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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자동차 역사의 보고(寶庫)..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 가보니
지난 14일(현지 시각) 오전 9시50분. 독일에서 모터쇼가 열린 프랑크푸르트로부터 약 250km 떨어진 슈트트가르트에 위치한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
가을비가 촉촉히 내리는 가운데, 남녀노소가 긴 줄을 서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들은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할 것 없이 다소 기대감에 들뜬 모습으로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벤츠 박물관 입장은 오전 10부터 가능하다.
박물관 정문 앞에는 벤츠의 고성능 브랜드 AMG 50주년을 기념하는 메르세데스-AMG GT C 로드스터가 관람객들의 시선을 모은다. 메르세데스-AMG는 1967년에 설립된 레이싱 엔진 제조 회사로 벤츠의 고성능차를 담당한다.
하나의 엔진을 한 명의 엔지니어가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제작하는 품질보증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건 AMG만의 특징이다. ‘한 사람이 하나의 엔진을 담당한다(One Man, One Engine)’는 건 메르세데스-AMG의 철학이기도 하다.
유선형의 강화유리로 층층이 둘러싸인 벤츠 박물관은 9층 건물로 11년 전인 2006년에 건립됐다. 독일은 1층을 0층으로 이용하는 것도 이채롭다. 유엔(UN) 스튜디오의 건축가 벤 반 베르켈(Ben Van Berkel)과 캐롤라인 보스(Caroline Bos)가 설계을 맡았는데, 모던하면서도 우아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뭔가 모르게 벤츠라는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에도 걸맞는 인상이다.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은 그야말로 자동차 역사의 살아있는 보고(寶庫)나 마찬가지다. 박물관은 총 1만6500㎡ 규모에 총 160여대의 자동차와 약 1500점 정도의 전시품들이 놓여있다. 그야말로 ‘역사를 알면 미래가 보인다’는 말이 실감될 정도다.
박물관은 꼭대기 층인 8층부터 0층까지 나선형 구조로 아래로 내려오면서 다양한 전시품을 관람할 수 있는데, 시대별, 주제별로 두 개의 전시코스로 나뉜다. 전시코스는 레전드룸과 컬렉션룸으로 구분된다.
7개로 구성된 레전드룸은 벤츠 브랜드의 역사를 시대별로 서술해 놨고, 4개로 나눠진 컬렉션룸은 벤츠의 포트폴리오와 컬렉션 등을 주제별로 전시해 놨다. 모든 벽면과 천장, 램프와 기둥들은 아치형태인데, 부드럽게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흘러 들어가는 유선형 타입이다.
레전드룸에는 1886~1900년, 1900~1914년, 1914~1945년, 1945~1960년, 1960~1982년, 그리고 제로 에미션 모빌리티관과 레이싱 기록관으로 구성된다. 또 컬렉션룸에는 교황이 즐겨탔던 차량이나 셀러브리티카, 소방차, 트럭, 버스 등 흥미롭고 다양한 역사를 담고 있는 테마로 꾸려졌다. 물론 관람자들은 벤츠의 다양한 컬렉션을 구매할 수도 있다.
고틀립 다임러(Gottlieb Daimler)가 자동차를 발명한 1886년부터 지금까지 131년간의 자동차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는 건 그야말로 심장을 들뜨게 만든다. ‘메르세데스-벤츠는 곧 자동차 역사’라는 말이 그저 머리속을 강타할 뿐이다.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에는 클래식카에서부터 미래의 수소차까지 다양한 차들이 전시돼 있지만, 우리가 평소 쉽게 살펴볼 수 없는 차량들을 몇몇 소개한다.
먼저, 8층 전시관 중앙에는 페이턴트 모터바겐(Patent Motorwagen)이 자리잡고 있다. 페이턴트 모터바겐은 벤츠의 창립자인 칼 벤츠가 1885년에 제작했던 차를 그 이듬해인 1886년 1월29일에 다시 복원시켜 독일 베를린에서 특허를 받은 차다. 특허 번호는 37435. 모델명도 여기에서부터 비롯됐는데, 페이턴트 모터바겐은 정확히 말하면 레플리카(Replicar)에 속한다.
페이턴트 모터바겐은 배기량 954cc의 단기통 4-스트로크 가솔린 엔진이 탑재됐다. 엔진 무게는 100kg이 넘었고, 차체 중량은 총 265kg에 달했다. 최고출력은 0.75마력(400rpm)으로 1분에 450m를 갈 수 있는 정도다. 최고속도는 시속 16km 수준.
페이턴트 모터바겐은 지구상에서 단 10대 정도만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4년 벤츠에서 기증한 페이턴트 모터바겐 1대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R)에서도 영구적으로 전시되고 있다.
벤츠가 1889년에 선보인 바퀴가 4개짜리 쿼드리시클(Quadricycle)도 전시된다. 배기량 565cc의 V2 엔진이 탑재됐는데, 1분에 700m 거리를 달릴 수 있다. 최고속도는 시속 18km. 다임러와 마이바흐에 의해 디자인된 쿼드리시클은 그 해 파리모터쇼에서 공개돼 호응을 얻었는데, 당시 파리 자동차 산업 발전에도 큰 역할을 맡게됐다는 게 박물관 측의 설명이다.
1892년에는 다임러에서 가솔린 엔진의 시초가 되는 소방 펌프를 이용한 차량인 모터-프로이어스프리체(Feuerspritze)를 내놓는다. 당시 이 마차는 2기통 엔진의 7마력의 파워를 지녔다. 1분당 300리터 규모의 펌프 출력은 당시 소방관 32명이 한번에 작업하는 양과도 같은 정도다.
벤츠 빅토리아(Victoria)는 1893년에 소개됐는데, 칼 벤츠가 만든 첫번째 4륜 차량에 속한다. 배기량 1726cc로 3마력의 엔진 파워를 지녔으며 1분에 450m 거리를 달렸다. 최고속도는 시속 18km 수준이었다. 빅토리아는 2개의 앞 바퀴를 통해 코너링에서도 안전성을 더했다.
1894년에 생산된 벤츠 벨로시피드(Velociped)는 벨로(Velo) 또는 바리안트(Variants)로도 불려졌는데, 1901년까지 무려 1200대가 판매된 차량이다. 벨로시피드는 최초의 소형차에 속하면서도 당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모델이기도 하다. 벨로시피드는 배기량 1045cc의 1.5마력 파워를 지녔으며, 1분에 450m를 달렸다. 최고속도는 20km 수준이다.
벤츠 옴니버스(Omnibus)는 1895년에 생산된 8인승 버스다. 배기량 2651cc로 최고출력은 5마력의 파워를 지녔다. 1분에 600m를 달릴 수 있었으며, 최고속도는 시속 20km를 나타낸다. 옴니버스는 독일 서부지역에서 몇 주간 실제 운영됐다.
다임러는 1896년 배기량 1060cc의 리멘바겐(Riemenwagen)을 내놓는다. 최고출력은 4.6마력으로 1분에 740m 거리를 달릴 수 있었다. 최고속도는 시속 18km 수준이었다. 150대 정도가 생산됐는데, 당시에는 대량으로 생산된 규모에 속한다. 리멘바겐은 빌헬름 마이바흐가 개발한 피닉스 엔진을 탑재했다. 여기에 분사 노즐 카뷰레터 방식과 벨트를 이용한 동력을 전달하는 등 새로운 기술력이 동원됐다.
1899년 다임러가 만든 계샤프트바겐(Geschaftswagen) 트럭도 전시된다. 계샤프트바겐은 배기량 1527cc 2기통 엔진이 탑재돼 5.6마력의 파워를 지닌다. 1분에 720m 거리를 주행했으며, 최고속도는 16km를 나타냈다. 짐은 최대 500kg까지 실을 수 있었다.
1902년에 선보였던 메르세데스-심플렉스도 눈길을 모은다. 심플렉스는 배기량 6785cc로 최고출력은 무려 40마력에 달했다. 1분에 1100km까지 달릴 수 있었는데, 최고속도는 시속 80km까지 가능하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엔진 파워다. 빌헬름 마이바흐가 디자인한 이 차는 현대까지 자동차 역사상 가장 성공했던 최고의 차로 평가받는다.
이 밖에 아랫층으로 내려와 0층에서는 벤츠의 컬렉션뿐 아니라 오래된 클래식카 쉽게 말해 중고차가 전시된고 있어 눈길을 모은다. 이곳에서는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쇼핑할 수 있는 구조인데, 벤츠의 오래된 사진속에서만 봐왔던 차량들이 즐비하다. 대략 2만 유로(한화 약 2710만원) 전후의 벤츠 클래식카들을 이곳에서 쉽게 구입할 수도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의 한 관계자는 “이곳 박물관은 메르세데스-벤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만나볼 수 있는 곳”이라며 “박물관이 건립된 이후 지금까지 매일 평균 3000명의 관람객이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박물관이 개관된지 10주년이 지났으니 대략 110만명 정도가 이곳에서 자동차를 보는 즐거움을 맘껏 누렸던 셈이다.
발길을 돌리는 찰라, 기자의 머릿 속은 그저 하얘지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역사는 짧지만, 그래도 지금은 글로벌 시장에서는 톱5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최고의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는 현대차가 자신들이 내놓은 첫차인 포니(Pony)를 아직까지 보관(?)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과연 정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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