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세가 몰던 유류트럭, 창원터널 앞에서 폭발… 3명 사망, 5명 부상 참변]

내리막길서 분리대 충돌후 '펑'
불붙은 통들 반대차선 떨어지며 달리던 차량 9대 연쇄 화재

목격자 "트럭 지그재그로 달려"
경찰 "졸음운전·차체결함 조사"
사고 안내 늑장문자에 정체·혼란

2일 오후 1시 23분쯤 경남 창원시 창원~김해 간 창원 방향 창원터널 앞에서 윤활유 통을 싣고 달리던 5t 화물차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으면서 폭발했다. 이 사고로 화물차에 실려 있던 윤활유 통이 반대편 차로로 떨어지면서 반대편으로 달리던 차량에도 잇따라 폭발과 화재가 일어났다. 화물차 운전자 윤모(76)씨와 유모(55), 배모(23)씨 등 3명이 숨지고 김모(71)씨 등 5명이 부상을 당했다. 화물차를 비롯해 모닝, 스파크 차량 등에 타고 있었던 사망자들은 갑자기 차량에 불이 옮아붙어 미처 피할 사이도 없이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상자들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나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2일 오후 1시 23분쯤 경남 창원터널 앞에서 일어난 화물차 폭발 사고로 근처에 있던 승용차에 불이 옮아붙으며 차 유리창이 깨지고 타이어가 녹아내렸다. 윤활유를 실은 5)화물차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는 모습(왼쪽), 화물차가 폭발하는 모습(가운데), 반대편 차로에 윤활유 통이 떨어져 차량 9대에 불이 순식간에 붙는 모습(오른쪽). /연합뉴스

사고 화물 차량은 김해 쪽에서 창원 방향으로 창원터널을 통과해 1㎞가량 내리막길을 달리던 중 차량 왼쪽에 있던 높이 1~2m의 콘크리트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았다. 차량은 분리대에 바짝 붙어 100~200m 달리던 중 폭발했다. 차량이 폭발하면서 동시에 화물차에 실려 있던 윤활유 통 수십 개가 반대편 차로 등지로 떨어졌다. 이어 반대편 차로에서 달리던 차량 9대에 삽시간에 불이 옮아붙었다. 사고 현장에는 화물차에서 떨어진 70여 개의 윤활유 통이 발견됐다. 사고 현장 주변을 지나던 한 운전자는 "'펑' 하는 굉음과 함께 시꺼먼 연기가 하늘로 치솟고 차량 여러 대에 불이 붙었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은 화물차를 비롯해 차량 10대가 불타며 뿜어내는 검은 연기로 뒤덮였다. 목격자들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고 말했다. 차량 중 4대는 불에 타들어가면서 타이어가 녹아내렸다. 본체가 주저앉은 상태에서 내부가 타버려 불길이 잡혔을 즈음에는 뼈대만 남았다. 길가의 수풀에도 불이 옮아붙어 수십m가 시꺼멓게 그을렸다. 출동한 소방 당국은 오후 2시쯤 모든 차량의 불을 진화했다.

이날 화재는 화물차가 콘크리트 중앙분리대에 부딪히면서 싣고 있던 윤활유나 차량 자체의 연료 탱크 등에 불이 붙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과열된 엔진 등 차량의 열기와 차량 내부의 유증기가 결합하면서 불이 났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 당국은 "현재로서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확한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유류 화물차를 뒤따르던 차량 운전자로부터 "사고가 나기 전에 화물차가 지그재그로 달렸다"는 진술과 관련 영상이 담긴 폐쇄회로(CC) TV 등을 확보했다. 경찰은 2001년식인 화물차가 노후한 상태인 데다 사고 직전 휘청거린 점을 토대로 브레이크나 타이어 등 기계 결함이 있었는지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또 졸음 운전 등 운전자의 안전 운전 의무 소홀 등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조사할 예정이다. 해당 화물차의 명의가 등록된 해당 물류 회사 관계자 등에 대해서도 관련 내용을 조사할 계획이다. 사고 조사를 맡은 창원중부경찰서는 현장에 대한 자체 육안 감식을 진행한 후 이르면 3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식을 맡길 예정이다.

기름 실은 5t 화물차 폭발… 8명 사상, 주변차량 9대 불바다 - 2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터널 인근 도로에서 5)화물차가 윤활유통을 싣고 달리다가 폭발해 3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사고 화물차는 콘크리트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으며 달리다 중심을 잃고 폭발했다. 싣고 있던 윤활유통이 반대편 차로를 달리던 차 위로 떨어지면서 차량 9대가 삽시간에 불길에 휩싸였다. /경남신문

한편 이날 사고로 창원터널 진입로로 향하는 도로는 2~3㎞ 전부터 차량 운행이 완전히 통제돼 사고 현장 인근 도로가 극심한 정체를 보였다. 이날 정체는 늑장 안내 문자 탓도 있었다. 김해시와 창원시재난대책본부의 '안전 안내 문자'는 사고 발생 후 1시간 12분이 지나서야 전송돼 차량 이용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김해시재난대책본부는 오후 2시 35분 '현재 창원터널 입구 차량 화재로 양방향 차량 통제이니 창원2터널(불모산터널)로 우회하라'고 안내했다. 창원시재난대책본부는 11분이 더 지난 오후 2시 46분에 안내 문자를 보냈다. 창원과 김해를 오가는 창원터널 양방향 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하고도 한참이 지나서였다. 김해에서 창원 방향으로 가던 운전자들 상당수가 꼼짝없이 터널 안에 갇혔다. 창원시 의창구에 사는 한효림(59)씨는 "오후 1시 50분쯤 창원터널 인근에 도착했다가 차가 막혀 불모산터널로 돌아가는 데 1시간 이상 걸렸다"며 "안내 문자가 사고 후 한시간이나 지난 시점에 도착해 오히려 혼란을 키웠다"고 말했다. 이날 창원과 김해시 홈페이지 등에는 "사고 후 1시간이 지나서야 긴급 재난 문자가 왔다"는 항의가 쇄도했다. 김해재난대책본부는 "차량 통제 결정이 나야 안전 안내 문자를 보낸다"며 "창원터널 양방향 전면 통제 결정이 늦어져 어쩔 수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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