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라도 폼나게 살고 싶다"며 알바로 모은 돈 등 다 털어넣어
'허·하·호' 렌터카 번호판 대신 개인차량 대여 불법업체 선호

'오빠 차 뽑았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30일. 취업 준비생 강모(29)씨는 영국 고급 수제차 벤틀리를 타고 있는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일정한 수입 없이 월세 자취방에 사는 강씨가 차값만 2억원이 넘는 이 '수퍼카'를 산 것은 아니었다. 평소 모아둔 돈에 세뱃돈까지 합쳐 수중에 있는 100만원을 탈탈 털어 고급 차를 하루 빌린 것이다. 강씨가 사진을 올리자 몇초 만에 '좋아요'와 댓글이 수십 건 넘게 올라왔다. 강씨는 "이렇게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아 본 건 처음"이라며 "돈이 생기면 다시 수퍼카를 빌리는 데 쓰겠다"고 말했다.

고가의 수퍼카를 하루씩 빌려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에 자랑하는 '수퍼카 렌트족'이 젊은 층 위주로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렌터카인 것을 숨기기 위해 번호판이 '허·하·호'로 시작하는 합법 렌트 차량을 피하고, 개인 차량을 불법으로 빌려주는 업체를 선호한다.

개인 수퍼카 렌트 업체를 운영하는 김모(35)씨는 "예전엔 돈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차종을 타보려고 찾았는데, 요즘은 한두 푼 모아서 딱 하루 기분 내려는 젊은이가 대다수"라며 "하루 렌트비가 30만~50만원인 벤츠부터 250만원에 육박하는 람보르기니까지 예약이 차 있을 정도로 인기"라고 말했다.

불법 렌트 업체들은 "불법인 걸 알지만 다 돈이 되니까 하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10월에는 렌터카 업체로 등록하지 않고 고급 외제차를 임대해 12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정모(21)씨 등 24명이 서울 서부경찰서에 입건됐다.

수퍼카 렌트족은 "하루라도 폼나게 살아보고 싶다"고 주장한다. 공사장 일용직으로 일하는 현모(26)씨는 "죽도록 일해 아우디부터 페라리까지 모두 빌려 타봤다"고 말했다. 그는 "수퍼카를 타고 나가면 혹시라도 접촉 사고가 날까 봐 꽉 막힌 길이 모세의 기적처럼 뻥 뚫린다"며 "현실은 막노동꾼이지만 인터넷에선 사진 한 장으로 백마 탄 왕자가 된다"고 했다.

그러나 능력을 벗어난 과소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곱지 않다. 전문가들은 "일시적인 현실 도피성 소비가 현실을 더 어렵게 만드는 악순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병관 광운대 산업심리학과 교수는 "취업난 같은 현실 문제가 수퍼카 렌트로 해결이 안 될뿐더러 SNS상의 즉각적인 반응에 중독되면 무리하게 차를 빌릴 돈을 마련하다가 범죄를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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