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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국산차 판매 보합세…현대·기아차만 비수기?
국산 자동차 업계의 내수시장 지형도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 국산차 5개사의 1월 내수 판매 실적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시장 점유율이 아직까지 압도적이지만 하향세를 기록했고 한국지엠, 쌍용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는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특히, 주력 차종인 중, 대형 세단 시장과 SUV에서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다양해졌고 수입차가 가격 인하로 맞붙는 상황이라 변화는 더욱 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일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한국지엠, 쌍용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등 국산차 5개사에 따르면 지난 1월 국내 내수 판매는 총 1만6210대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토부의 등록 기준이 아닌 각 사의 판매량을 기준으로 집계한 수치다.
그랜저IG가 주도한 실적…효과는 언제까지?
현대자동차는 1월 국산차 내수시장 점유율 42.46%를 기록하며 4만5100대를 판매했다. 작년 11월 출시한 신차 그랜저IG의 판매량이 9414대로 가장 많았다. 이는 전통적으로 현대차 판매량 1위를 차지했던 상용차 포터의 판매량(7860대)을 넘어선 기록이다. 업계에서는 아직까지 신차효과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그랜저IG는 지난 11월 출시한 이후 사전계약이 5만대에 이른다는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작년 그랜저IG 판매량이 1만8439대였고 1월까지 누적 판매량 2만7853대를 기록했으며 아산공장의 월 생산 능력이 약 1만1000대이고 대리점에서 말하는 대기 기간이 약 3주인 것을 고려하면 사전계약은 4만대 정도로 추정된다. 따라서 사전계약 물량이 끝나는 2월쯤에는 신형 그랜저IG의 진검승부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되며 현대자동차의 실적도 같은 흐름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자동차는 이같은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3월 말 쏘나타의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SUV왕국의 SUV판매가 줄었다
기아자동차는 3만5012대를 판매해 1월 내수시장 점유율 32.96%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9.07% 줄어든 실적이다. 기아차의 실적은 신형 모닝이 5523대를 기록하며 이끌었다. 경쟁모델로 지목했던 쉐보레 스파크(4323대)와는 격차를 벌였다. 하지만 SUV는 전년 동기 1만8441대에 비해 크게 줄어든 1만5480대를 기록하며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기아차 관계자는 “1월은 비수기에 해당한다”며 “모닝을 포함해 앞으로 나올 스팅어, 소형 SUV를 통해 판매량을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합계 75.42%의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9.53%, 9.07% 줄었다. 국산차 전체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불과 0.09%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나머지 3사와 일부 수입차에 시장을 빼앗긴 것으로 풀이된다.
1월 점유율 두 자릿수 무난히 달성
지난해 내수시장 두 자릿수 점유율을 목표로 했지만 달성하지 못했던 한국지엠은 1월 10.96%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경차 스파크가 유일한 경쟁자 기아 모닝의 출시에도 4328대를 판매하며 저력을 보였고 중형 세단 말리부(3564대)가 뒤를 이으며 전년 동기 대비 25.48% 판매량이 늘어났다. 다만, 2015년 1월에 이미 1만1849대를 기록했다가 2016년에 9279대로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인 뒤 나온 기록이라 큰 성장세로 보기는 어렵다.
한국지엠은 지난 1월 출시한 신형 준중형차 ‘올 뉴 크루즈’가 아직 고객 인도를 시작하지 않아 판매량에 반영되지 않았으며 2월에는 크루즈를 시작으로 신차가 추가되며 판매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SM6, QM6 효과…4위 등극
치열했던 1월 판매량 4위 자리는 르노삼성이 차지했다. 중형 세단 SM6와 지난해 출시한 신차 QM6의 판매 호조로 전년 동기 대비 254.12%라는 기록을 세웠지만 이 두 차종이 없던 2016년 1월 판매량이 2101대로 워낙 바닥을 쳤기 때문에 숫자 그대로 성장세를 기록한 것으로 해석하기는 힘들다. 다만, QM3를 출시하고 판매량을 급히 늘려가던 2015년 1월에 5739대를 기록한 것과 비교해도 지난 1월의 7440대는 뛰어난 성적이다.
르노삼성의 아킬레스건은 노후 라인업의 개선과 QM3의 흥행 복귀 여부다. SM3와 SM5, SM7, QM5 등 노후한 르노삼성의 라인업들은 차종별로 월간 판매량이 500대에도 미치지 못했다. 심지어 QM3의 판매량은 192대를 기록해 불과 2년 전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소형 SUV 시장을 흔들었던 패기가 사라졌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오는 5월 르노삼성이 소형차 클리오를 출시하고 QM3의 판매량이 늘어나면 소형세단과 소형SUV, 중형세단과 중형SUV의 4가지 라인업으로 당분간 판매량을 견인할 것으로 보고 있다.
티볼리의 독무대
쌍용자동차는 전년 동월 대비 6.76% 늘어난 7015대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54.9%에 이르는 3851대를 티볼리 단일 모델로 기록했다. 티볼리는 전년 1월의 3222대에 비해 오히려 판매가 19.5%나 늘었다. 뒤를 이어 코란도 스포츠카 1850대를 기록하며 실적을 주도했다. 티볼리는 기본 모델(2488대)에 추가로 롱바디 형태의 티볼리 에어(1363대)를 더해 판매량을 유지했다.
[더 드라이브 dail.lee@thedriv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