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체 디자인의 이미지를 좌우하는 요소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사실상 모든 조형요소들이 전체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데 일조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맥락으로 본다면 사소한 부품의 이미지 하나도 전체 이미지에 영향을 미치는, 그래서 정말로 작은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자동차 디자인이라고 말 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차체의 여러 부분 중에서 전면부는 그 차의 첫 인상을 결정해주는 역할을 하고, 차체 측면의 이미지는 그 차량의 성능과 용도, 그리고 가장 중심이 되는 성격을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그것은 차체 측면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엔진룸의 크기, 실내 공간의 크기, 차체의 자세 등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디자이너들은 차체 측면의 형태를 구성하는 여러 부분들의 형태나 크기를 정하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그런 요소들 중 하나가 바로 휠 아치(wheel arch)의 형태이다. 특히 최근에 와서는 차량들이 전반적으로 바퀴와 휠의 크기를 크게 만드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데다가, 특히 SUV를 중심으로 하는 차량들은 건장한 이미지를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휠아치의 디자인이 특히 중요하다.

SUV에서 휠아치의 중요성은 1990년대에 등장했던 미쯔비시의 파제로(Pajero)에서 눈에 띄기 시작한다. 물론 이 모델은 국내에서도 거의 똑 같은 디자인으로 갤로퍼(Galloper) 라는 이름으로 생산됐고, V6 엔진을 탑재한 모델에 광폭의 휠과 타이어를 장착하면서 두툼한 휠아치 가드를 덧댄 모델이 등장한다.

그런데 이렇게 휠아치가 두터워지면서 차체는 매우 건장한 이미지로 강조돼 보였고, 이 당시에 국내의 수많은 갤로퍼의 오너들은 마치 유행처럼 휠아치 가드를 대기 시작했었다.

휠아치를 강조한 모델과 그렇지 않은 모델의 이미지 차이는 상당히 컸기 때문이다. 그 뒤로 등장한 쌍용의 무쏘는 처음부터 모든 모델에 휠아치 가드를 대고 나왔었다. 한참 뒤에 등장했던 렉스턴은 말할 것도 없었다.

최근에 등장한 국산 대형 SUV 모델 G4 렉스턴은 국산 SUV 중 가장 큰 차체를 가지고 있는데, 차체 크기는 전장 4,850mm에 전고 1825mm, 휠베이스는 2,865mm이다.

한편 최근에 등장한 볼보 XC90 역시 매우 건장한 차체를 보여준다. XC90은 전장 4950mm, 전고 1,775mm, 휠베이스 2,934mm의 전형적인 대형 SUV이다. 휠은 무려 22인치의 크기가 장착된다.

G4 렉스턴의 휠베이스는 XC90에 비해 60mm정도 짧지만, 높이는 50mm 가량 높아서 정말로 건장한 크기이다. 그렇게 높은 차체를 가지면서도 뒤쪽의 쿼터 글래스를 작게 만들어서 오히려 뒤쪽의 차체 부피감은 더 커지고 무거워 보여 뒷바퀴를 시각적으로 누르고 있다.

대형 SUV는 차체의 부피감이 물론 중요하지만, 그런 무게감과 아울러 잘 달릴 수 있을 것 같은 건장한 이미지를 살릴 수 있는 차체의 비례를 만드는 것이 디자인의 포인트리고 할 수 있다.

물론 무조건 넓은 유리창이 능사는 아니지만, 좁은 유리창을 그대로 두더리도 여기에 휠아치만이라도 알맞게 강조되었더라면 조금은 더 완성도 높은 건장한 이미지를 가졌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드는 게 사실이다.

물론 볼보의 모델을 비롯해서 최근 SUV들의 휠아치 가드 디자인은 과거 갤로퍼나 무쏘와는 다른 디자인으로 강조하는 방법을 쓴다.

G4 렉스턴은 잘 만들어진 차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필자가 느끼는 G4 렉스턴의 디자인에서의 아쉬움은 쿼터 글래스나 휠아치 디자인의 균형이 육중한 차체를 돋보이게 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G4 렉스턴은 차체 색이 검정색이라면 오히려 더 건장해 보일지도 모른다. 균형 잡힌 건장한 디자인의 대형 SUV를 만나려면 다시 한 세대를 기다려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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