화물차는 165만원에 불과한 폐차 지원금만으로는 새 차를 살 엄두를 내지 못한다. 결국 근본적 해결책인 조기 폐차 대신 후처리 장치나 달고 관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안문수 회장 : 선진국이 내연기관 생산과 판매를 금지하는 강력한 환경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지금의 우리, 한 발 더 나아가 미래 세대에게 깨끗한 대기환경을 물려주기 위해서라고 본다. 미세먼지 얘기가 나올 때마다 등장하는 중국이 오염물질 과다 배출 공장을 외곽으로 강제 이전하고 갈탄 사용 금지, 노후 경유차 운행 제한 등을 통해 대기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자기들이 못 살 것 같으니까 이런 정책을 내놓는 것이다.

많게는 100%까지 비용을 주고 무상으로 사후 관리를 해 주는데도 경유차 소유자가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은 환경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결여 탓이다. 내 차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이 내 가족은 물론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간접살인’ 행위와 다르지 않다는 경각심이 필요하다.

데일리카 하영선 기자 ysha@dailycar.co.kr

홈으로 이동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