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번 버스./유튜브 캡처


서울 한 시내버스 운전기사가 어린아이 혼자만 정류장에 내리고 엄마는 내리지 못한 상황에서 “내려달라”는 엄마의 울부짖음에도 뒷문을 닫고 다음 정류장까지 내달렸다고 고발하는 인터넷 게시글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시버스운송조합 게시판에 이 사건을 고발하는 민원글이 올라온 뒤 이른바 ‘240번 버스 사건’으로 알려지면서 인터넷이 들끓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 6시55분쯤 이 게시판에 올라온 글은 서울 강남구 신사역에서 중랑공영차고지로 향하는 240번 버스 기사에 대한 고발 내용을 담고 있다.

글쓴이는 건대입구역 인근 버스정류장에 “5살도 안돼 보이는 여자아이가 내리고, 바로 여성분이 내리려던 찰나에 뒷문이 닫혔고, 아이만 내리고 엄마는 못 내렸다”며 “아주머니가 울부짖으며 아이만 내리고 본인이 못 내렸다고 문을 열어달라고 하는데 무시하고 그냥 건대입구역으로 갔다”고 적었다.

이어 “앞에 있는 사람들도 기사에게 내용을 전하는 데 그냥 무시하고 가더라. 다음 역에서 아주머니가 문 열리고 울며 뛰어나가는데 큰소리로 욕을 하며 뭐라 뭐라 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에 올라온 민원글/인터넷 캡처

정류장에 홀로 남겨졌던 아이는 다행히 금방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자양1파출소 측은 “아이 엄마가 아이를 찾고 파출소에 방문했다. 간단한 상담만 받고, 따로 신고는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버스 기사의 이 같은 행위가 유기죄에 해당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한 변호사는 “아이가 유기·방치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 정거장 더 가서 내려줄 수밖에 없다고 하면 형법의 유기죄가 인정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글은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됐다. 서울특별시버스운송조합 사이트는 민원 폭주로 서버가 다운됐고, 포털 블로그에는 “아이를 잃어버리면 어떡할뻔 했느냐”는 등 분노를 표출하는 게시물 2000여건이 올라왔다.

관련 글이 확산되자 서울시는 12일 당시 240번을 운전한 버스기사를 불러 경위서를 받고, 버스에 설치된 CCTV 영상을 분석하는 등 정확한 경위 파악에 나섰다.

서울시 관계자는 “CC(폐쇄회로)TV를 살펴본 결과 버스안에 사람이 많아 혼잡했고 아이가 엄마와 떨어져 있었다”며 “기사는 16초간 문을 충분히 개방한 후 닫았고, 어머니가 기사에게 얘기했을 때 물리적으로 버스가 출발해 8차선 도로에서 정차가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자체만 갖고 버스기사를 처벌할 근거는 없다”며 “처벌보다는 교육을 통해 재발 방지 조치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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