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조선
[NOW] "매일 카풀하는 金과장님, 저는 운전기사 아닙니다"
카풀이 동료간 불화 요인으로
경기도 일산에서 서울 여의도로 출근하는 김모(여·30)씨는 1년 전부터 같은 일산에 사는 부서 과장과 '카풀'을 시작했다. 선의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곤혹이다. 처음엔 번갈아가면서 서로의 차를 이용했지만, 지금은 거의 김씨 차만 쓴다. 김씨는 늦게 나오는 과장을 기다려야 하고, 간혹 버스를 이용하고 싶어도 과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차를 타는 경우도 있다. 과장과 나란히 앉아 30분 이상 차를 타는 것도 힘들다. 김씨는 "기사가 된 기분이다. 하지만 차마 말을 꺼낼 수 없어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받는다"고 했다.
출근길 '카풀'로 골머리를 앓는 직장인이 많다. '카풀'은 가까운 곳에 사는 직장인들끼리 차를 함께 타는 것이다. 기업이 도심 외곽으로 이전하거나 집값 등의 문제로 외곽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아 카풀족(族)이 늘었다.
사례금 때문에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서울 마포구에서 중랑구로 출퇴근하는 한 직장인은 5개월 전부터 같은 팀 1년 선배를 태워 함께 출근하고 있다. 처음 3개월은 상사가 성의 표시로 3만원씩 사례했다. 그러나 지난달 "회사에서 카풀 직원에게 매달 유류비 5만원을 지원하는데, 사례비까지 받아야겠느냐"고 했다고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카풀을 하면서 비용을 합리적으로 나눌 수 있는 '카풀 앱'이 나왔다. 회사에 데려다주고 택시비의 절반 정도 되는 사례비를 받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7월 경찰이 카풀 앱 업체 이용객 80여 명을 여객운수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면서 카풀 앱을 이용하기도 힘들어졌다.
상사 스트레스만 있는 건 아니다. 후배나 동료를 태우면서 마음이 상하기도 한다. 경기도 오산에서 서울 광화문으로 출근하는 박모(33)씨는 최근 같은 부서의 신입 직원과의 카풀 첫날부터 얼굴을 붉혔다. 갓 대학을 졸업한 신입 직원이 차를 타자마자 비어 있는 앞자리 대신 뒷자리 상석에 앉은 것이다. 박씨는 "홧김에 '내가 운전기사냐'고 말하고서도 꼰대가 된 느낌이 들어 속상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