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당 인근 차량 테러, 3명 죽고 40여명 다쳐… IS "우리 소행"]

- 테러 안전지대 영국마저 뚫렸다
범인, 키 175㎝ 이상 40대 추정… 현장에서 사살… 8명 추가 체포
英총리 "비열한 공격에 맞설 것" 한국인 5명 부상, 생명 지장 없어
벨기에 북부서도 차량테러 시도… 남성 용의자 1명 현장서 붙잡혀

"순식간에 차가 인도를 덮쳐 사람들을 그대로 쓸어버렸다. 사람들이 곳곳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생지옥이었다."

지난 22일 오후 9시쯤(현지 시각) 영국 런던 시내 웨스트민스터병원에서 만난 한국 여행사 가이드는 테러 순간을 떠올리며 치를 떨었다. 영국 경찰은 "오후 2시 40분 영국 의사당과 인근 웨스트민스터 다리 위에서 차량·흉기를 이용한 테러가 발생해 경찰관 1명을 포함해 3명이 숨지고, 40여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범인은 현장에서 사살됐다.

테러 당시 다리 위에는 한국인 관광객 23명이 있었고 이 중 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67세 여성 관광객은 머리를 크게 다쳐 수술을 받았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언론은 "이번 테러는 지난 2005년 7월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조직 알 카에다의 지하철 자살 폭탄 테러로 52명이 숨진 이후 12년 만에 영국이 겪은 가장 큰 테러"라고 했다. 특히 이날은 작년 벨기에 브뤼셀 연쇄 자살 폭탄 테러로 34명이 숨진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영국은 그동안 프랑스·독일 등과 달리 테러 공격을 받지 않아 상대적으로 안전한 국가로 꼽혀왔다.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범인에 대한 정보가 조금씩 공개되고 있다. 영국 경찰은 범인이 영국 출신이며 테러 연관성 때문에 정보기관에 그의 존재가 알려져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테리사 메이 총리는 "용의자는 영국에서 태어났으며, 수년 전 폭력적 극단주의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의심돼 MI5(국내 담당 정보기관)로부터 한 차례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현장에서 촬영된 사진과 목격자 진술 등을 종합하면 범인은 40대로 추정되며 키 175㎝ 이상의 건장한 체격에 구레나룻을 길렀다. 일간 가디언은 "범인은 극단주의 무장 단체 이슬람국가(IS)에서 영감을 받은 '외로운 늑대'로 판단된다"고 했다. IS 선전 매체인 아마크통신은 23일 "IS 전사가 이번 공격을 실행했다"고 주장했지만 범인이 IS의 직접 명령을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보도했다. 이날 테러범은 불특정 민간인을 겨냥해 무차별 테러를 저지른 뒤 영국 의회민주주의의 심장인 웨스트민스터 의사당 진입을 노렸다. 범인은 빌린 현대차 i40 승용차를 타고 의사당 바로 앞 웨스트민스터 다리 위에서 인도로 뛰어들어 행인들을 향해 무차별 돌진했다. 차량이 질주한 거리는 500여m였다.

범인은 차가 의사당 벽에 부딪혀 멈추자 영내 진입을 시도했다. 의원 차량 출입구 쪽으로 들어간 그의 손엔 8인치(약 20㎝) 길이 칼 두 자루가 들려 있었다. 그는 비무장 경관 키스 파머(48)를 여러 차례 찔러 숨지게 한 뒤 의사당 건물 쪽으로 가다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경찰은 범인이 차를 빌릴 때 기재한 것으로 알려진 버밍엄 주소지 등 6곳에 대해 밤샘 급습 작전을 벌였고, 8명을 체포해 이번 테러와 연관성을 추궁하고 있다.

메이 총리는"역겹고 비열한 공격"이라며 "절대 테러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AFP 통신은 "벨기에 북부 도시 안트베르펜에서 자동차를 몰고 쇼핑가를 질주하려던 남성이 경찰에 체포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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