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구 군용버스 추락

'안전벨트 하지 않았다' 증언...부상자 키워
환자 상태 파악 못하는 '軍'...병원 이송 '우왕좌왕'
신병교육대 소속 신병 등 22명을 태운 군용버스가 계곡으로 추락하면서 장병들이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일부가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증언까지 나오면서, 또다시 군의 안전불감증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2일 오후 5시3분께 양구군 방산면 고방산리의 한 지방도로(양구에서 평화의댐 방면) 내리막길에서 21사단 소속 신병 20명과 인솔 간부, 운전병이 탄 군용버스가 도로 옆 5m 계곡 아래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22명의 장병중 7명이 중상을 입고 15명이 경상을 입었으며 2명은 늦은밤 종합병원에서 수술까지 진행할 정도로 상태가 위중했다. 사고현장은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해주고 있다. 버스는 계곡으로 구르면서 종잇장처럼 구겨졌고, 운전자의 앞창문은 물론 버스의 문짝과 앞바퀴까지 떨어져 나가며 크게 파손됐다.

사고현장 스키드 마크 등을 고려해볼 때, 당시 버스는 내리막길을 달리다 난간을 뚫고 약 5m 높이에서 추락 후 도로 옆 경사지로 약 20여m 구르다 전복됐다.

논란은++- 사고수습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군 당국이 부상자 인원과 인적사항 등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거나 사고 발생 후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병원조차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고 당시 군은 부상자 3명은 춘천국군병원으로 후송하고 나머지 19명은 인근 군부대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중상자가 늘어나서인지 춘천국군병원에 18명을 이송하고 춘천인성병원으로 4명을 이송 조치했다고 확인해줬다.

그러나 치료중이라던 춘천인성병원 등에는 부상자들인 신병들이 보이지 않았다. 이후 춘천에 있는 종합병원 등에서 일부 확인된 것이 전부다.

군은 사고가 발생한 시점부터 현재까지 부상자들의 이송이 아니라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숨기기에 바빴던 것이다. 특히, 21사단은 취재진들과의 수 차례의 통화에서도 중경상의 부상자 수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미 사고 규모가 20여명 이상이 되는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군에서는 공개적인 브리핑을 시작하고 실시간 진행상황을 통해 부상자의 상태 등에 대해 알려야 했으나 군은 여전히 폐쇄적인 모습만 보이고 있었다.

사고버스의 안전벨트 미착용 문제와 운전 미숙 등에 대한 논란을 군 내부에서 일단락 하고 난 후에 공개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구조 당시 비교적 덜 부상당한 신병은 사고차량의 운행 당시 병사들이 일부만 안전벨트를 착용했다는 증언을 확인했다.

119 한 구조대원은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사고 당시 구조했던 한 신병에게 '병사들이 안전벨트를 매고 있었냐'는 질문에 "안전벨트를 착용 하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했다.

경찰은 당시 사고 장소는 경사도가 그리 크지 않았던데다 도로 상태도 결빙되지 않았던 것을 확인한 상태였다. 따라서 만약 신병들이 최소한 안전벨트만 착용했더라도 지금처럼 중상의 부상은 막을 수 있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런점에서 군 당국의 안전불감증이 부상자를 키웠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에 21사단 군 관계자는 "병사들의 안전이 우선으로 이므로 치료에 집중했고, 중경상 여부 기준을 함부로 파악하기 어렵다"며 "추후 신병들과 현장 조사를 통해 사고원인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훈련중 감기나 부상 등의 질환으로 병원 진료를 원하던 신병 20명은 군 의무대에서 건강검진을 받고 부대로 복귀하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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