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디자인센터 미디어행사에서 인사말 전하는 카허 카젬 사장

한국GM이 철수설로 시끄럽다. 한국GM을 둘러싼 여러 가지 상황과 새로 부임한 카허 카젬 사장의 과거 이력이 알려지면서 철수설은 더욱 커지고 있다. 카젬 사장은 직전 부임지인 인도에서 내수 시장 철수 및 인도 생산기지 매각작업 등을 마무리한 구조조정 전문가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지엠이 지난 6일 인천 부평 디자인센터로 기자들을 초청했다.

쉐보레 디자인 철학을 설명하는 스튜어트 노리스 전무

가을을 재촉하는 부슬비가 내리는 이른 아침. 서울역 인근 대우재단 빌딩 앞에 모인 기자들과 함께 버스에 올라 인천 부평 디자인센터로 향했다. 디자인센터 강당에 들어서자 바로 카젬 사장이 등장했다. 행사에는 카젬 사장을 비롯해 스튜어트 노리스 디자인본부 전무, 황지나 부사장 등 주요 임원들이 총출동했다. 서로 다른 인사말, 설명으로 이날 행사를 시작했지만 이들이 전하는 말들은 하나로 모아졌다. 한국GM은 차량 생산과 디자인, 연구개발에 있어서 GM의 글로벌 사업 운영에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그러니 철수는 아니라고…)

볼트EV 디자인

이날 방문한 한국GM 디자인센터는 자동차 내외관 디자인, 컬러와 디자인 품질, 사업운영팀 등 총 10개 분야에서 180여 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2014년에 400억 원을 투자해 규모를 두 배 이상 늘리고 최신 디자인 설비를 완비, 전 세계 GM의 6개 글로벌 디자인 스튜디오 중 두 번째로 크다.

스파크, 아베오, 트랙스 등 쉐보레의 경소형차와 소형 SUV 프로그램을 전담하고 있다. 이 외에 볼트 EV, 스파크 EV 등 GM의 순수전기차 라인업의 디자인을 주도했다. 한국GM 디자인센터 총괄 스튜어트 노리스 전무는 “구체적으로 알려줄 순 없지만 앞으로 나올 차량에 대해서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지엠 디자인 센터. 쉐보레 볼트 EV 클레이 모델이 전시 돼 있다.

이날 설명은 한국GM 디자인센터 주도로 개발된 볼트 EV나 스파크 위주로 진행됐다. 실물 크기와 1/3 크기의 볼트 EV 클레이 모델이 전시돼 있었다. 개발 당시 사용했던 실제 모형들이다. 클레이 모델은 디자인 스케치를 바탕으로 찰흙 소재를 이용해 실제 자동차 모습에 가깝게 만든 입체 조형물이다. 실물 크기의 클레이 모델은 외관과 실내를 각각 1개씩 만드는 데, 외관은 경우에 따라 2개를 만드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인테리어 1팀 황보영 부장은 “볼트 EV의 경우 풋홀이 다른 차와 조금 다르게 생겼는데, 디자이너가 클레이 모델에 직접 앉아 실제 쓰는 가방을 뺏다 넣었다 하면서 효율성을 살리기 위해 공간감을 살려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스파크 코랄 핑크 디자인

다음 장소로 이동하니 코랄 핑크 색상의 스파크가 기다렸다. 코랄 핑크는 1세대 스파크에서 인기를 끌었던 모나코 핑크를 잇는 핑크 색상 시즌2 라고 봐도 무방하다.

컬러&트림팀 김홍기 팀장은 “샤벳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색깔이 섞이는 것을 보고 떠오른 색상이다. 메이크업을 한 듯 안 한 듯한 느낌으로 디자인하려고 노력했다”며 코랄 핑크 색상의 탄생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지엠 디자인센터

컬러&트림 팀은 자동차 색상, 소재, 마감재를 디자인 개발에 적용하는 조직이다. 뿐만 아니라 시장 트렌드 조사 및 디자인 전망을 통해 중장기 디자인 로드맵을 제시하는 일도 한다. 현재 나오는 차량의 외장색은 2~3년 전부터 제시된 색상이다. 김 팀장에 따르면 현재는 2020년 컬러 선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한국GM은 스파크 등 경차에 대해 가장 많이 아는 곳이기도 해 디자인팀의 몫이 매우 중요하다고.

다음으로 최신 기술이 모여 있는 2층 디자인실로 갔다. 이곳에선 3차원 입체 증강현실 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디자인 프로세스를 선보였다. 차세대 핵심 디자인 분야로 손꼽히는 과정 중 하나로 디자인센터에 설비를 새로 도입했다. 디지털 디자인팀 박지헌 팀장은 “몰입감이 뛰어난 VR은 디자인 품평 시 이용할 뿐만 아니라 엔지니어링, 마케팅 등 모든 분야에서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쉐보레 에퀴녹스. 배경 작업 등이 모두 CG로 작업됐다. 

이 밖에도 디지털 디자인팀에서는 차량의 개성과 비전을 표현하는 자동차 영상이나 이미지를 제작한다. 보도자료나 홈페이지에 올라가는 자동차 사진을 보다 보면 카메라로는 찍을 수 없는 앵글의 사진, 도저히 차로는 갈 수 없는 곳들이 배경인 사진을 종종 발견한다. 그는 “이런 사진 모두 CG작업을 거친 것들”이라며 “디자이너가 의도한 시간과 날씨, 차가 가장 아름답게 보여지는 라이팅 등을 적용해 이 차를 타지 않아도 타고 있는 것처럼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비주얼 작업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지엠 디자인센터 투어

지난 2014년 개관 행사 이후 처음 언론에 공개된 한국GM 디자인센터는 규모에 비해 조금은 한산했지만, 글로벌 GM 디자인 내 입지를 확인하기엔 충분했다. GM의 핵심 제품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 신기술을 접목한 첨단 디자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만한 곳이었다.

2시간여 걸린 디자인센터 투어가 거의 끝나갈 즈음 한 기자가 “디자인센터만 남기고 철수하는 것 아닌가요?”라고 돌발 질문을 던졌다. 이에 한국GM 홍보실 관계자는 “그런 얘기 하시면 다음엔 생산 시설이나 다른 곳의 방문 행사를 진행해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갑작스럽게 기자들을 불러 디자인센터를 공개한 한국GM의 숨은 의도는 무엇일까? 단순히 디자인센터의 역할을 설명해주기 위해서만은 아닌 듯하다. 이제 그만 ‘한국GM 철수설’이 수그러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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