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車, 통상 임금 판결 ‘내우외환’
사측 패소 땐 3조원 돌려줘야
자동차社 노조 본격 파업 예고
현대ㆍ기아 등 4개 업체서 진행
경유차 배출 가스 기준 강화
쌍용車ㆍ르노삼성車엔 직격탄
각종 악재 동시 터질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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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상반기 중국 '사드 보복'과 글로벌 자동차 판매 부진으로 위축됐던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8월 대란설'에 휩싸였다. 업체마다 아직 임금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한 상태에서 노조는 파업을 예고하고 있고, 오는 17일 3조원대 규모 기아차 통상임금 판결, 강화된 디젤 배출가스 기준 적용 등 악재가 한꺼번에 터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한국 자동차 산업이 중대 고비에 처했다"는 말도 나온다.

◇기아차 3조원대 통상임금 소송 눈앞
기아차는 오는 17일 7년간 이어져온 통상임금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이 소송은 기아차 노조가 "정기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해 달라"며 2011년 6869억원의 집단소송을, 2014년에는 조합원 13명이 약 4억8000만원의 대표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통상임금이 오르면 수당과 퇴직금도 함께 오른다. 이번 1심 선고는 집단소송과 대표소송이 동시에 진행되며, 대표소송에서 노조가 이기면 전 직원에게 일괄 적용된다. 사측이 패소할 경우 당장 1조원 임금과 소멸시효 3년을 감안한 소급분까지 합쳐 최대 3조원을 노조에 지급해야 한다. 판결 즉시 충당금 적립 의무가 발생해 당장 올 3분기부터 기아차 재무 상태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임금 패소로 인한 비용을 지급할 경우, 기아차 노조원들은 1인당 1억1000만원을 받게 된다. 기아차 관계자는 "통상임금에 상여금을 포함시키는 경우, 앞으로도 매년 1000만원 이상 지속적인 연봉 인상이 이뤄지게 된다"며 "결국 투자 여력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이 노조 승리로 결론 날 경우, 자동차 업체뿐만 아니라 다수 대기업 노조에서 추가 소송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경총은 2013년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소급분을 고려해 산업계에 총 38조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었다.

◇노조의 본격 파업 예상돼
노조 파업도 불안 요소다. 7일 현재까지 올해 임금 협상을 마무리 지은 업체는 국내 5개 완성차 업체 중 쌍용자동차가 유일하다. 나머지 업체들은 아직도 사측과 노조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는 지난 7월 파업을 가결했고 8월 중순 이후부터 본격 '투쟁'에 들어갈 예정이다. 실제로 7일 현대차 노조는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향후 부분파업 일정에 대한 논의를 했다. 한국GM 노조도 지난달 17일 4시간 부분파업을 벌였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는 오는 9월 노조 새 집행부 선출이 예정돼 있어, 그 이전까지 협상을 끝내기 위해 강경 행동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작년 총 24차례 노조 파업으로 생산 차질 13만1000여대, 2조9000억원 피해를 봤다. 올해도 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한다면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차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배출가스 기준 강화로 충격 예상
8월부터 시작된 타격은 오는 9월부터 실시되는 디젤 차량 배출가스 기준 강화로 이어지며 업계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환경부는 9월부터 디젤차 배출가스 기준을 강화해 적용할 계획이다. 신차의 경우 올 9월, 기존 차량의 경우 내년 9월부터 적용된다.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차량 판매가 금지된다. 당장 디젤차 비중이 높은 쌍용차와 본사가 해외에 있는 르노삼성 등은 이 기준에 발 빠르게 맞출 수 없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동훈 르노삼성 사장은 "내부 연구 인력을 총동원해 대응하고 있지만 극단적으로 'QM6'를 한동안 판매 중단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쌍용차 관계자도 "현재의 기술력과 자금력으로는 2019년 5월쯤에야 이 기준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보여 9개월간 주력 차종 판매를 하지 못해 1조5000억원가량의 매출 손실이 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됐다"고 말했다.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는 "가뜩이나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시장 선점을 놓고 글로벌 시장에서 첨예한 경쟁이 진행 중인 가운데, 한국 자동차 업계가 내부에서 여러 암초를 만났다"며 "정책적으로도 자동차 산업 생태계가 큰 타격을 받지 않도록 세밀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대차 울산공장 선적 부두에서 대기 중인 차량들. 현대차는 최근 국내와 해외 판매 부진에 노조 파업 등 각종 악재가 겹쳐 고전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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