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방향 콜 받고 택시비 아껴… '대리 앱' 수수료 20%만 내면 돼
카풀 개념… 투잡족과 달라

서울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정재현(29)씨는 며칠 전 스마트폰 앱(애플리케이션)으로 대리운전을 호출했다. 잠시 후 자신과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남자가 말끔하게 정장을 빼입고 나타나 "대리운전 부르셨느냐"고 물었다. 정씨가 "대리운전 기사냐"고 묻자 이 남성은 "근처 회사원인데 야근하는 날 집 방향의 대리운전 콜(호출)을 받아서 간다"며 웃었다. "콜을 따기가 어렵지만, 되기만 하면 택시비를 아끼고 점심값도 벌 수 있다"고 했다.

간편한 스마트폰 앱으로 대리운전 아르바이트를 하는 직장인들이 있다. 직업으로 대리운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야근 후 집 방향이 같은 콜을 받아 대신 운전해 주는 것이다. 돈도 벌고 집까지 가는 택시비도 아끼는 '꿩 먹고 알 먹고' 식 아르바이트인 셈이다.

지난해 5월 카카오가 스마트폰 앱으로 대리운전 기사를 호출하는 '카카오 드라이버'를 출시한 것이 계기가 됐다. 대리업체를 통해 일하려면 여러 가지 서류를 팩스로 보내고 매달 앱 사용비, 보험료, 수수료 등 각종 비용을 업체에 보내야 한다. 기사 부담 비용은 업체마다 천차만별이다. 또 하루 최소 할당량을 채워야만 대리기사 자격이 유지된다. 카카오 드라이버는 기사 전용 앱을 무료로 설치한 뒤 주민등록번호 앞자리 입력, 보험료 납부 동의, 운전면허증 사진 등록 후 인증 절차를 거치면 된다. 수수료 20% 외 비용은 발생하지 않고 할당량이 없다. 카카오 측은 "대리운전 기사 등록이 간편하고 언제 어디서든 자신이 원할 때 대리운전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대리운전 알바족(族)'은 낮에 다른 일을 하고 밤새 대리운전을 했던 이전의 '투잡족(族)'과는 차이가 있다. 행선지가 같거나 자신이 필요할 때만 용돈 벌이 삼아 한다. 지난 5월 기준 카카오의 대리운전 기사 전용 앱 가입자는 총 19만명. 카카오 측은 "일주일에 서너 번씩 아르바이트 삼아 대리운전을 하는 사람이 전체 가입자의 절반 정도"라며 "이 비중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소득이 적은 사회 초년생들은 한 푼이라도 더 벌고 아껴야 하는데, 그렇다고 '투잡'까지 뛰면서 자신을 혹사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며 "이런 심리가 '대리운전 알바'를 양산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리운전 기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대리운전 건수는 늘지 않는데 기사가 많아져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것이다. 한 대리운전 기사는 "말쑥하게 차려입은 '대리운전 알바'족을 보면 부아가 치민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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