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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빠른 하이브리드카 인피니티 Q50, 제로백 5.1초
연비를 강조하는 하이브리드 차량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재미없다’는 것이다. 정숙성, 편안함은 보장돼 있지만 폭발적인 주행성능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이다. ‘인피니티 Q50 하이브리드’는 이런 선입견을 깨는 차량이다. 인피니티 측이 자랑하는 성능이 얼마나 대단한지 확인해 보기 위해 인피니티 Q50 하이브리드를 시승했다.
듣던대로 Q50 하이브리드의 힘은 폭발적이었다. 시동을 건 후 악셀레이터에 발을 올리자마자 차가 쏜살같이 튀어 나가는 느낌을 줬다. 이런 힘은 엔진에서 나온다. 306마력의 배기량 3.5리터 6기통 가솔린 엔진과 68마력 짜리 50kW급 전기모터가 합쳐져 최고출력 364마력의 힘을 낸다. 이 힘으로 5.1초의 제로백(출발 후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시간)을 달성했다.
Q50 하이브리드의 엔진은 우리나라에는 수입되지 않았지만 바로 윗급인 Q70하이브리드와 같은 사양이다. Q70하이브리드는 영국 자동차 전문지 ‘카 매거진(CAR Magazine)’이 실시한 400m(4분의 1 마일) 직선 코스 테스트에서 평균 13.9031초를 기록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 하이브리드 차’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이 차와 같은 엔진을 쓰면서 차체는 Q70보다 작으니, Q50 하이브리드가 오히려 가장 빠른 하이브리드 차량이라 할 만 하다. 인피니티는 이런 성능을 구현하기 위해 Q시리즈 개발 단계에 자동차 경주 대회인 F1 에서 최연소 4연속 챔피언에 오른 세바스찬 베텔(Sebastian Vettel)을 참여시켰다고 한다.
이 차는 초반 가속력은 물론 고속 주행에서 안정감도 대단했다. 또 코너링도 만족스러웠다. 차가 지면에 단단하게 붙어 코너링하면서 대단한 안정감을 줬다. 7단 자동 변속기는 운전자가 변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할 정도의 변속 능력을 자랑했다.
엔진 소리도 만족스러웠다.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Active Noise Control)과 액티브 사운드 크리에이터(Active Sound Creator)는 기분 나쁜 소음을 줄이는 대신 경쾌한 엔진 사운드를 극대화해 타는 즐거움을 안겼다. 인피니티는 5가지 운전 모드 선택이 가능하다. 스탠다드(일반), 스포츠(주행 성능 위주), 스노우(눈길 주행), 에코(연비 위주), 퍼스널(핸들링 느낌 등을 운전자가 설정해 놓은 것) 모드 등이다.
이 차의 연비는 복합연비 기준으로 1리터당 12.6km 이다. 스포츠 세단 중에선 좋은 편이지만 하이브리드란 점을 감안하면 그렇게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전기 모터가 연비 절약 보다는 차의 힘을 배가시키는 용도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디자인은 호불호가 갈린다. 물결 무늬의 곡선으로 된 디자인이 클래식카 느낌을 줘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인피니티 측은 인간과 자연의 조화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이라고 했다. 전체적으로 전폭(왼쪽 바퀴와 오른쪽 바퀴 사이 길이)이 넓은 대신 높이가 낮아 안정적인 느낌이다. 날카롭게 치켜 뜬 듯한 풀 LED 헤드라이트도 인상적이었다. 차량 바퀴의 휠은 19인치 알로이(알루미늄 합금)다.
이 차의 크기는 벤츠로 치면 C클래스와 E클래스 사이다. 그러면서 휠베이스(앞바퀴와 뒷바퀴 사이 길이)가 2850mm로 꽤 긴 편이라 실내 공간이 넉넉하다. 인피니티가 설명하는 이 차의 인테리어 디자인 컨셉트는 ‘모던 럭셔리(Modern Luxury)’이다. 알루미늄 느낌의 소재와 나무 느낌의 소재가 결합돼 세련미와 중후함이 이질감 없이 잘 어우러진 느낌이었다.
스마트키를 가진 운전자가 차량 잠금을 해제하면 사이드 미러 아래 조명과 실내등이 차례로 켜지면서 안락한 느낌을 주고, 각종 조작 장치는 필요한 곳에 보기 좋게 배치돼 있다. 차량 시트는 10가지 방향으로 조절할 수 있다. 인피니티 Q50의 중앙 디스플레이 화면은 2개다. 8인치 상단 화면은 내비게이션 전용이고, 7인치 크기 하단 화면은 운행과 관련한 각종 정보를 알려주는 정보 창이다.
이 차는 각종 첨단 장치로 무장돼 있다. 액티브 레인 컨트롤(Active Lane Control· 차량이 도로 중앙에서 곧게 주행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 전방 추돌 예측 경고(PFCW· 전방 두 대 차량까지의 거리를 계산해 추돌 위험이 있으면 차가 스스로 정지) 등 기능이 대표적이다. 또 라이프 온 보드(Life-on-Board) 시스템을 통해 최대 4명 까지 좌석 위치, 사이드 미러 각도 등을 기억해 맞춤형 주행 환경을 제공하고, 자동 온도조절 시스템(Advanced Climate Control System)이 실내공기를 쾌적하게 유지해 준다. 사고 위험이 예측 될 경우 안전벨트가 자동으로 조여지면서 경고한다. 차선 이탈 경고(Lane Departure Warning) 시스템, 전방 비상 제동 장치(Forward Emergency Braking), 차간거리 제어 시스템(Distance Control Assist) 등도 적용됐다.
이 차의 가격은 6710만원이다. 싸다고는 할 수 없지만 프리미엄 브랜드의 스포츠 세단이 대부분 8000만원을 훌쩍 넘는 것을 감안하면 가격 경쟁력이 있는 편이다. 다소 낮은 가격으로 고성능 스포츠 세단을 소유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