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의 '극한 스포츠' 다카르 랠리… 12일간 8823㎞ 달려 오늘 골인]

- 지난 38번 랠리서 60여명 사망
올해도 홍수·산사태로 코스 몸살… 318대 참가, 188대만 질주
中교황청 "피의 레이스" 폐지 종용

- 2009년부터 아프리카→남미로
車종목서 페테르한셀·뢰브 접전

다카르 랠리는 '인간이 차량으로 할 수 있는 극한의 스포츠'라 불린다. 파라과이 아순시온에서 출발해 해발 4000m 안데스 산맥, 볼리비아 사막을 건너 총 8823㎞를 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38번의 다카르 랠리에선 60여 명이 충돌, 지뢰 폭발 등으로 목숨을 잃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경주를 '죽음의 레이스'로 부른다. 바이크, 차량, 트럭이 모래 먼지를 휘날리며 험지를 달리는 모습은 '금속과 모래가 펼치는 광란의 이중주'라 할 만큼 장관이다.

페테르한셀(왼쪽)과 뢰브(오른쪽). /AFP연합뉴스

지난 2일(현지 시각) 개막한 39회 다카르 랠리가 14일 종착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올해 대회는 파라과이에서 출발해 아르헨티나를 거쳐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돌아오는 12일간의 여정으로 치러진다. 바이크·4륜바이크·차·트럭과 새로 추가된 UTV(다목적 운반차량)까지 5개 차종 총 318대, 59개국 491명의 드라이버가 참가했다.

올해 다카르 랠리는 어느 때보다 극한 상황에서 치러졌다. 세계적인 이상 기온 현상으로 코스 곳곳이 홍수로 몸살을 앓았다. 총 12개 구간 중 2개 구간 레이스는 취소됐고 다른 2개 구간은 코스 단축, 1개 구간은 코스 조정이 있었다. 홍수로 강이 범람했거나, 산사태로 모든 길이 막혀 '극한 도전'의 수준을 넘어선 재난이 겹쳤기 때문이다.

이 험로를 뚫고 '다카르의 제왕' 스테판 페테르한셀(52·프랑스)과 '오프로드의 슈마허' 세바스티앵 뢰브(43·프랑스)가 자동차 종목에서 치열한 대결을 벌이는 중이다. 지난해 우승자인 페테르한셀이 선두(현지 시각 12일 기준), 뢰브가 5분50초 차이로 2위다.

페테르한셀은 52세의 나이로 대회 최다 우승 기록(12회)을 보유하고 있다. 1988년 데뷔 이후 바이크로 6번, 자동차로 종목을 바꿔 다시 6번을 우승했다. "다카르 랠리보다 내 심장을 뛰게 하는 건 없다"고 한다.

뢰브는 F1의 전설 미하엘 슈마허와 비교되는 오프로드(비포장도로)의 레전드다. WRC(월드 랠리 챔피언십)에서 최다 우승 기록(9회)을 세운 뒤 "몇 번이나 챔피언이 됐는지 세기 귀찮아졌다"며 지난해부터 다카르 랠리에 참가했다. 지난해엔 초반 선두로 달리다 후반 페테르한셀에게 우승을 내주고 9위로 마감했다.

이번 대회에선 페테르한셀의 뜨거운 '스포츠맨십'이 화제가 됐다. 페테르한셀은 12일 경기에서 다른 참가자의 바이크가 자신의 차량과 부딪히면서 사고를 당하자 차를 멈춰 세웠다. 바이크 참가자는 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당한 상태였다. 냉정한 레이스의 세계에서 그를 두고 달릴 수도 있었지만, 페테르한셀은 구급 헬기가 올 때까지 20여 분간 곁을 지키는 쪽을 택했다. 주최 측은 보상으로 페테르한셀의 기록을 14분 13초 단축시켜줬다.

318대 중 188대(현지 시각 12일 기준)는 아직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교황청이 '피비린내 나는 레이스(bloody race)'라며 폐지를 종용하는 이 대회에 이들이 목숨을 거는 이유는 한 가지다. 바로 '한계를 넘어섰을 때의 성취감'이다. 주최 측은 성적과 관계없이 모든 완주자에게 트로피를 전달한다. 도전 정신 자체를 높이 사는 것이다. 대회는 14일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막을 내린다.

☞다카르 랠리(Dakar Rally)

1979년 창설 당시 프랑스 파리에서 출발해 세네갈의 다카르에서 막을 내려 '파리 다카르 랠리'라 불렸다. 아프리카의 잦은 내전과 테러 위험으로 2008년 대회가 무산됐고, 2009년부터 남미로 대회를 옮겨 치르면서도 '다카르'라는 명칭은 유지하고 있다. 지금껏 선수 60여 명이 숨지고, 해마다 부상자가 수십명씩 나오는 죽음의 레이스다. 모터스포츠 최고 인기 대회 중 하나로 매년 수백만 관객이 찾고, 200여 개국에 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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