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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BMW M760Li xDrive..럭셔리 세단이란 이런 것...
“서울모터쇼에서 선보일 M760Li는 BMW만의 럭셔리가 무엇인지 보여줄 수 있는 찹니다.”
지난 BMW 5시리즈 출시 행사장에서 만난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이 기자에게 했던 말이다. 그는 M760Li에 대한 확실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7시리즈가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와의 판매 경쟁에서 밀리는 건 사실이다. 때문에 이는 다분히 마케팅적 언어가 아닐까 싶었던 게 기자의 판단이었다.
그리고 그 판단은 이 차를 시승하며 완전히 빗나갔다. 김 사장이 했던 말이 어떤 의미였는지 이해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무엇 보다 한 가지 더 간과하던 사실이 있었다. BMW 7시리즈는 당대 BMW가 선보이는 모든 신기술의 집약체 라는 것을.
BMW에서 유일하게 V12 엔진을 장착한 모델, BMW 7시리즈의 최상위 트림인 M760Li xDrive를 시승했다.
■ 퍼포먼스와 기술이 담아낸 디자인
M760Li의 외관은 보고만 있어도 강력한 성능을 발휘할 차일 것 같다는 느낌을 단번에 알아채게 한다.
전면부 범퍼 하단의 거대한 공기흡입구, 전용 프론트 에이프런과 키드니 그릴 등이 돋보이며, 측면 에어브리더, 사이드미러 커버, 범퍼 포인트 등에 적용된 세륨 그레이 컬러는 다소 특징없을 수 있는 무광 컬러에 포인트를 더한다.
전륜 펜더 후면부에 부착된 M 배지와 C필러에 부착된 V12 배지 등은 플래그십 세단이지만 고성능 모델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사족이지만, 이러한 엠블럼의 배치는 절묘하게도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600과는 정 반대의 배치 구성이다. 마이바흐는 M760Li와 반대로 V12 엠블럼이 하단에, 전용 로고가 C필러에 부착됐다.
M760Li에 장착된 레이저라이트는 국내에 출시된 모델 중 가장 먼저 7시리즈에 선보여진 기능이다. 셀렉티브 빔 덕분에 눈부심을 유발하지 않으며, 하이빔 어시스턴스 기능을 사용할 시 기존 600m에 달하는 조사범위를 제공한다. 이는 기존의 LED 헤드라이트의 2배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후면부에선 고성능차의 이미지가 오롯이 풍긴다. ‘L’자형 LED 리어라이트와 함께 수평 라인을 적용해 더욱 안정적인 느낌과 웅장함을 함께 보여주는데, M760Li만을 위해 디자인된 전용 배기 파이프가 화룡점정을 찍는다.
눈에 부분 중 하나는 도어의 손잡이다. 조립됐다기 보단 융합됐다는 느낌이 더 크게 드는데, 차체의 측면 라인과 섬세하게 어울려 7시리즈 고유의 라인을 해치지 않는 모습이다. 특히나 무광 페인트가 적용된 탓에 차체 라인이 더 두드러지는 M760Li에서는 가장 아름다운 라인이라고도 할 수 있다.
디자인이 기술을 배려하는 요소는 BMW 고유의 요소인 키드니 그릴에서도 드러난다. ‘액티브 에어 스트림 키드니 그릴’은 규칙적인 패턴의 키드니 그릴의 형상을 벗어난 모습이다.
이 그릴은 BMW의 에어로다이내믹 기술을 적용, 주행 상황에 따라 그릴에 내장된 플랩이 열리고 닫히고를 반복하는데, 이를 통해 공기 저항을 최소화 하는 한편 연료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게 BMW 측의 설명이다.
■ 야성적인 외관과 대비되는 컴포트한 인테리어
인테리어는 전체적으로 고급스럽고 럭셔리한 감각이지만, 센터콘솔에 위치한 V12 로고 하나만으로도 이 차가 결코 평범하지 않다는 느낌을 선사한다.
곡선 위주로 구현된 벤츠 S클래스의 인테리어와는 달리 7시리즈의 인테리어는 수평적인 표면과 선을 강조한 모습이다. 덕분에 와이드한 감각의 대시보드는 실내 공간을 한층 더 여유롭게 보여 지게 한다. 넉넉함은 플래그십 세단의 미덕이기에 더욱 그렇다.
M760Li는 최상위 라인업에 걸맞는 호화로운 구성도 보여준다. 나파 가죽을 기본으로 적용하는 것 외에도 인디비주얼 옵션을 통해 메리노 가죽을 선택할 수 있다. 메리노 가죽은 양가죽 중에서도 가장 부드러운 소재로 통하는 고급 소재다.
소재 가공에서도 특별한 염색 과정을 통해 부드럽고 탄력있는 상태를 유지한 것이 특징이다. 시승차량엔 ‘캐러맬’ 컬러가 적용됐다. 해당 옵션을 추가할 시에는 810만원의 금액을 더 지불해야 하는데, 기존의 BMW 차량들과도 확연히 대비되는 뛰어난 가죽 품질은 충분한 가치를 발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판단이다.
이 급의 차에서 뒷좌석이 비좁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다. 조수석을 전방 9cm까지 이동 시킬 수 있는 탓에 2열 시트를 충분이 편안한 포지션으로 설정할 수 있다.
일반적인 플래그십 세단이라면 뒷좌석 암레스트엔 휘황찬란한 버튼이 가득해야 하지만, BMW는 이런 버튼들을 태블릿 한 대로 대체했다. 미니멀리즘의 전형적인 구성이며, 기술의 집약체 라는 부분에선 박수를 쳐주고 싶다.
삼성이 공급한 BMW 터치커맨드 태블릿은 글라스 루프를 여닫는 기능, 마사지 시트의 강도 조절, 시트의 통풍과 열선 기능 등을 조작할 수 있으며, 인터넷 검색과 애플리케이션 등을 이용한 태블릿의 기능도 그대로 제공한다.
이 밖에도 1만5000개의 조명이 선사하는 앰비언트 라이트, 스카이 라운지 파노라마 글라스 루프 등을 통해 감성 품질도 강조했다.
■ 반전으로 가득했던 퍼포먼스
엔진룸을 열자 ‘M 퍼포먼스’ 레터링이 새겨진 엔진 커버가 눈에 들어온다.
M760Li에 장착된 6.6리터 V12 엔진은 최고출력 609마력, 81.6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단 3.7초로, 이는 BMW 7시리즈 역사상 가장 강력한 성능이다.
엔진의 동력은 M 퍼포먼스 고유의 변속프로그램인 스텝트로닉 8단 스포츠 자동변속기와 조합되며, 이그제큐티브 드라이브 프로(Executive Drive Pro) 서스펜션 시스템을 통해 역동적인 민첩성과 최적의 승차감을 제공한다.
여기에 BMW의 사륜구동 시스템 xDrive를 활용해 필요에 따라 엔진 구동력을 네 바퀴 모두로 분배해 현재 노면 상태 내에서 최대한의 가속력을 끌어낸다.
시동을 걸면 플래그십 세단에서 들리기엔 다소 낮선 소리가 찾아든다. 본능적으로 ‘오오’하는 감탄사를 내지르지만, 뒤돌아 생각해보면 이게 플래그십 세단에서 경험할 수 있는 소리인가 싶은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다.
일상 주행 여건에선 지극히 컴포트한 모습이다. 12개의 실린더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듯 미묘한 엔진 사운드가 들려오긴 하지만, 거슬리는 소음이 아닌, 철저히 정제되고 다듬어진 절제된 소리다.
노면의 충격을 걸러주는 능력도 수준급이다. 도로가 파였는지, 자갈을 밟고 지나가는지, 주차장 같은 미끄러운 노면인지는 충분히 느껴지지만, 그런 도로 여건에서 만나는 충격이 운전자에게 전달되지는 않는다.
가속 성능은 말 그래도 ‘무엇을 상상하건 그 이상’이라는 표현이 적합하다. 본래 퍼포먼스보단 컴포트에 중점을 뒀을 것이라 생각했고, 'M7'이 아닌 ‘M760'이기 때문에 M 시리즈 같은 강력한 퍼포먼스보단 안정적이고 편안함에 중점을 뒀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나만의 예측과 소설에 휘감겨 있던 것도 잠시, 액셀러레이터를 꾹 밟기가 무섭게 곧 바로 발을 떼고 싶어질 정도의 가속력이 운전자를 휘감는다. 여느 슈퍼카를 뺨치는 수준의 횡가속력이 목을 제대로 지지하지 못하게 하고, 몸은 시트로 한껏 빨려 들어간다.
우주왕복선을 타고 이륙하는 우주비행사의 심정이 이럴까, 안쪽 깊은 곳에서 ‘우와악’하는 외마디 비명이 비집고 나오지만, 차마 그 소리를 크게 내지르지 못하고 어금니만 꽉 물게 된다.
V8이나 V10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정말 차원이 다르다는 표현 외엔 달리 대체할 수 있는 표현이 없다. 5.2미터의 전장, 2.3톤이 조금 넘는 덩치를 가진 플래그십 세단이 이렇게 폭발적인 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있다는게 가능할까 연신 곱씹게 된다.
그리고 다시 액셀러레이터에 다시 발을 가져다 대보면 ‘그럴 수 있다’는 답변을 얻는데엔 그리 오랜 시간을 요구하지 않는다. 대형 세단이지만 핸들링도, 가속성능도 모든 것이 기대 이상이다.
M 모델을 경험해본 사람들은 아는 그 느낌. 하다못해 고속에서 차선을 변경하는 상황에서도 뒤가 살짝 흐르는 듯한 짜릿함을 이 차에서도 경험할 수 있다. 출력은 높지만 안정적인 주행 감각을 선사할 것 같았는데, 스포츠모드에서는 어울리지 않게 ‘날뛴다’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움직임을 보인다.
조향 감각은 정말 마음에 든다. BMW가 7시리즈에 적용한 인테그럴 액티브 스티어링 덕분이다. M760Li에 적용된 xDrive 시스템은 스티어링 휠의 각도 및 도로 상황에 따라 안정적으로 동력을 배분하는 한편, 후륜의 조향도 보조한다.
때문에 회전 반경은 매우 짧아지는데, 큰 차체를 가진 대형 세단을 운전하면서도 체감되는 조향감은 불과 중형 세단 수준에 그친다. 그만큼 운전하기에는 편하다는 뜻이다.
■ M760Li xDrive..슈퍼세단이란 이런 것
스포츠 세단이라는 표현도, 플래그십 세단이라는 표현도, 럭셔리 세단이라는 표현도 이 차엔 어울리지 않는다. M760Li는 그냥 슈퍼세단이다.
충분히 럭셔리한 감각을 지녔고, 컴포트한 승차감을 발휘하지만, 이는 경쟁 상대로 지목되는 모든 플래그십 세단들이 가진 공통된 DNA라는게 기자의 생각이다.
그리고 M760Li는 BMW만의 아이덴티티로 제대로 차별화를 이룬 차다. 더 높은 출력의 벤틀리 플라잉스퍼나 메르세데스-AMG S65가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종합적으로 따져볼 때의 퍼포먼스, 그리고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의 측면에서는 이 차를 따를 모델이 없다.
가장 잘 할수 있는 방법들로 자신들이 추구하는 럭셔리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차, M760Li는 그런 차였다. 시승차를 반납하고 나니 새삼 김효준 사장이 말했던 BMW만의 럭셔리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던 기회였단 생각이 들었다.
시승한 M760Li xDrive의 가격은 2억233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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