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코나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정의선 부회장이 직접 발표에 나설 정도로 기대감을 높인 이 소형 SUV는 이달 중 계약 건수 1만대 돌파를 예고하고 있다.

코나는 사전계약 대수 5000대를 넘어섰으며 이미 흥행을 예고했다. 본 계약을 합칠 경우의 계약 건수는 총 7000대 수준에 육박하는데, 이는 신형 그랜저 이후 ‘역대급’ 반응이라는 게 현대차 측의 설명이다. 현대차는 이를 통해 소형 SUV 시장 ‘새판짜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의 새로운 기대주로 등판한 소형 SUV 코나를 서울 여의도와 파주를 왕복하는 90km 구간에서 시승했다.

■ 개성 넘치지만 다소 복잡해 보이는 외관..실용성도 ‘글쎄’

코나의 첫 인상은 강렬하다. 가장 눈길을 끄는 디자인 포인트는 역배치 구성의 헤드램프다.

일각에서는 경쟁사의 모델과 유사한 느낌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캐스캐이딩 그릴을 적용해 정체성을 덧입히고 날카로운 선들을 더해 공격적인 인상을 더한다.

그러나 미적 감각을 추구하는 대신 실용성을 놓치는 건 아닐지 우려스럽다. 헤드램프가 아래에 위치한 특성 상 경미한 접촉사고에도 헤드램프까지 손상이 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반적인 차량이라면 범퍼 수리비만으로 끝날 수 있겠지만, 헤드램프 교체 비용까지 지불하는 상황이 오는 건 아닐지 걱정된다.

그릴 하단에 위치한 안개등과 리어범퍼에 위치한 후진등 및 방향지시등은 복잡한 느낌을 준다. 특히 투톤 컬러가 적용된 범퍼 색상, 방향지시등의 주황색, 제동등의 붉은색 등 다양한 색상이 한데 모여 있어서 다소 난잡한 인상이다.

그러나 전체적인 실루엣과 비례는 훌륭하다. 해치백 특유의 콤팩트한 느낌이면서도 SUV 특유의 굵직한 선과 다부진 체격은 작지만 야무진 감각이다. 체대 입시를 준비하는 축구부 고등학생을 연상케 한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공격적인 인상과는 대비된다. 멋을 부릴 줄 알지만 절제된 맛을 강조한다.

간결하게 배치된 버튼류의 구성과 평범한 디자인의 공조장치 디자인은 심플함의 극치를 표현하지만, 돌출형 디스플레이와 볼륨감을 더한 대시보드 디자인은 위트있는 느낌을 준다. 과한 인상을 주며 복잡한 버튼 배치 구성을 보인 이전 세대의 현대차 인테리어 디자인보다는 이쪽이 더 낫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시트포지션은 SUV임에도 제법 낮은 편에 속한다. 대시보드 패널이 운전자를 한겹 감싸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그럼에도 운전 중 시야 확보에 방해가 되진 않는다.

SUV임을 강조한 만큼 적재성과 공간 활용 능력은 수준급이다. 유럽 화물 적재공간 측정 방식인 VDA 방식을 기준으로 경쟁차 대비 우세한 약 360ℓ 수준의 화물 적재 공간을 확보했다. 이와 함께 트렁크 입구의 높이를 낮춰 편안한 자세에서 짐을 싣고 내릴 수 있도록 했다.

■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편의사양..동급 최고 수준

편의사양 구성은 수입차를 망라해도 동급 최고 수준의 구성이다. 소형 SUV 시장 진입이 늦은 만큼 경쟁 차종들의 장⋅단점을 면밀히 파악했다는 게 현대차 측의 설명이다.

운전석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운전자의 시선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컴바이너 헤드업 디스플레이다. 컴바이너 디스플레이는 별도의 글라스에 주행정보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전원이 꺼진 상태에서는 숨겨져 있다가 작동 시에만 자동으로 올라온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에는 길안내를 비롯, 속도 정보와 현대 스마트센스 작동 정보 등을 표시해 편의성을 높였다. 여기에 스마트폰 무선충전 시스템, 애플 카플레이, 미러링크 등 첨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적용됐다.

이와 함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과의 협업을 통해 전용 애플리케이션도 적용됐다. 스마트폰에 설치된 전용 앱을 구동해 멜론 서비스를 자동차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다만 블루투스 및 와이파이 무선 연동을 지원하는 타 서비스와 달리 케이블만으로 연결이 가능하다는 점은 개선을 요한다.

최근 현대차의 방향성에 따라 능동형 주행보조시스템인 ‘현대 스마트센스’도 적용됐다. 코나에 적용된 현대 스마트센스 패키지에는 스마트 크루즈컨트롤, 전방 충돌방지보조, 차선유지 보조, 운전자 부주의 경고, 후측방 충돌경고, 후방 교차충돌 경고, 하이빔 보조 기능이 패키징됐다.

■ 일상 주행용으로는 손색없지만..조금 부족한 운전재미

코나는 1.6리터 가솔린 터보엔진과 1.6리터 디젤 등 2가지 파워트레인으로 구성됐다. 여기에 7단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가 탑재되며 AWD 시스템은 가솔린 엔진에서만 선택할 수 있다.

시승차량은 1.6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과 AWD 시스템이 조합된 모델로, 최고출력 177마력, 27.0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해당 엔진은 쏘나타 뉴라이즈 1.6 터보, 벨로스터 터보, 아반떼 스포츠, i30 등에 적용되고 있는 엔진과 같지만 출력에선 차이를 보인다.

때문에 1.6 터보라는 말만 들으면 이 차의 동력성능에 큰 기대를 걸기 쉽다. 그러나 아반떼 스포츠, 벨로스터 터보 등과 같은 차량의 출력을 생각한다면 실망할 수 있겠다.

B세그먼트 SUV에 177마력이란 결코 부족한 성능이 아니지만, 체감되는 엔진의 질감은 퍼포먼스 보다는 승차감과 연료 효율성에 포커스를 맞췄다.

1500~4500rpm의 넓은 영역에서 발생하는 최대토크 탓에 출력은 넉넉하다. 도심형 SUV로서 손색없거니와 고속 주행에서도 넉넉한 토크감 탓에 가속도 여유롭다.

여유가 넘치다보니 체감 출력이 크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현대차 특유의 즉각적인 엔진 리스폰스와는 달리 조금은 느긋한 세팅이다. 도심 주행 빈도가 많을 소형 SUV의 특성을 생각한다면 다소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DCT는 아주 기민하게 움직인다. 수동 변속시의 직결감도 만족스럽다. 4000~5000rpm에서 강제로 변속을 이어나는 컴포트 모드와 달리, 스포츠 모드에서는 최고 rpm 인근에서 어느 정도 엔진 회전수를 붙잡고 있는 기특한 모습을 보인다.

스티어링 응답성은 기민하지만 보다 높아진 차체와 승차감 위주의 세팅 탓에 코너링 시 다소 뒤뚱거리는 양상을 보인다. 반복되는 롤링에서는 서스펜션이 다소 지친 모습을 보인다. 물론 소형 SUV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정도는 준수한 수준.

다만 2030세대를 주요 타깃으로 삼는 만큼 운전의 즐거움을 배가시킬 수 있는 세팅을 더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강하게 남는다.

■ 보편성 갖췄지만 매력을 꼽으라면 어려운 코나

디자인 경쟁력도 높고, 편의사양도 풍부하다. 주행성능은 큰 단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코나는 잘생겼고 공부도 잘하는데 운동도 잘하는, 모든걸 가진 ‘엄친아’ 같은 차다.

현대차는 코나를 소개하며 시장 진입에 늦은 대신 경쟁사들의 단점을 면밀히 분석했단 점을 재차 강조해왔다. 우리가 엄마 친구 아들에게 비교당하는 점과 같다.

완벽할 정도로 모든 점을 갖췄지만, 이 차에 확 끌리는 결정적 한방이 없다는 뜻이다. 좋은 차라는 건 분명히 인정하지만 구매 의사를 묻는다면 조금은 망설여지는 이유다.

맛집으로 유명한 식당은 한가지 메뉴만으로도 장사를 잘 한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한식⋅중식⋅일식⋅양식을 모두 갖춘 식당은 대중적일지언정 맛집으로 소문나는 건 본 적이 없다. 물론 오늘은 한식을, 내일은 양식을 골라 먹을 수 있다는 건 하루하루가 즐거울 수도 있다.

경쟁사를 섭렵해 단점을 모두 보완했다는 코나. 그 완벽하다는 장점이 매력이 없다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지는 않을지 조금은 우려된다.

[관련기사]
이광국 현대차 부사장, “코나는 소형 SUV의 완전판”

홈으로 이동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