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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올 뉴 크루즈 디젤 퍼포먼스 압권, 그런데 가격은?
한국지엠 쉐보레가 국내시장 부진을 극복할 구원투수로 ‘올 뉴 크루즈 디젤’ 모델을 국내에 선보이고 1일 미디어 시승행사를 가졌다.
한국지엠은 한국 시장 철수설과 노사 임단협 문제, 판매 부진 등 안팎의 악재가 산재한 가운데 올 뉴 크루즈 디젤 출시를 통해 분위기를 반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디젤에 앞서 지난 1월 출시한 올 뉴 크루즈 가솔린 모델과 차체, 내·외관 디자인, 각종 사양은 거의 동일하다. 그러나 심장은 GM 유럽에서 개발한 1.6리터 CDTi 디젤 엔진, 변속기는 3세대 6단 자동변속기를 적용했다.
#탄탄한 유러피언 주행감성 추구
시승은 서울 마포구 합정동을 출발해 경기도 장흥을 다녀오는 왕복 100km 구간에서 진행됐다. 도심과 고속도로, 구불구불한 국도 와인딩 구간이 적절히 섞여 있는 코스다.
올 뉴 크루즈 디젤은 기존 크루즈 대비 27% 향상된 차체 강성과 110kg 경량화를 이룬 새로운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만들었다. 부드러움보다는 탄탄한 유러피언 주행감성을 추구한다.
한국지엠 황준하 전무는 “크루즈 디젤은 동급 최고의 퍼포먼스로 국산 준중형 차를 뛰어넘어 독일산 경쟁차와 견줄 만큼의 성능을 갖췄다. 탁월한 주행성능과 든든한 안전성을 바탕으로 과거 쉐보레 디젤 모델의 명성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아반떼, K3 보다 퍼포먼스 뛰어나”
단도직입적으로 경쟁 차인 현대차 아반떼, 기아차 K3 등과 비교할 때 주행성능이 뛰어나고 더 조용하다는 것이 황 전무 설명의 요점이다.
그렇다면 그의 말은 사실일까?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디젤차 특유의 진동을 동반한 카랑카랑한 엔진음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 말을 해주지 않으면 디젤 차인지 모를 정도로 조용하다. 이런 정숙성은 초고속 영역을 제외하고 시승 내내 이어졌다.
서서히 속도를 높여 서울 도심을 빠져나갔다. 올 뉴 크루즈는 아반떼 대비 약 100mm 긴 동급 최대 차체 길이(4665mm)에도 불구하고 소부 경화강(Press Hardened Steel), 초고장력강판 등 차체의 74.6%에 고강도 재질을 사용해 강성과 경량화를 동시에 잡았다.
#유럽서 ‘속삭이는 디젤’ 별칭
도심을 벗어나 국도에 들어서며 좌우로 심하게 굽은 와인딩 코스를 만났다. 일부러 속도를 줄이지 않고 커브에 들어섰다. 비교적 방향 전환이 신속하고 정확했다. 강한 차체와 무르지 않은 단단한 하체에서 오는 안정감이 급한 커브에서도 흔들림이 차를 이끌었다. 순간 가속도 만족할만한 수준이다. 차선 변경이나 추월에 부족함이 없다.
1.6리터 CDTi 엔진은 GM 에코텍(ECOTEC) 엔진 라인업의 최신 모델이다. 유럽에 위치한 GM 디젤 프로덕트 센터가 개발을 주도했으며, 2만 4000시간 이상의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700만km가 넘는 실주행 테스트를 거쳐 내구성과 효율 측면에서 최적의 퍼포먼스를 발휘하도록 설계됐다.
최고출력 134마력에 최대토크 32.6kg.m를 발휘하는 엔진은 견고하고 가벼운 알루미늄으로 제작됐다. 특히 내구성과 정숙성을 인정받아 유럽에서는 ‘Whisper Diesel(속삭이는 디젤)’이란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공인연비 16.0km/ℓ, 아반떼 보다 2.0km/ℓ 뒤져
변속기는 쉐보레 말리부, 뷰익 앙코르, 올 뉴 크루즈 가솔린 터보 모델에 적용해 이미 검증을 마친 제품이다. 랙타입 프리미엄 전자식 차속 감응 파워스티어링(R-EPS) 시스템과 함께 민첩한 변속으로 쾌적한 주행을 돕는다. 또한 기어비를 최적화해 동력 손실을 최소화하고 가속성능을 향상시켰다.
이 차의 공인연비는 16~17인치 타이어 기준으로 16.0km/ℓ(복합 연비)다. 시승차는 18인치 타이어가 끼워져 있어 15.5km/ℓ다. 전 모델 스톱&고 기능을 기본 탑재했다. 시승이 끝난 뒤 계기반의 기록 연비는 14.4km/ℓ이었다. 급한 가감속과 거친 운전을 감안할 때 나쁘지 않은 수치다. 하지만 동급의 아반떼 디젤보다 2.0km/ℓ 가량 뒤진다.
#그래서 가격은 얼마?
크루즈 디젤에는 가솔린 모델에서 지적받은 몇 가지 사양이 추가됐다. 실내 공기 순환을 돕는 뒷좌석 에어덕트와 겨울철 동승자를 위한 뒷좌석 열선시트다.
가장 궁금했던 가격은 이날 공개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가솔린 모델의 판매 부진 원인을 가격 정책 실패에서 찾고 있다. 경쟁차에 비해 가격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특히 준중형 모델의 주요 구매층이 가격에 민감한 사회 초년생이나 젊은 층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높은 가격은 넘기 힘든 장벽이었다는 것.
이런 것을 의식해서인지 한국지엠은 가격에 예민했다. 이달 중순 사전계약을 시작하면서 정확한 가격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직원들은 가격을 예상할 수 있는 힌트를 몇 가지 흘렸다. 가솔린과 디젤 모델의 일반적인 가격 차이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예상하면 기존 가솔린 모델보다 평균 200만~250만 원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가솔린은 현재 5개 모델을 출시해 1690만~2340만 원에 판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