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량 40%나 줄어들면서 부품사들에게 대금 연체 사태
中·佛 합작 협력사가 부품 끊어

현대자동차 중국 공장 5곳 중 4곳이 가동을 전격 중단했다. 중국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 조치로 현대차 중국 내 판매량이 전년 대비 40%가량 줄면서 현지 부품사에 약속한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했고, 이에 반발한 부품사가 공급을 중단하면서 공장 전체가 멈춰 선 것이다.

2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중국 법인 베이징현대는 지난주부터 베이징 1~3공장(연 생산능력 105만대)과 창저우 4공장(30만대) 가동을 잇따라 중단했다. 충칭 5공장(30만대)은 현재 시험 가동 중이라 이번 중단 사태와는 무관하다.

이번 사태는 베이징현대에 플라스틱 연료 탱크를 독점 납품하는 프랑스·중국 합작사 베이징잉루이제가 부품 대금 지급을 4개월이나 지연했다는 이유로 납품을 거부하면서 촉발됐다. 자동차 부품은 2만여개에 달하지만 이 중 1개만 공급되지 않아도 차량을 만들 수 없다. 베이징잉루이제에 밀린 부품 대금 규모는 1억1100만위안(약 189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아직까지 가동 중단 사태와 직접 관련 있는 부품 업체는 베이징잉루이제 1곳이지만 다른 부품 업체 사정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중국 현지에 현대차와 함께 진출한 한국 부품 업체는 145곳. 이들 대부분이 지난 3월 이후 부품 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고문수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전무는 "중국 부품 업체들이 4~6개월씩 대금을 못 받고 있어 유동성 위기를 맞고 있다"며 "국내 본사에서 차입을 해주거나 베이징 산업은행에서 융자를 하면서 근근이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현대는 현대차와 중국 베이징자동차가 5대5로 합작한 법인. 자금 관리는 베이징자동차가 맡고 있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베이징현대 내부에선 차입을 해서라도 밀린 부품 대금부터 지급하자는 의견도 있으나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차 중국 판매 부진은 지난 3월 사드 배치가 본격화하면서 심각해졌다. 현대·기아차 올 1~7월 중국 판매량(50만963대)은 전년 동기(87만8375대)보다 43% 감소했고, 중국 현지 공장 생산량도 같은 기간 67.5% 줄었다.

현대차 담당자는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업체와 납품 재개를 협의하고 있으며 설득이 안 되면 다른 협력사를 찾을 예정"이라며 "현지 사정으로 볼 때 곧바로 공장 가동을 재개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홈으로 이동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