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배우 김주혁 씨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아직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지만 이번 사고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필자도 정확한 사망원인에 대한 언론계의 인터뷰를 집중적으로 받았지만, 몇 가지 결정적인 요소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일반 교통사망사고와 달리 유명 배우의 갑작스런 사망이라 국민에게 준 충격도 적지 않다. 필자 또한 좋아하는 배우이기 때문에 더욱 관심이 컸다.

평소에 각종 자동차 관련 사고를 관련 기관에 많이 자문해주는 필자로서도 당연히 다양한 사건요소를 묶어서 추정해봤다. 앞으로 경찰에서는 다양한 원인을 근거로 합리적이고 과학적으로 분석해 객관적이고 정확한 사망원인을 발표할 것으로 확신한다. 물론 시간적으로 약 한달 간의 집중적인 차량 결함여부 등 다양한 조사가 이뤄질 것이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몇 가지 생각을 해봤다. 우선 사망 원인이다. 크게는 두 가지일 것이다. 하나는 운전자의 신체 이상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한 자동차의 통제 불능 가능성이고, 또 하나는 운전자의 의지와 관계없이 자동차 급발진 등 자동차의 결함이다.

첫 번째 원인은 부검결과를 통해 심장마비의 가능성이 낮다는 소견으로 발표됐다. 물론 혈액검사 결과 음주나 약물 복용 등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물론 발표소견에는 부검은 신체에 남아있는 원인을 확인하는 절차인 만큼 다른 요인으로 운전자가 통제 불능 상태가 될 수 있음을 배제할 수 없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아직은 운전자의 신체상 문제점도 분명히 남아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경찰은 수사 방향을 차량 결함여부 쪽으로 조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과수에 차량을 보내 조사 중이지만 고민도 더욱 깊어질 것이다. 차량 결함 쪽으로 방향이 틀어지면 고민도 많아지지만, 잘못하면 원인불명으로 결론이 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필자는 초기 사건 이후 다른 차량에서 찍은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서 사고 차량이 잠시 정차하는 듯 하다가 갑자기 돌진하는 장면을 수십 번 돌려보았다. 나중에 사고차량의 블랙박스 영상도 봤다.

필자는 자동차급발진연구회도 맡고 있다. 정부는 자동차 급발진이 없다고 강변하지만 본 연구회에서는 당연히 많다고 여러 기자회견을 통해서 주장한바 있다. 그 만큼 피해자가 많지만, 소비자가 불리한 국내 법률로는 미국과 정반대로 한 번도 승소한 경우가 없다.

하여튼 이번 사고 영상을 통해본 결론은 자동차 급발진이 아니라고 판단된다는 것이다. 수백 가지의 영상을 통해서 자동차 급발진 여부를 판단해온 필자로서는 이번 사고가 자동차 급발진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물론 이번 사고차량의 영상에서 실내 운전자의 음성 녹음 존재여부가 중요할 것이다. 일반적인 자동차 급발진 사고의 경우 운전자는 차량이 의도와는 무관하게 급가속하는 경우 이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모습이 영상에 분명히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영상에는 수초 간 진행된 자동차의 급가속에 대해 운전자가 의지를 표명한 장면이 전혀 없었다. 그냥 돌진하면서 보도 경계석과 화단을 넘어 아파트로 급가속되는 장면만 있다. 물론 향후 타이어에 의한 스키드 마크의 여부로 진행 상태를 확인해야 하지만, 현재까지 자료로는 그렇게 판단된다는 것이다.

도리어 영상 장면만으로만 판단하면 운전자가 운전의지가 상실되어 무작정 돌진하는 장면만 나타난다는 것이다. 물론 이번 사건에서 또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자동차 결함여부를 확인하는 부분이 있지만, 이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쉽지도 않고 설사 극히 일부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자동차 급발진 이유를 증명할만한 재연시험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원인 불명으로 결론이 나올 경우 결국은 전자에 언급한 바와 같이 운전자의 차량 통제가 불가능한 것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초기에 큰 관심을 끌었던 차량의 안전여부도 살펴보자. 약 2~3억 원에 이르는 벤츠의 G바겐은 필자도 여러 번 탑승했지만, 방탄차를 탑승하는 느낌이 올 정도로 단단했다. 실제로 이번 사고 발생 시 119대원들이 구조할 때 다른 구조와 달리 시간적으로 30분 이상이 소요된 이유도 단단한 차체로 구조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 만큼 튼튼한 차량이라 할 수 있다.

그 정도로 단단한 차량이 왜 이번 충돌로 가장 중요한 부위인 A필러가 찌그러졌을까. 이유에 대한 논란이 많으나 문제는 정상적으로 충돌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뒤집어진 차량을 보면 바닥 프레임이 전혀 충돌 흔적이 없는 것은 정상적으로 범퍼부터 충돌된 것이 아니라 내리막 계단 등 다양한 여건으로 충돌 환경이 나빴다는 것이다.

김필수 교수

즉 단단한 아파트 벽과 내리막 계단 등의 조건에서 충돌하면서 에너지가 분산되지 않고 A필러 쪽으로 몰리면서 견디지 못하고 밀렸다고 본다. 운전자도 에어백이 터지고 안전벨트를 맸지만 차량이 흔들거리고 틀어진 상태에서 흔들리는 머리 부분이 밀려드는 A필러 부분 등에 부닥치면서 큰 손상을 입었다고 판단된다. 아마도 정상적인 충돌과 조건이 성사될 경우 사망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으로 확신한다. 각종 악조건이 겹치면서 가장 최악의 결과로 나타난 사건이라 판단된다.

이번 사건은 결과가 어떻게 나오던 간에 운전자의 건강과 안전운전, 그리고 차체에 대한 중요성 등 다양한 고민거리를 제공했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각종 교통사고 중 충분히 준비만 제대로 한다면 확실히 예방할 수 있는 각종 대형사고가 아직 많다. 특히 항상 같은 패턴의 사고가 발생하고 있지만, 초기에만 철저한 준비를 외칠 뿐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반복되는 악순환을 보면서 이제는 더 이상 이러한 악재가 되풀이 되지 않기를 기원한다.

정부와 지자체의 법적 제도적 안착과 대국민 안전의식 제고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이번 배우 김주혁 씨의 사망사고로 참으로 아까운 배우를 보냈다는 아쉬움을 되새기면서 교통사고에 대한 안전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김 필 수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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