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얼마 전에 아우디의 기함 A8이 공개됐다. 물론 국내에 정식 수입되려면 조금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겠지만, 전체의 디자인은 완전히 공개됐다.

이 모델의 디자인은 그전의 수장 볼프강 에게르(Wolfgang Egger)의 후임으로 새로이 마크 리히테(Marc Lichte)가 부임한 이후 전적으로 그의 주도하에 완성된 것이다.

물론 여전히 아우디는 2005년부터 적용해온 ‘모노프레임’ 이라는 이름의 라디에이터 그릴에 의한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강력하게 추진해 왔고, 또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점쳐 지지만, 아우디 그룹의 실무를 맡는 수석 디자이너의 교체 이후 완전히 바뀐 성향이 반영되어 등장한 A8은 향후 아우디 브랜드의 디자인에 변화의 바람이 불게 될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최근의 아우디, 정확히 말하면 2005년의 모노프레임 라디에이터 그릴에 의한 명확한 디자인 아이덴티티 통일 정책을 발표한 이후의 아우디의 디자인은 가장 성공적이고 모범적인 성장과 완성도를 보여주는 사례로 여겨져 왔다.

물론 디자인은 ‘취향’ 이 결부되어 하나의 디자인 결과물에 대해 모두가 똑같이 좋아할 수는 없는 것이지만, 적어도 아우디의 디자인은 2005년도에 모노프레임을 발표한 뒤의 아이덴티티 전략은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여기에 아우디는 그 이전에1980년대를 전후해서 공기역학적 이고 미래지향적 차체 디자인 도입 이후부터 선보인 모던한 디자인으로 시작해서 사각형의 분리형 라디에이터 그릴의 전체 차종으로의 확대 적용 이후 성공적으로 변신했다.

아우디는 이런 과정을 거쳐 독일의 다른 벤츠나 BMW 등과 같은 기존의 프리미엄 브랜드와 대등한 수준으로 성장한 후발(?)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평가를 받기 시작한다.

럭셔리 브랜드라는 관점에서 아우디가 ‘후발’ 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브랜드의 역사를 보면 아우디 역시 벤츠와 마찬가지로 19세기의 끝자락, 즉 1899년에 설립되고 차량을 개발하기 시작해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유서 깊은 브랜드임이 틀림 없다.

그러나 전통적인 고급차라는 관점에서는 ‘후발’ 브랜드라는 평가를 받아 온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러나 아우디는 1980년대 초에 전천후 콰트로(Quattro) 기술 발표 이후 브랜드의 이미지가 크게 상승하게 된다.

그리고 유리창의 단차를 줄여 플러쉬 서페이스(flush surface)를 가진 고도의 공기역학적 디자인 채택과, 2005년의 모노 프레임 채택 이후 가장 모던하고 세련된 디자인 이미지로 각광(脚光)받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2000년대에 들어와서 아우디는 A4와 A6, A8이 모두 서로서로 비슷해져 버린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모든 차종이 공유한다는 것에서는 일관성 있는 디자인 전략을 가지는 것이 맞는 방법일 수 있겠지만, 너무나 비슷하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그 이후 등장한 A4는 A6와 헷갈리는 면이 있었고, A6는 A8과 헷갈렸었다. 사실 A4와 A8은 전혀 다른 클래스의 차량인데도 차체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조건에서는 등급 구분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너무나 많이(?) 통일을 한 게 오히려 각 모델들의 개성을 약화시킨 것인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군인들의 군복은 통일성이 아니라 획일성(劃一性, uniformity)을 가지고 있다. 군복을 신체 사이즈에 맞추어 크기는 조정할지언정 형태와 구성 요소는 모두가 다 똑같은 것을 입기 때문에, 개인보다는 집단이 강조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통일성(統一性, unity)은 개체의 개성을 살리면서 전체적으로 통합을 추구하는 것이다. 즉 축구 응원단 ‘붉은 악마’는 제각기 다른 옷을 입을 수는 있지만, 색채는 모두 빨간색으로 통일한다.

이것이 바로 다양성 속의 통일성(unity in variety) 인 것이다. 물론 공통적인 요소를 얼마나 가지고 갈 것인가는 좀 더 따져봐야 하는 문제이긴 하다.

그런데 2014년에 등장했던 콘셉트 카 프롤로그(Prologue)는 모노프레임의 적용으로 획일적이었던 아우디의 디자인 이미지에서 변화를 보여 줬었다.

이전보다 커지긴 했지만, 비례와 성향이 더 자유로운 인상을 주는 육각형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보다 다양한 이미지를 보여 주었었다.

틀을 깨뜨린 듯이 보이는 디자인이면서도 여전히 아우디의 디자인 요소와 통일성을 가진 형태를 사용함으로써 변화 속에서의 일관성을 보여 준 것이다. 전체적으로는 통일을 하되, 개성을 최대한 살리는 방법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에 새로 공개된 A8이 그것을 모티브로 한 라디에이터 그릴을 달고 나온 것이다. 물론 크기는 더욱 더 커졌다. 필자는 2005년에 처음 아우디의 모노프레임 라디에이터 그릴을 보고는 그 크기 때문에 놀랐었는데, 새 그릴은 더욱 더 크다. 이것도 눈에 익으면 커 보이지 않을까? 앞으로 아우디의 디자인 변화를 기다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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