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한국GM 사후관리 현황' 보고서
최근 경영악화 심각…자본잠식에 빠져
산은의 주총 비토권 올 10월 만료돼 GM본사 떠나도 막을 길 없어

한국GM의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한국GM의 국내 철수 가능성을 공식화했다. GM 본사가 철수를 결정하더라도 산업은행으로선 사실상 막을 방법이 없으며, 최근 GM 본사 측에 경영진단 컨설팅과 감사 등을 요구했지만, 완강히 거부당해 더는 손을 쓸 수 없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산업은행이 지상욱 바른정당 의원에게 제출한 ‘한국GM 사후관리 현황’ 보고서를 보면 산업은행은 GM의 한국 철수에 가능성 대한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GM 지분은 미국 GM이 76.96%, 산업은행이 17.02%, 상하이자동차가 6.02% 갖고 있다.

한국GM 부평공장./조선일보DB


산업은행은 ▲대내외 경영여건 악화 ▲GM 지분 처분제한 해제 임박 ▲GM 해외철수 분위기 ▲대표이사 중도 사임 발표 등을 근거로 한국GM의 철수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국GM은 2014년부터 작년까지 3년 연속 수천억대 적자를 낸 끝에 올 1분기에는 자본잠식에 빠졌다. GM이 유럽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하면서 한국에서 유럽으로 반제품 형태로 수출하던 물량이 타격받았고, 지난해 신흥국 경기침체로 수출부진이 심화한 데다 부분파업까지 벌어지면서 대규모 손실이 났다.

GM은 2013년부터 호주, 러시아, 남아공, 인도, 유럽 등에서 차례로 철수하는 등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글로벌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돈을 까먹고 있는 한국GM 역시 철수 대상에 오른 것 아니냐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산업은행이 특히 걱정하는 것은 GM지분 처분제한 해제 기한이 올해 10월이면 만료된다는 점이다. GM이 가진 한국GM 지분은 한국GM이 출범하던 2002년 10월 이후 15년간 처분이 제한돼 있고, 산은은 한국GM 총자산의 20%를 넘는 자산의 처분·양도와 관련된 비토권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 비토권이 올 10월이면 사라지는 것이다. GM 본사로선 올 10월 이후부터는 언제라도 갖고 있는 한국GM 지분을 팔고 떠나버릴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제임스 김 한국GM 사장이 최근 사임을 발표한 것도 한국GM의 국내 철수 가능성을 높이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 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산업은행은 “우리는 지분율 17%를 가진 소수주주에 불과해 대주주인 GM의 협조 없이는 경영통제에 한계가 있다고, GM의 일방적인 자료 통제와 비협조적인 행태로 정확한 사실도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GM측은 지난 몇 년간 ‘철수설’이 불거질 때마다 “한국은 우리의 주요 거점”이라면서 부인해왔다.

현재 한국GM 부평·창원·군산·보령 4개 공장에 근무하는 근로자 등을 포함한 전체 인원은 1만6038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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