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9시 정각.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에 위치한 엔진교체 전문업체 이알인터내셔널 본사 연구동 앞에는 볼보(Volvo)에서 제작한 2005년식 굴삭기 두 대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한 대는 지난 12년간 엔진을 개조하지 않은 것이고, 또 다른 한 대는 엔진을 새롭게 개조해 적용한 굴삭기다. 굴삭기 두 대의 매연 측정을 직접 시연해 보기 위함이었다.

이날은 때마침 입동(立冬)이 지나고 본격적인 겨울철로 접어들면서 중국에서 불어오는 황사를 비롯해 도로변의 미세먼지 등 대기중의 오염된 공기로 하늘색은 뿌옇게 변해있었다.

시연회에 참가한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이 같은 오염된 공기는 중국 황사를 비롯해 우리나라 화력발전소와 미세먼지 등이 주범으로 꼽힌다”며 “여기에 디젤차 특히 굴삭기나 지게차 등 건설기계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먼저, 엔진을 개조하지 않은 굴삭기의 출력을 높여봤다. 엔진회전수 5000rpm에서 질소산화물(NOx) 등 미세먼지 불투과율은 평균 97% 였다. 굴삭기가 시동이 걸려져 있는 상태에서는 1급 발암물질로 알려진 질소산화물이 거의 그대로 뿜어져 나온다는 의미다.

엔진을 개조한 굴삭기의 배기가스 배출량을 살펴봤다. 같은 조건으로 엔진회전수 5000rpm에서 배기가스를 측정한 결과, 질소산화물의 불투과율은 불과 4%에 머물렀다. 엔진을 개조하지 않은 굴삭기와의 차이는 ‘하늘과 땅‘ 수준이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행되고 있는 덤프트럭이나 콘크리트믹서, 콘크리트펌프, 불도저, 굴삭기, 로더, 지게차, 기중기 등 건설기계는 총 36만2600여대가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져진다. 특히 이들 노후화된 건설기계로 인해서 발생되는 대기오염은 전체 기여율의 19.9%를 차지한다는 분석이다. 디젤승용차 430만대가 뿜어내는 배출가스 오염도와 비슷한 수치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김진호 이알인터내셔널 상무는 “일반적으로 대다수의 우리 국민들은 배기가스 오염원의 주범으로 디젤차를 먼저 떠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건설기계 장비인 굴삭기나 지게차의 오염 비중이 훨씬 크기 때문에 개선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저공해 엔진교체 업체인 이알인터내셔널은 노후화된 굴삭기나 지게차 등 건설기계 엔진을 올 연말까지 1000여대 정도 교체한다는 계획이다. 이알인터내셔널은 엔진동력계를 비롯해 차대동력계, 배기가스 분석기 등 고가의 실험장비를 갖췄는데, 이런 시설 규모는 국내에서도 보기 드문 케이스다.

한편,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대기중의 미세먼지 등 오염된 공기를 정화시키기 위해서는 환경 기준을 더욱 엄격하게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특히 건설기계 비도로용의 경우는 환경 검사기준 자체가 없기 때문에 제도적 규제안을 만들고 엔진을 개조하는 작업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개선책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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