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업계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지만, SUV에 대한 뚝심은 집요하다.

벤츠는 지난 4월 GLC 쿠페를 출시하며 세단 라인업의 A~S클래스에 이어 SUV에서도 GLA~GLS를 아우르는 SUV 풀 라인업을 구축했다.

GLS는 그 정점에 서있는 모델이다.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벤츠코리아 사장 스스로도 GLS를 ‘SUV의 S클래스’ 라고 표현할 정도로 그 의미는 각별하다.

글로벌 마켓에서 국내 시장은 플래그십 판매 비중이 높기 때문인데, 특히 SUV에 대한 인기가 치솟고 있는 만큼 이 차는 S클래스에 이은 벤츠의 또 다른 기대주로 떠오를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GLS는 과연 치열한 국내 럭셔리 SUV 시장에서 어떤 강점을 지니고 있을까, GLS의 국내 최상위 라인업 모델인 GLS500 4MATIC을 시승했다.

■ ‘크다’는 말 먼저 나오는 디자인

GLS는 전장 5130mm, 전폭 1980mm, 전고 1880mm 수준의 차체 사이즈를 지닌다. 압도되는 크기다. 이런 압도되는 스케일은 대형 SUV가 갖춰야 할 미덕 중 하나이기에 쳐다보고만 있어도 괜히 뿌듯하다. 한편으론 이 차를 실제로 갖고 있었다면 어디에 추차를 했을지 한참 고민했을 것 같다.

사과 박스같은 G바겐의 디자인과 달리 GLS는 육중하면서도 곡면이 많이 쓰인 차체 디자인을 보여준다. 아랫급의 GLE와는 달리 단단하면서도 세련돼 보인다. 소위 ‘아재’들의 취향에 걸맞는 인상을 지녔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외관의 디테일은 전세대 모델인 GL보다 한 층 뛰어나다. 당시 GL은 조금 큰 ML 정도의 느낌이 강했다면, GLS는 GLE와 확연히 차이를 보인다. 독특한 헤드라이트 형상의 디테일은 물론, 특히 범퍼 하단에 덧댄 크롬라인은 전면부에서 고급감을 한층 강화하는 좋은 포인트로 보인다.

GLS는 측 후면에서 바라봤을 때 자신의 매력을 가장 잘 드러낸다. 높게 솟은 루프 라인은 물론, 널찍한 창문과 수직에 가까운 형태로 굵직굵직하게 떨어져 내려가는 라인은 다분히 마초적이고 강인해 보인다. 거친 숨소리를 뱉어내는 AMG 버전이었다면 정말 황홀했을 것 같다.

다만 차체 측면의 벨트라인이 높고, 측면의 곡률이 적어서인지 일견 미니밴 같은 인상도 얼핏 든다. 헤드램프는 S-클래스 세단의 것이 연상되는 디자인을 보여준다.

■ 디지뇨 옵선 적용..고급감 강화

벤츠는 GLS를 홍보하면서 S클래스라는 키워드를 지속적으로 언급한다. 실제로 GLS는 그에 상응하는 수준의 고급감을 보여준다. 핵심은 실내에서 여실 없이 드러난다.

디지뇨 익스클루시브 나파 가죽 시트는 착좌감과 터치감 모두 흠잡을 곳 없이 만족스럽다. 다이아몬드 형태의 퀼팅 패턴이 더해져 고급스러움도 한층 높아진 느낌이다.

다만 타공 가죽 처리된 스티어링 휠 디자인이나 인스트루먼트 패널 디자인은 불만이다. 가죽의 질감 자체는 불만이 없지만, 플래그십이라는 이름에 맞게 우드그레인 트림을 추가해 고급감을 더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다.

센터페시아는 애플 카플레이가 내장된 돌출형 디스플레이 이외엔 기존의 GL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신선함은 떨어지지만, 처음 접하는 자동차 임에도 원하는 버튼이 어디 있는지 허둥되지 않아도 될 만큼 자연스럽고 편리하다.

버튼 하나를 어디에 배치할지 수십명의 연구원이 고민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인체공학적 분야에서 벤츠는 이미 도가 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열에 앉으면 후석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탑재한 모니터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외부 기기 연결이 가능한 2개의 10인치 디스플레이는 DVD 플레이어, 리모컨, AUX 단자와 헤드폰이 함께 제공된다.

2열 탑승자들이 개별적으로 원화는 화면 시청과 작동이 가능하며, 앞좌석에서 뒷좌석의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제어할 수 있는 점은 플래그십 SUV로써의 강점으로 꼽힌다.

이 밖에도 버튼을 이용해 전자식으로 2열 및 3열 폴딩이 가능하며 2, 3열을 모두 접었을 시 최대 2300l의 적재 공간이 창출된다. 이는 동급의 유럽 브랜드 중에선 가장 높은 수준이다.

■ 모든 범위에서 여유로운 V8엔진

GLS500은 4.6리터 V8 가솔린 엔진을 장착, 최고출력 455마력, 71.4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여기에 벤츠의 전자식 사륜구동 시스템인 4MATIC이 동력을 네 바퀴로 전달하며, 9단 자동변속기를 추가해 효율을 더했다.

벤츠의 첨단 주행보조 시스템인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플러스(Driving Assistance Package Plus)를 먼저 시험해보기로 했다.

차간거리 조절 및 스티어링 어시스트를 활성화한 뒤 크루즈컨트롤을 70km에서 작동시켰다. 차선을 이탈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스티어링 휠이 능동적으로 회전하는 상황은 복잡한 교통 상황에서도 준 자율주행에 가까운 움직임을 구현한다.

스티어링에서 손을 떼고 있어도 자유로운 주행을 구현하지만, 일정 시간 이상 스티어링에서 손을 뗄 경우 스티어링에 손을 파지할 것을 지시한다. 이에 응하지 않는다면 시스템은 자동적으로 종료된다.

2.5톤이 넘는 거구는 직접 제어하기에도 충분히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넘치는 출력을 지녔지만, 다이내믹하기보단 느긋함과 부드러움에 포커싱을 맞췄다. 때문에 가속을 하더라도 아주 조용하고 순식간에 속도를 올려나간다. 어느 순간 내가 두 번째 벽을 넘었다는걸 망각할 정도로 말이다.

가솔린 엔진 특유의 정숙성은 만족스럽고, 에어 서스펜션이 탑재돼 승차감은 구름위를 떠 가는 듯 하다. 벤츠 V8 엔진의 매끄러운 엔진 회전 질감도 매력적이다. 차고가 높은 S클래스를 타고 있다는 표현이 어쩌면 정확할수도 있겠다.

9단 변속기라는 특성 상 몇 번을 아랫 단으로 끌어내려 액셀러레이터를 끝까지 전개해도 강력한 토크감이 느껴지기 보단 ‘천천히 빠르게’ 속도를 높여 간다. 다이내믹해야 할 상황에서도 정숙하고 편안하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 GLS의 시장 경쟁력은...

벤츠의 SUV 라인업은 작년 총 8919대가 판매되며 전년 대비 190.4% 성장한 기록을 보였다. 작년 벤츠가 판매한 차량 중 SUV의 비중은 15.8%로, 이는 전년 6.5%의 비중과 비교해도 2배 이상 확대된 규모다.

물론 GLS는 양적 확대보단 질적 확대를 위한 모델로 보여진다. GLS가 자리한 세그먼트의 경쟁자는 손에 꼽을 정도기 때문이다. GLS500 4MATIC의 가격은 1억5100만원으로, 가격적 측면에선 포르쉐 카이엔 정도가 손에 꼽힌다. 체급 상으로는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레인지로버 정도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풍부한 편의사양과 플래그십이라 할 만한 주행성능, 넉넉한 공간은 이 차의 최대 미덕이지만, 아직 GL의 티를 벗지 못해 아쉬운 부분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한 세대 뒤쳐진 느낌의 인테리어 디자인은 특히나 시급한 개선책으로 꼽힌다. 근래의 벤츠 인테리어 디자인과는 다소 동떨어졌기 때문에, S클래스 라는 이름을 붙이기엔 최근에 출시된 신형 S클래스가 다소 민망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양적 확대가 아닌 질적 확대라면 AMG 라인업 투입도 고민해봐야 할 듯 하다. GLS500은 충분히 넉넉한 파워를 제공하지만, 기자처럼 이 덩치에 으르렁거리는 AMG 소리를 만끽하고 싶어하는 소비자들도 있을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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