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면허시험 바뀌기전 기능 합격자들 주차시험 안봐
'주차맹' 상태로 면허취득 구멍

작년 12월 운전면허 시험에서 한 응시자가 부활한 ‘T자 코스’에 들어가 후진하고 있다. /부산일보

작년 말 운전면허를 딴 박모(여·28)씨는 지난 2일 저녁 서울 강남구의 아파트에 주차하려다 진땀을 흘렸다. 차들로 빽빽한 좁은 주차 공간에서 후진(後進) 주차하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이다. 박씨가 주차장 진입로를 막아서는 바람에 박씨 차 뒤로 다른 차 여섯 대가 밀렸다. 결국 박씨는 집에 있던 어머니를 불러내 20여분 만에 주차를 했다.

사실 박씨는 면허 시험을 준비할 때 한 번도 주차 연습을 해본 적이 없다. 작년 12월 22일 바뀐 운전면허 제도의 맹점 때문이다. 종전 제도에서는 최종 단계인 도로 주행 시험에 '평행 주차'가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현행 제도에서는 주차 평가(직각 주차)가 기능 시험으로 넘어갔다. 이 때문에 제도 변경 전 기능 시험에 합격한 응시자들은 주차를 못해도 도로 주행에 합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면허 시험이 바뀌기 전 기능 시험만 통과한 응시자는 20만4867명에 달한다. 이미 이 가운데 13만3559명이 지난 2일까지 바뀐 제도로 도로 주행 시험을 통과해 운전면허를 땄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운전면허 시험이 난도(難度)가 대폭 강화되는 방향으로 바뀌었지만, 20만명이 넘는 인원이 '주차 문맹(文盲)'인 상태로 면허를 취득할 수 있게 됐다"며 "실제 운전 현장에서는 주차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만큼 면허 취득 후에도 주차 교육을 따로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험개발원과 국내 손해보험 3사(社)가 2012~2014년 자동차보험 물적 사고를 분석한 결과, 전체 사고의 30.2%가 주차 사고였다. 교통사고 10건 중 3건은 주차 사고인 것이다.

경찰청은 "보험개발원·손해보험협회 등과 협의해 운전면허 취득 후 추가로 주차 교육을 받은 운전자들에게 자동차 보험료 일부를 줄여주는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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