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가장 미국적인 스포츠카의 하나였던 닷지(Dodge) 브랜드의 바이퍼(Viper)가 2017년 8월 17일, 약 4주 전이다. 그날 마지막 차량이 생산되고는 단종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개성 넘치는 차종 하나가 또 역사 속의 차가 돼 버린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바이퍼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기로 한다.

닷지(Dodge) 브랜드의 바이퍼(Viper)는 가장 미국적인 스포츠카의 하나로 여겨진 차였다. 그것은 최초로 양산 10기통 8,000cc엔진을 얹었다는 점에서도 그런 것인데, 실제로 8,000cc라는 배기량은 정말로 큰 것이다.

유럽의 럭셔리 스포츠카들 중에도 12기통 엔진을 얹은 고성능 차량들이 있지만, 배기량은 6,000cc 내외이다. 즉 실린더 한 개당 500cc가량 이므로 85mm 내외의 직경을 가지는 것이 보통인데, 10기통에 8,000cc이면 실린더 한 개당 800cc이고 100mm가 넘는 큰 직경을 가지므로, 이를 가리켜 빅 보어(big bore) 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이건 엔진의 외부로 보이는 부분이 아니긴 하다.

독일에서는 속도 제한이 없는 (경우가 많은) 아우토반(autobahn) 같은 고속도로 환경 때문에 차량의 최고속도가 높아야 한다는 요구가 크지만, 미국의 프리웨이(freeway)는 속도 제한이 시속 65마일(약 시속 104km)이고, 1996년 이전까지는 시속 55마일(약 시속88km)의 비교적 낮은 속도였기 때문에, 고속 주행성능보다는 시속60마일 내외의 속도까지 얼마나 빨리 가속되느냐가 더 중요했다.

그런 이유에서 미국의 스포츠카들은 유럽과는 성격이 다를 수 밖에 없었고, 저속에서도 큰 토크가 나오는 엔진을 가진 차량, 이른바 아메리칸 머슬카(American Muscle-car)라고 불리는 차들이 나온 배경이 바로 그런 교통환경 때문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러한 대 배기량 엔진을 가진 머슬카의 연비는 낮을 수 밖에 없었고, 1970년대 오일 쇼크 이후로 설 자리를 잃게 된다. 그런데 1980년대 후반으로 가면서 원유가격이 안정되고, 또한 과거의 머슬카에 대한 향수 등이 겹치면서 막강한 아메리칸 머슬카의 부활이라는 콘셉트로 바이퍼가 등장하게 되었던 것이다.

바이퍼 콘셉트 카가 처음으로 전시된 것은 1989년도 북미 오토쇼(North American Auto-Show)에서 였는데, 1988년에 크라이슬러의 사장이었던 밥 러츠(Bob Ruts)가 디자인 담당 임원에게 1960년대의 전설적인 스포츠카 코브라(Cobra)를 새로운 디자인으로 다시 만들어보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한 것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시기에는 1970년대 오일쇼크의 영향으로 대형 엔진을 가진 머슬카가 나오지 않던 때였기 때문에, 대다수 미국인들에게는 그런 머슬카에 대한 열망들이 잠재해 있었다.

그렇게 해서 나온 바이퍼 콘셉트 카는 긴 후드를 가진 근육질 차체 디자인으로 만들어져 전시되는데, 대중들의 반응은 뜨거웠다고 한다.

그런 호응에 의해 닷지의 픽업 트럭용 10기통 8,000cc 가솔린 엔진을 얹은 1세대 양산 모델이 SR-1 이라는 코드네임으로 2도어 2인승에 지붕이 없는 로드스터(roadster)로 개발된다.

양산 모델 RT-10의 휠 베이스는 2,440mm에 차체 길이는 4,450mm, 폭은 1,920mm, 높이는 1,120mm로 폭이 매우 넓고 낮은 차체에, 긴 후드를 가지고 있었다.

양산형 바이퍼 로드스터는 차체 디자인의 모티브가 된 클래식 코브라 모델을 연상시키는 앞 펜더와 도어의 근육질 이미지 조형과 아울러, 차체 측면의 도어 아래쪽으로 나와 있는 배기 파이프로써 강력한 머슬카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배기 파이프를 차체 측면에 설치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규가 있는 지역의 판매에 대응하기 위해, 배기 파이프를 뒤쪽으로 옮겨 설치한 모델이 추가로 개발되기도 했다.

이후 1992년에 GTS라는 이름의 쿠페(coupe)가 개발 될 때는 처음부터 배기 파이프를 뒤에 설치한 구조로 개발된다. GTS 모델은 1세대의 로드스터 모델에 고정된 철제 지붕을 올린 차체로 설계해 쿠페로 개발한 것이었지만, SR-II 라는 코드네임이 붙여지면서 차체의 설계 변경이 다수 이루어졌기 때문에 2세대로 구분한다.

그런데 지붕이 덮이면서 지붕의 윗면에 두 개의 굴곡이 있는 모양으로 만들어지면서 차체 전체의 형태 이미지가 유기체의 형태 이미지로 완성되어, 마치 실제 살모사(viper)와 유사한 인상으로 보이기도 한다.

게다가 모티브가 된 본래의 클래식 코브라 모델처럼 푸른색 차체에 두 개의 흰 띠를 둘러서 고성능 모델의 이미지를 강조한다.

한편 바이퍼 로드스터와 쿠페 모델 모두에서 특징적인 것은 앞 유리의 중심부의 기울기는 낮게 누워있지만, A필러의 각도는 그다지 큰 경사를 가지지 않아서 앞 유리가 둥글게 돌아간 형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에서 A 필러를 기준으로 볼 때 후드의 길이는 거의 차체 길이 절반에 이를 만큼 길어 보이고 캐빈의 크기는 더 작아 보인다.

바이퍼 쿠페의 차체에서 후드와 지붕의 유기적인 곡면 형태는 추상적 조형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살모사의 이미지를 매우 잘 반영하고 있다. 헤드램프의 형태 역시 살모사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공격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자동차 디자인이 단지 기계를 감싸고 장식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를 하나의 성격을 가진 대상으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2003년에는 바이퍼의 3세대 모델이 컨버터블과 쿠페 모델로 등장하는데, 배기량은 8,300cc로 더욱 커지면서 이전의 유기적인 형태에서 조금 더 각을 세운 에지 스타일로 변신한다. 그렇지만 1세대와 2세대 모델의 스타일링에 의한 충격만큼의 임팩트를 주지는 못했다.

3세대 모델의 휠 베이스는 이전보다 70mm 긴 2,510mm에 차체는 10mm 긴 4,460mm, 폭은 이전 모델과 같은 1,920mm, 높이는 90mm 가량 높아져서 쿠페는 전고가 1,210mm로, 컨버터블 모델은 1,230mm로 바뀐다. 높이를 높인 것은 실내 거주성을 고려한 것이다.

3세대 모델은 모서리에 각을 세운 디자인 때문인지, 살모사 같은 추상성은 부족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3세대부터는 접이식 지붕을 설치하면서 로드스터 대신 컨버터블 이라고 불리게 되는데, 사실상 1세대 모델은 접이식 지붕조차도 없이 완전히 열려 있는, 마치 바이크 같은 구조였다. 그래서 날씨에 따라 실용성에 한계가 있었던 단점을 지붕을 더해 보완한 것이었다.

그리고 2008년에 등장한 4세대 바이퍼 모델은 엔진 배기량이 8,400cc로 더욱 커졌지만, 차체 디자인은 3세대 모델의 후드 윗면에 마치 상어 아가미처럼 생긴 열 배출구를 6개 만든 것 이외의 큰 변화는 없는 것이어서, 사실상 3세대 모델의 페이스 리프트와도 같았다.

1989년에 처음 등장했던 콘셉트 카를 기준으로 하면 24년, 그리고 1992년에 나왔던 1세대 양산 모델을 기준으로 하면, 21년만에 5세대 모델로 발전해서 등장한 2013년 형 바이퍼는 오히려 1세대 모델의 디자인에 가까워진 유기체적 추상성을 가진 차체 형태이다.

엔진은4세대와 동일한 8,400cc V10이지만, 더욱 큰 휠을 달아서 앞 타이어가 P295/30ZR18, 뒤 타이어는 지름과 폭이 더 큰 P355/30ZR19로 모두 초광폭 타이어를 쓴다.

신기술도 반영해서 헤드램프에는 LED 주간주행등을 가지고 있다. 이 LED 램프로 인해서 전면의 인상이 좀 더 살모사 같이 날카롭고 차가운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다.

이제 30년을 향해 달려가는 바이퍼의 역사에서 그 동안에 변화된 바이퍼 심벌의 모습 또한 하나의 흥미거리이다. 콘셉트 카에는 심벌이 없었고, 1992년에 등장한 양산형 모델부터 심벌이 사용됐으니, 심벌의 역사로만 본다면 25년 정도 되는 것이다.

첫 번째의 심벌은 살모사를 약간 옆에서 바라본 모습으로 디자인 되었고, 두 번째는 정면의 모습이다. 그리고 5세대 모델과 함께 발표된 “Stryker”라는 이름의 바이퍼 심벌은 크라이슬러의 디자이너이면서 바이퍼의 소유자이기도 한 ‘빈스 갈란테(Vince Galante)’가 디자인한 것이라고 한다.

앞의 두 심벌보다 더 공격적인 모습으로 디자인되었다. 가장 미국적인 스포츠카 ‘머슬카’ 중의 하나였던 바이퍼는 아쉽게도 이제 단종됐다.

유럽의 스포츠카들이 고속주행성능과 코너링에 중점을 두는 특성으로 인해 정교한 기계의 느낌이 강한 반면에, 미국의 스포츠카는 빅 보어 엔진의 강력한 강한 토크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덩치 큰 보트 같기도 하고, 마치 식스 팩 복근을 가진 보디빌더 같은 이미지이다.

그런 이유에서 미국의 스포츠카가 유럽의 그것과는 달리 머슬카 라고 불리는 건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어쩌면 몇 년 뒤에 조금 더 디지털적인 모습으로 부활할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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