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조선
[모터쇼일기 #4] ‘니 차 내 차 모두 보자’ 벤치마킹 현장의 CEO들
벤치마킹 나선 기아차 이형근 부회장, LG 이우종 사장
모터쇼의 미디어 공개 이튿날. 어제의 열기는 수그러들었다. 그리 크지 않은 디트로이트모터쇼의 전시장은 겉으로 보기엔 ‘카가이’들만 돌아다녔다. 자동차 회사에서 차를 만들고 판매하는 카가이들과 자동차와 연관된 산업에서 일하는 카가이들이다. 한국이나 중국의 어느 모터쇼처럼 사진을 찍기 위한 사람들은 없다. 이들은 모두 다 자동차 산업 관계자, 소위 선수들이다.
선수들은 모터쇼 첫째날 자신의 브랜드와 제품을 위해 시간을 보냈고 둘째날은 다른 회사 브랜드와 제품을 위해 시간을 할애했다. 바쁜 일정에서도 꼭 봐야하는 것들을 메모하면서 챙겨봤다.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 가운데 이번 모터쇼에 가장 큰 공을 들였던 기아자동차 이형근 부회장도 예외는 아니다. ‘스팅어’를 오전에 런칭하고 오후에는 다른 회사의 부스를 돌아봤다. 선수들끼리는 자연스러운 활동이다. 어느 누구도 크게 관심갖지 않는다.
이형근 부회장은 GM의 쉐보레 부스에서 상당시간 발걸음을 멈췄다. 올해 국내에 출시한다는 전기차 볼트 EV 앞에서다. 기아차 주요 임원들과 함께 쉐보레 전시장을 찾은 이 부회장은 볼트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들으면서 주위를 둘러봤다. 아무래도 기아차가 쏘울 EV로 주도하던 시장에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난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리라.
바로 앞의 에퀴녹스 역시 관심사다. 기아자동차의 ‘스포티지’ 혹은 ‘쏘렌토’의 경쟁 모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작년 10월에 세계 최초로 공개한 만큼 가장 최근에 출시한 쉐보레의 신작이다. 이형근 부회장 일행 가운데는 기아자동차의 국내 마케팅을 총괄하는 서춘관 전무도 함께였다. 그는 한 발 뒤에서 에퀴녹스, 볼트 EV를 유심히 관람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LG 역시 디트로이트모터쇼에 주요 임원이 참석해 여러 브랜드의 부스를 돌아봤다. LG에서 자동차 부품사업을 전담하기 위해 지난 2013년 설립한 VC사업본부의 이우종 사장은 둘째날 주요 브랜드의 부스를 돌아봤다. 특히 이 사장은 BMW 부스에서 직접 신형 5시리즈에 탑승해 벤치마킹 대상을 확인하는 등 관심을 보였다.
이 사장은 “우리 회사의 OLED 디스플레이가 5시리즈 중앙 계기반에 들어가면 좋겠다”라던가 주변에 있던 임원이 “이 차는 제스처 컨트롤이 됩니다”라고 말하자 “우리 회사에서도 작년에 같은 아이디어가 나왔었잖아”라며 관심을 가졌다.
이어 “(임원 이름을 거명하며)***도 이 차(5시리즈)를 타보게 해”, “한 번씩 타봐야 잘 알지”라며 현장에서 지시사항을 전달하기도 했다.
LG는 GM의 전기차 사업에 배터리를 공급한다. 이곳 디트로이트에도 최근 대규모의 직원들을 파견해 전기차 핵심 부품 파트너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디트로이트에서 일하는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최근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와 자율주행 등 첨단 IT와 결합해 다시 살아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공무원 조직 같던 GM의 빠른 변화는 인상깊다”고 전했다.
[디트로이트=더 드라이브,dail.lee@thedriv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