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사에 돈 빌려준 투자자들, 지금까지 이자 4조8000억 챙겨
대출원금보다 받은 이자가 많아
"비용 충당하려 요금 비싸게 받고 정부 지원금도 챙기는 건 문제"

전국의 민자(民資) 고속도로 운영사들이 투자자들로부터 최대 48% 이율로 '후순위 대출'을 받아 높은 이자를 챙겨주거나 고액 현금 배당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 투자자의 실제 수입이 계약 당시 예상 수입에 못 미칠 경우 MRG(최소 운영 수입 보장) 제도에 따라 정부로부터 일정 규모를 지원받는 데다, 도로 통행료까지 높게 받으면서도 일부 투자자가 과도한 금융 수익을 챙겨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싼 통행료에 고액 이자·배당 챙겨"

12일 국회 정태옥 의원(자유한국당)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전국 민자 고속도로 16곳(최근 개통한 안양-성남 고속도로 제외) 운영사가 지출한 총 이자 비용은 총 4조8684억원이었다. 이 중 상당 부분이 민자 도로 운영사 지분을 보유한 투자자로부터 운영사가 고금리로 후순위 대출을 받은 것이다.

천안논산고속도로㈜는 투자자인 맥쿼리인프라로부터 1823억원, 사학연금으로부터 617억원, 국민은행에게서 598억원 등 3038억원을 6~20% 금리의 후순위 대출로 빌렸는데, 지불한 이자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5038억원으로 이미 대출 원금보다 많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민자 구간을 운영하는 서울고속도로㈜도 20~48%의 고금리로 투자자에게 대출을 받아 원금(3491억원)보다 더 많은 5622억원을 이자로 냈다.

고액의 현금 배당을 챙겨간 투자자도 있었다. 국회 국토교통위 이원욱 의원(민주당)은 "인천공항고속도로를 운영하는 신공항하이웨이㈜가 2년 동안 투자자들에게 배당금을 3500억원 지급했다"면서 "올해 3월 현금 배당한 한 주당 8548원(전체 1300억원 규모)은 현대자동차의 올해 주당 현금 배당금(보통주 4000원)의 배가 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인천공항고속도로의 통행료가 재정 고속도로 대비 2.28배 수준이고, MRG 제도 등을 통해 최근 2년간 1806억원 정부 지원도 받았다는 점이다. 이 의원은 "민간 회사가 이익을 내서 배당하는 것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비싼 통행료를 받고 정부로부터 MRG 제도를 통한 지원도 받는 민자 회사가 수천억원대 배당을 한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과도한 후순위 대출 금리 막겠다"

민자 고속도로 통행료가 비싸다는 불만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안호영 의원(민주당)이 낸 자료에 따르면 천안-논산 고속도로(81㎞) 통행료는 최장거리 기준 9400원으로, 비슷한 길이의 상주-영천 고속도로(93.9㎞·6700원)보다 약 40%(2700원) 비싸다. 안 의원은 "과도한 재정 지원이나 고이율의 후순위채 발행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 국토부가 실시 협약 변경 등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8월 인천 송도와 영종도를 연결하는 인천대교 통행료를 6200원에서 5500원으로 내린 데 이어, 내년 상반기 중 서울외곽순환도로 통행료도 30% 이상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최근 "'동일 서비스 동일 요금' 원칙에 맞춰 민자 고속도로의 통행료를 재정 고속도로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했다. 국토부는 "운영사들의 고금리 대출 자금을 저금리로 변경토록 하는 '협약변경 요구권'을 신설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을 개정하고 사업 재구조화, 관리 운영 기간 연장 등 다양한 방식으로 통행료 인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후순위 대출
돈을 빌린 기업 등이 파산했을 때 ‘일반 대출’보다 채무 변제 순위에서 후순위에 있는 대출. 변제를 받을 수 있는 순위가 뒤로 밀리는 대신에 일반 대출 등에 비해 금리가 높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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