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중앙지법 재판에서 눈을 감고 앉아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연합뉴스


592억원대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첫 정식 재판이 3시간만에 끝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는 23일 오전 10시부터 3시간 동안 박 전 대통령, ‘비선실세’ 최순실 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을 출석시켜 재판을 진행했다.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이번 재판은 변호인단과 기자단, 일반인 방청객 등이 몰려 대법정을 가득 채웠다. 그나마도 일반인 방청객은 7대1이 넘는 추첨에서 당첨된 시민만 입장이 가능했다.

법정에서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공소 사실에 적시된 혐의 일체를 부인했다. 유 변호사는 롯데그룹에게서 K스포츠 재단 등 출연금을 받은 대가로 면세점 사업권을 허가해줬다는 혐의에 대해 “피고인이 신동빈 회장에게 청탁 받은 사실이 없고, (K스포츠재단 관련 건물) 건설자금 75억원을 지원해달라고 한 적도 없다”고 했다. 유 변호사는 그 외의 모든 혐의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23일 법원에 출두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뉴시스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에 대해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씨에게 연설문 표현 문구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라’고 했으며, 인사 (개입) 관련한 이야기는 한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또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나 공모했는지 공소장에 설명이 있어야 하는데 일체 없다”고 유 변호사는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 스스로도 공소사실을 인정하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변호인 입장과 같다”면서 부인하는 취지로 말했다. 이어 의견이 없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는 “추후에 밝히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또 재판부가 국민참여재판 희망 여부를 묻자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삼성 등 대기업에서 총 592억원의 뇌물을 받거나 요구·약속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재판을 받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수감된 지 53일 만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연합뉴스


이날 재판은 박 전 대통령이 구속 이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박 전 대통령은 구치소에서 구입한 집게핀과 머리핀 등으로 특유의 '올림머리'를 유지하고 나왔다. 짙은 파란색 정장 차림으로, 가슴에는 인번호 ‘503번’이 쓰여진 배지를 달았다.

법원 출석에서부터 이번 재판을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박 전 대통령이 수감돼 있는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는 새벽부터 박사모 등 지지자들의 시위가 이어졌다. 오전 8시 37분 쯤 파란색 법무부 호송용 미니버스에 교도관과 단 둘이 탑승한 미니버스는 별다른 경호나 교통통제 없이 구치소를 빠져나왔다. 출근 시간이라 차가 좀 막혀 9시 10분쯤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했다.

도착한 박 전 대통령은 지하 구치감에서 대기했다가, 10시가 넘어서 법정으로 들어갔다.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40년 지기인 ‘비선실세’ 최순실씨와는 눈을 마주치지 않고 정면만 바라봤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중간에는 이경재 변호사(최순실 측)가 앉았다.

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취재진들이 출두 예정인 박근혜 전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오경묵 기자


오후 1시쯤 재판을 마친 박 전 대통령은 다시 법무부 호송 버스를 타고 서울구치소로 돌아갔다. 다음 재판은 25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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