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이후 뉴욕 최악의 테러… IS 연루 수사]

- 외국인 관광객 등 최소 19명 사상
테러범 렌트한 픽업 트럭 몰고 허드슨 강가 자전거 도로 돌진
1.3㎞ 폭주하다 총 맞고 잡혀

- 하마터면 더 큰 피해
9·11테러 장소에서 2㎞ 거리… 핼러윈 퍼레이드 3시간前 발생

- 핼러윈 파티인줄 알았는데…
축제 준비하던 인근 학교 학생들, 유령 가운 입은 채 놀라서 대피
트럼프, 입국 심사 강화 지시

10월 31일(현지 시각) 오후 트럭 테러가 일어난 미국 뉴욕 맨해튼 남부 로어맨해튼 지역 서쪽 허드슨 강변 자전거 전용 도로. 도로 곳곳에 안장이 떨어져 나가고 휘어진 자전거들과 희생자 유류품이 흩어져 있었다.

경찰이 총을 발사해 범인을 검거한 후 인근 지역엔 대피령이 내려지고 사건 현장 8차선 도로가 완전 통제됐다. 범행 현장 바로 옆에 있는 스타이브센트 고교와 인근 89구역 공립 초·중학교 학생들은 하교 시간임에도 학교 셔터를 내린 채 저녁 늦은 시간까지 교내에서 대피했다. 한 학생은 뉴욕타임스(NYT)에 "평소처럼 학교에서 나가려는데, 아이들이 갑자기 학교를 향해 뛰면서 '모두 달려' '총이다'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했다.

이날은 귀신·유령 분장을 하고 사탕이나 초콜릿을 나눠 먹는 미국의 축제일인 핼러윈이었다. 사건이 진정된 후 학교에서 쏟아져 나온 학생들 얼굴의 짙은 유령 분장이 눈물로 얼룩져 있었다.

스타이브센트 고교의 한 여학생은 "10교시 수업 중에 총성이 들려 처음엔 핼러윈 파티가 시작되는 건 줄 알았는데 총성이 이어지면서 대피 지시가 내려져 깜짝 놀랐다"며 "하얀색 유령 가운을 입고 책상 아래 엎드리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그래픽=김충민 기자

뉴욕 경찰에 따르면 범인 세이풀로 사이포브(29)는 이날 건축 자재·인테리어 용품 판매 업체 '홈디포'에서 렌트한 픽업트럭으로 오후 3시 5분쯤 허드슨 강가 자전거 전용 도로에 난입했다. 이어 맨해튼 남쪽을 향해 약 1.3㎞를 무차별 질주하며 보행자와 자전거를 치었다.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 중이던 시민들은 갑자기 나타난 폭주 트럭을 피하지 못한 채 피를 흘리며 쓰러졌고, 한가하던 도로는 순식간에 비명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범인은 남쪽으로 20블록 정도 떨어진 스타이브센트 고교 인근의 챔버스 스트리트 교차로에서 스쿨버스를 들이받고 멈춰 섰다. 모조 총을 휴대한 범인은 경찰이 발사한 총에 맞고 검거됐다. 이 사건으로 아르헨티나인 5명과 벨기에인 1명을 포함한 8명이 숨지고 최소 11명이 다쳤다.

이곳은 2001년 9·11테러가 일어난 월드트레이드센터에서 북쪽으로 약 2㎞ 떨어진 지역이다. 약 3시간 후 핼러윈 퍼레이드가 예정돼 있어서 자칫 더 많은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범인 사이포브는 범행 차량이 스쿨버스를 추돌한 후 차에서 내리며 아랍어로 "알라신은 위대하다"고 외쳤다. 범행 차량에서는 극단주의 무장 단체 이슬람국가(IS)와 연계됐음을 뒷받침하는 아랍어 자필 메모가 발견됐다고 CNN은 전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이번 사건을 2001년 9·11테러 이후 뉴욕에서 발생한 최악의 공격이라고 보고 수사 중이라고 NYT 등이 보도했다.

미국 수사 당국은 또 지난해부터 프랑스, 독일, 영국, 스페인 등지에서 연이어 일어나고 있는 일반 시민을 상대로 한 '소프트 타깃'의 차량 테러가 미국에서도 일어났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차량을 이용한 테러는 별다른 무기나 계획 없이도 많은 사람을 살상할 수 있어 많은 인파가 집중되는 뉴욕이 타깃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5월에도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에서 차량 한 대가 인도로 돌진해 1명이 사망하고 22명이 부상한 적은 있지만, 당시 운전자는 26세 미 해군 출신으로 테러 혐의점은 없었다.

뉴욕시는 테러에 당당히 대응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이번 사건을 "무고한 시민을 겨냥한 비열한 테러"라고 규정하고 "우리는 뉴욕에서 우리 할 일을 할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주저앉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저녁 열린 핼러윈 퍼레이드도 경비를 강화한 채 예정대로 진행했다.

이번 사건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정책은 더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뉴욕에서 병들고 정신적으로 정상이 아닌 자가 공격한 것 같다. 경찰이 자세히 보고 있다"며 굵은 대문자로 "미국에선 안 된다"는 글을 올렸다. 이어 "방금 국토안보부에 입국자 심사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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