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제조업 중에서 진입장벽이 가장 높은 산업 중 하나다. 미국 포드사나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등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기업들이 굳건하다.

이들과 경쟁하려는 자동차 업체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를 비웃듯 등장한 업체가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소재 ‘로컬모터스’다. 직원 수는 100여명에 불과하고 연간 2000대를 조금 넘는 수준의 차를 생산한다.

놀라운 것은 이 회사가 자동차 분야에 처음 발을 디딘 시점이다. 로컬모터스의 창업년도는 2010년이다.

하지만 이 신생업체는 100년이 넘은 자동차 산업의 판을 뒤흔들고 있다. 지금까지 로컬모터스가 공개한 4개 모델은 모두 혁신의 결과물이다.

2009년 처음 선보인 ‘로드파이터’는 온픈소스 방식을 적용해 개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수만 명의 사람들이 낸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차를 만들었다. 차량 개발의 모든 과정을 대중에게 공개했고,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하는 아이디어를 수용했다. 대부분 자동차가 기술이나 디자인 유출을 우려해 모든 개발 과정을 철저하게 비밀에 부치는 것과는 정반대의 방식이다.

2011년 들어 로컬모터스의 오픈소스 제조 방식은 더 주목받았다. 미국 국방부가 추진하는 ‘전투 지원 차량’ 디자인 공모에 참여해 당당히 우승을 차지하면서다. 평소에는 일반 차량처럼 쓰다가 부상자를 운송할 때는 뒷좌석의 탈착이 가능하게 만든 디자인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 과정을 지켜본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정부의 세금 쓰는 방식을 바꿀만한 탁월한 자동차”라는 극찬을 하기도 했다.

랠리파이터는 로컬모터스가 추진하는 혁신의 시작에 불과했다. 2013년에는 오픈소스로 공모한 디자인의 차를 3D 프린터로 만들겠다고 나섰다. 부정적 전망이 많았지만, 이를 비웃듯 2014년 3D 프린터로 만든 전기차 ‘스트라티’를 출시했다. 스트라티는 저속력 자동차로 고속도로에서 달릴 수 없다는 약점이 있었는데, 이듬해에는 고속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 ‘스윔’ 역시 3D 프린터로 제작해 선보였다.

나아가 지난해 6월에는 ‘올리’라는 12인승 전기차 버스를 개발해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올리는 IBM의 인공지능 왓슨이 탑재해 자율주행이 가능한 차다. 보통의 자동차 제조사라면 수년간의 개발 과정과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야 할 일들을 로컬모터스는 수 개월 단위로 뚝딱뚝딱 해낸 셈이다.

진 폴 캐빈 로컬모터스 최고재무담당자(CFO)는 “지금처럼 빠르게 기술이 발전해 혁신이 쏟아지는 시대에 유독 자동차 산업에서만 포드가 100년 전에 도입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차를 만드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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