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로버 디스커버리는 지난 1989년 첫 선을 보인 이래 글로벌 시장에서 120만대 이상 판매된 랜드로버의 베스트셀러다.

‘발견’이라는 뜻을 지닌 디스커버리는 이름대로 운전자로 하여금 새로운 길과 몰랐던 사실을 ‘발견’하게하는 자동차로서 높은 인기를 모아왔다.

큰 덩치에 맞지 않게도, 랜드로버의 본고장 영국에서는 디스코(Disco)라는 애칭으로 더 잘 알려져 있기도 하며, 로버 산하에 있을 시절엔 당시 로버그룹의 협력관계였던 혼다의 배지를 달고 판매된 독특한 이력도 남아있다.

모델명 뒤에 1,2,3,4를 써가며 세대를 구분했던 것과 달리, 5세대 디스커버리는 앞에 ‘올 뉴’를 붙였다. 지금껏 보여온 디스커버리와는 얼마나 달라졌을지, 서울 양재동에서 유명산 자락을 왕복하는 온․오프로드 코스에서 올 뉴 디스커버리를 시승했다.

■ 익숙함 속 낮선 디자인..레인지로버와 비슷해진 건 아쉬움

단번에 봐도 이 차가 랜드로버라는 건 쉽게 알아챌 수 있다. 그러나 이 차가 디스커버리라는걸 쉽게 알아챌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레인지로버 스포츠라고 해도 믿을 디자인이다.

반듯하게 잘라놓은 두부같던 디자인은 유선형이 강조됐고, 디스커버리의 상징적인 디자인 포인트로 평가되던 C필러는 독특한 각도로 기울어져 있다.

물론 비대칭 테일게이트, 클램쉘 타입의 보닛 등은 기존의 디스커버리에서 보여진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잘 담고 있다. 랜드로버의 새로운 디자인 시그니쳐가 한껏 적용된 건 통일성을 주기 위한 정책이었겠지만, 네모 반듯하고 껑충한 디스커버리 특유의 스타일이 계속 눈에 밟히는 건 기자만의 욕심일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바뀐 디자인 덕분에 효율성은 높아졌다. 올 뉴 디스커버리는 새롭게 디자인된 유선형 차체 덕분에 역사상 가장 에어로다이내믹한 디스커버리로 기록됐다.

올 뉴 디스커버리의 공기저항계수는 0.33Cd를 나타내는데, 기존의 0.40보다 높아진 효율이다. 디스커버리의 공기저항계수가 보다 낮고 날렵한 SUV인 BMW X6의 0.32 수준과 유사하다는 건 흥미로운 부분이다.

■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속..첨단 기술 대거 탑재

인테리어의 고급감은 상당하다. 손이 닿는 곳들의 가죽 질감은 매끄럽고, 짤깍거리며 눌리는 버튼의 조작감도 만족스럽다.

화려하진 않지만 심플하게 구성된 센터페시아의 배치는 간결한 느낌이고, 곡선 하나 없이 수평으로 곧게 뻗은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시원시원한 인상을 준다.

7인승 SUV가 3열 좌석까지 이렇게 사려깊긴 어렵지 않을까. 랜드로버는 세계 최초로 인텔리전트 시트 폴딩 기능을 적용했다. 스마트폰을 통해 2열과 3열의 시트포지션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은 눈길을 끈다.

3열에 앉아 봐도 거주성엔 전혀 불만이 없다. 3열 탑승자의 레그룸을 확보하기 위해 2열 공간을 조절할 수도 있거니와, 3열의 플로어는 1열과 2열보다 높은, 극장식 배치를 하고 있기 때문에 개방감도 높다.

운전자 뿐만이 아닌 탑승자를 위한 배려는 곳곳에 보여진다. 6개의 12볼트 시가잭 소켓과 9개의 USB 충전 포트 등은 모든 탑승자가 자신의 모바일기기를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한다.

운전자를 위한 커넥티드 기술도 눈에 띈다. 10.2인치 터치스크린으로 보여지는 랜드로버의 인컨트롤 시스템은 T맵 내비게이션과 지니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국내 고객만을 위한 서비스를 추가했다.

아웃도어를 즐기는 고객이 배려된 점은 특별하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첨단 견인보조 시스템(Advanced Tow Assist)인데, 캐러밴이나 트레일러를 견인한 상황에서 후진조작을 능동적으로 보조한다. 자동으로 스티어링 동작이 제어되기 때문에 보다 편안하게 후진할 수 있다는 점은 강점이다.

이밖에도 사각지대 모니터링 시스템, 차선유지보조 및 차선이탈 경고시스템 등 첨단 주행보조 시스템(ADAS)도 적용돼 주행 편의성과 능동형 안전성능도 강화했다.

■ 주행환경 고려할 필요 없는 전천후 주행성능

올 뉴 디스커버리의 주행 성능은 소제목과 같다. 비가오나 눈이오나 바람이부나 한결같다. 도로에서도 발군이고, 오프로드 주행에서도 발군이다.

올 뉴 디스커버리는 2.0리터 인제니움 디젤엔진, 3.0리터 TD6 디젤엔진 등 두가지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시승 차량은 3.0리터 6기통 엔진이 탑재된 TDV6 모델로, 최고출력 258마력, 61.2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6기통 디젤 톡유의 넉넉한 출력은 온로드 주행에서 여유를 더한다. 서서히 속도를 높여나가도 2000rpm 내외에서 가속이 이뤄질 정도로 토크감이 풍부하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데엔 단 8.1초가 소요되기 때문에, 성능에 대한 불만은 전혀 없다.

랜드로버의 차세데 4-코너 에어서스펜션은 만족스러운 승차감을 제공한다. 마치 차체가 프레임 위에 떠있는 채 움직이는 느낌이다. 왠만한 잔진동은 거의 전달되지 않는다.

디스커버리는 날것 그대로의 오프로드 성능을 강조하는 지프 랭글러와는 대척점에 서있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랭글러가 산에서 오래 살며 맨발로도 산속을 뛰어다닐 수 있는 자연인 같다면, 디스커버리는 다양한 장비를 두르고 산행에 임하는 전문 산악인 같다.

그래서인지 오프로드 주행에서도 의외로 편안하고 안락한(?) 주행이 가능하다. 차체가 일정 각도 이상 기울어지더라도 차량의 밸런스는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다만 반복되는 롤링에서는 피로도가 가중되는 듯 하다. 차체의 쏠림이 반복될수록 이후의 여진도 점차 누적되어간다.

잔디, 자갈, 눈길, 진흙, 모래 등 다양한 지형에 대응하는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은 오프로드 주행의 즐거움을 더하는 백미다. 노면 상황에 맞게 차량 스스로 구동력과 섀시 반응, 변속기 세팅 등을 변경하기 때문에 운전자는 스티어링에만 집중할 수 있다.

특히, 샌드모드(모랫길 주행)가 재밌는데, 일정 수준의 휠 스핀을 허용하기 때문에, 스핀을 일으키며 장애물을 이탈하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 올 뉴 디스커버리..조금 더 마초같았으면

올 뉴 디스커버리는 한편으로는 제국주의 시절의 영국 그대로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 선진 문물과 다양한 기술들로 식민지를 개척하고 정복해나가는 느낌이랄까.

차량 바깥의 열악한 환경에도 운전자는 고급스러운 실내에서 메르디안 오디오 사운드를 들으며 여유로운 운전을 만끽할 수 있다. 풀과 흙, 돌을 짓밟아나가면서 말이다. 뭔가 권위적이고 귀족적인 느낌이 다분하다.

올 뉴 디스커버리에서 딱히 단점이란 건 없다. 모름지기 1억짜리 차 치고 안좋은 차는 없다. 풍부한 출력과 안정적인 오프로드 주파능력, 고급스러운 실내와 풍부한 편의사양 등 어디 하나 비판할 건 없다.

배다른 형제인 재규어 F페이스와도 차별화에 성공했다. F페이스가 주행성능과 퍼포먼스를 강조했다면, 디스커버리는 오프로드 주행성능과 가족을 위한 편의를 한층 강조했다.

다만 오프로드쪽에 조금 더 비중을 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워낙 럭셔리해진 탓에 ‘디스커버리’라는 단어와는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도 든다.

랜드로버의 정통 오프로더 ‘디펜더’가 단종됐고, 비슷한 체급의 레인지로버 벨라가 존재하는 만큼, 디스커버리까지 고급스러울 필요는 없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물론 디스커버리는 국내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모으며 잘 팔릴 것이다. SUV 시장은 점차 커지고 있고, 디스커버리는 랜드로버의 전통적인 베스트셀러기 때문이다.

올 뉴 디스커버리의 가격은 8930만~1억56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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