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6 아트카의 보닛에 까스텔바작이 수호천사를 그리고 있다

“매일 아침 전쟁터에 나가는 장수의 마음으로 출근합니다”

내년 5월 소형 해치백 클리오 출시

언젠가 그랬다. 지금 르노삼성자동차 박동훈 대표이사의 말이다. 그때도 겨울이었고 아마도 눈이 내렸다. 다만 그때는 수입 디젤 해치백을 내놓는 자리였다.

각 사가 발표한 중형 세단의 올해 판매량

오늘도 박 대표의 표정은 그때와 똑같았다. 날씨도 춥고 싸라기눈도 날렸다. 다만 오늘 만난 차는 르노삼성의 SM6다. 올해 중형 세단 시장에 이변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쏘나타와, K5와 말리부와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SM6는 일단 전투에서 승리했다. 3월 출시 이후 월간 판매량이 경쟁 차종을 앞서기 시작했다. 일부 경쟁 차종은 계약 대수가 많았지만 실제 판매할 수 있는 물량을 생산하지 못했고 또 다른 경쟁 모델은 택시 수요를 빼니 민낯이 드러났다.

2014년 파리모터쇼에서 르노의 메인 모델로 등장한 클리오

이날 SM6는 잔뜩 치장을 하고 나섰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팝아티스트 까스텔바작이 자신의 캐릭터 가운데 하나인 ‘수호천사’로 차를 꾸몄다. 한불수교 130주년을 기념하기도 했고 SM6의 성공을 기원하는 퍼포먼스기도 했다. 박 대표는 SM6에 대해 자부심을 드러냈다.

“다른 회사들이 SM6 이야기를 많이 한다던데요”라고 슬쩍 이야기를 꺼내자 “글쎄요. K6 이런 것도 나올지 모른다면서요?”라고 박 대표는 말을 이었다. 평소 다른 회사의 차에 대해 말을 아꼈는데 오늘은 한 걸음 더 들어가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제 르노삼성의 임직원 모두 자신감이 붙었다”

“이게 다 SM6가 우리나라 중형 세단 시장을 흔들어서 그런거 아닙니까”라고 한 마디 거들자 “처음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판매 목표도 초과해 달성하고 만족스럽다”며 “이제 르노삼성의 임직원 모두 자신감이 붙었다”고 말했다.

12월 2일 열린 SM3를 재조명하는 행사 ‘카바레 라이브’에서의 르노삼성자동차 박동훈 사장

나머지는 술술 이어졌다. 내년에도 르노삼성은 신차를 내놓는다. 박 대표는 “이르면 내년 5월쯤 르노의 클리오를 들여와 판매할 예정이에요. 지금은 그쯤 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 상황에 따라 조금 늦어질 가능성도 있어요. 하반기에는 2인승 전기차 트위지를 판매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그동안 여러 차례 이야기가 나왔던 클리오가 드디어 나온다. 국산차로 따지면 프라이드와 i30 비슷한 크기의 해치백이다. 고성능 모델도 있지만 도입은 미지수다. 내년 국산 소형 해치백이나 소형 SUV가 또 등장할 테니 경쟁이 치열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르노그룹 아시아 태평양 총괄 질 노르만 부회장. 12월 2일 ‘카바레 라이브’ 행사에 깜짝 게스트로 참석해 내년부터 아시아태평양 총괄 부회장 자리를 프랑수아 프로보 전,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에게 넘겨준다고 밝혔다.

“SM6와 QM6가 반응의 워낙 좋아서 내년에도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어요. SM3 역시 최근 재조명 받는 기회가 있었고요.”

차는 잘 팔리니 다행이다.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구도가 얼마나 좋은 것인지 깨닫게 해준 일이다. 현대기아차의 독주를 경쟁구도로 바꿔놓았다. 이는 결국 소비자들이 각종 혜택을 보는 구조로 선순환되고 있다.

이제는 르노삼성자동차가 궁금했다. 한동안 판매 부진으로 침체됐던 임직원들의 분위기도 궁금했다. 마침 르노그룹의 중국시장 총괄에서 아시아태평양 총괄 부회장으로 부임을 앞둔 프랑수와 프로보 전 사장이 생각났다.

오히려 한국의 르노삼성이 프로보 부회장을 도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여러 곳을 지원해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르노그룹에서의 아시아태평양 시장. 2015년 보고서

“한국 시장을 잘 아니까 우리한테 좋은 점이 많을거예요. 그분은 중국 시장을 맡아서 전력투구를 하고 있거든요. 오히려 한국의 르노삼성이 프로보 부회장을 도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여러 곳을 지원해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의미심장한 이야기다. 르노그룹에서 한국의 위상이 반영된 이야기이기도하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생산한 차를 수출하는 것 외에도 임직원이나 예를 들어 이번 ‘SM6 X 까스텔바작’과 같은 프로젝트도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수출할 수 있는 것인가요?”

르노삼성 임직원이라면 귀가 솔깃할 이야기가 나왔다.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한국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굉장히 뛰어난 테스트 마켓이거든요. 한국의 자동차, 이벤트를 포함한 모든 것을 아시아 태평양 국가에서 이어갈 수 있을 거예요. 이런 것을 하려면 부산에서 생산한 우리 차뿐만 아니라 시스템과 사람도 함께 나아가야합니다. 르노삼성의 역할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아시아 태평양 지역으로 확장되는 계기가 생길 거예요.”

르노삼성자동차 박동훈 대표

말을 마친 박 대표는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운전기사가 대기하고 있던 SM7에 올라탔다. 의전은 없다. 기자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눴고 솔직한 답변을 들었다. 국내 5대 자동차 회사 CEO 가운데 가장 소탈한 모습이다.

뒤돌아 곰곰이 생각하니 글 첫머리에 말했던 박 대표의 ‘전투’ 이야기가 생각난다. 르노삼성은 국내 소형 SUV와 중형 세단 시장에서 전투를 치렀다. 글로벌 5위의 현대기아차그룹과 맞붙었다. 그리고 승리했다. 이제 아시아 태평양 지역으로 전장을 넓힌다. 자동차 전쟁에 나서는 것. 그간 신차 부재와 판매 감소로 위축됐던 조직은 활기를 되찾았다. 무엇보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 신선한 경쟁 구도를 형성해준 점에서 자동차 업계의 한 사람으로 깊이 감사한다. 그것이 결국 소비자에게 혜택으로 돌아갈 테니.

[더 드라이브=dail.lee@thedr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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