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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산둥성 韓유치원생 버스 화재 참변, 악몽같은 27분 재구성…"주변에 돕는 사람 없었다" 비난도
한국 국적 유치원생 10명 등 12명이 숨진 중국 산둥성(山東省) 웨이하이(威海)시 유치원 통학버스 화재 참변은 터널 내 교통사고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확인됐다.
또 사고 27분 만에 불길이 잡혔음에도 사고 당시 현장을 지나는 차량 운전자들이 적극적으로 구조에 나서지 않았다는 비난도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웨이하이 현지 공안 당국과 주중한국대사관, 현장 목격자 전언 등을 종합해 당시 사고를 재구성해보면 ‘웨이하이 중세한국국제학교’ 부설 유치원 버스는 운전자 1명과 인솔교사 1명, 유치원생 11명 등 총 13명을 태운 채 9일 오전 9시(현지 시각) 웨이하이시 환추이(環翠)구 타오쟈쾅 터널에 진입했다. 유치원이 있는 웨하이 경제기술개발구와 시내의 중간 지점에 있는 터널이다.
유치원 버스는 터널에 진입한 뒤 300여m를 지날 때쯤 쓰레기 운반 차량을 들이받았다. 이 충격으로 버스 앞쪽 출입구 근처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불길은 순식간에 일어났고, 점차 차체를 타고 번져 버스 내부를 연기로 가득 채웠다. 불길로 출입구가 막히자 유치원생과 인솔교사, 운전기사는 버스에 갇혔다.
소방차가 출근길 차량으로 가득 찬 도로를 뚫고 현장에 도착해 진화 작업을 시작한 시점은 사고 발생 10여분 뒤였다. 소방당국은 사고 27분 만에 불길을 완전히 잡았지만, 4∼7세의 어린 유치원생들이 견디기에는 긴 시간이었다.
결국 한국 어린이 10명과 중국 어린이 1명, 운전기사는 불길 속에서 숨졌다. 인솔교사 1명은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숨진 운전기사는 탈출구를 찾으려 한 듯 버스 중간 통로에서 발견됐다. 현장 조사에 나선 칭다오 총영사관 관계자는 "운전기사가 출입문이 불길에 막히자 탈출로를 만들어 보려다가 연기에 질식해 숨진 것으로 보인다"며 "출근 시간대 터널 안에서 불이 나는 바람에 피해를 키웠다. 정확한 사고 경위는 추가 조사를 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매체와 인터넷에선 사고 현장을 목격한 차량 운전자들이 소방당국에 신고는 했지만 적극적인 화재 진화와 구조에는 나서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사고 당시 유치원 버스에 불이 붙었으나 주변 차량이 정차해 도움을 주기는커녕 그냥 지나치고 오히려 사진을 찍어 올리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화재로 버스 안에서 출입문을 열 수 없는 상황에서, 현장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외부에서 출입문을 부수는 등 탈출구를 마련해줘야 했다는 지적이다.
봉황망은 "사고 영상을 보니 터널 내에 연기가 자욱한 가운데 버스에 큰불이 난 것이 보였으나 주변의 차들이 멈추지 않고 통과했다"면서 "터널 입구에서 연기가 새어 나오고 있었으나 다수의 소방차가 멈춰서 있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