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음운전의 종착지는 이 세상이 아닙니다”, “겨우 졸음에 목숨을 거시겠습니까?”, “졸음운전! 자살운전! 살인운전!”

고속도로를 지나다 보면 졸음과 싸우는 운전자들의 정신을 번쩍 들게 할 섬뜩한 경고 문구들을 곳곳에서 마주친다. 자살, 살인 등 자극적인 단어를 써가면서까지 이런 문구를 거는 것은 그만큼 졸음운전이 위험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 이상으로 주행 시 운전자가 2~3초만 졸아도 차량은 100m 이상을 아무런 통제없이 질주하게 돼 대형 사고를 초래한다. 최근 해외에서는 이런 졸음운전의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5시간 미만 수면을 취하고 운전하는 것은 음주운전의 교통사고 위험도와 같다 / 사진=AAA(미국 자동차서비스협회)

미국 자동차서비스협회(AAA)의 조사 결과,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권장한 운전자의 일일 수면 시간인 7시간보다 적게 수면할 경우 사고 위험성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일 6~7시간 수면 후 운전할 경우 교통사고 위험성이 1.3배 증가하고, 5~6시간 기준 1.9배, 4~5시간 기준 4.3배, 4시간 미만 기준 11.5배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AAA

특히 4~5시간 수면할 경우 교통사고 위험성이 4.3배 증가하는데 이는 음주운전의 교통사고 위험도와 같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조사 대상 중 1/3은 지난 한 달 간 졸음운전을 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졸음운전 사고를 겪은 운전자의 절반 이상은 사고 발생 전 아무 증상도 느끼지 않았다고 답했다.

CDC는 미국 운전자의 35%가 일일 7시간 미만 수면 후 운전하고 있어 졸음운전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졸음운전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심각하긴 마찬가지다. 국내 고속도로 교통사고 5건 중 1건은 졸음운전으로 발생한다. 또한 일반 교통사고보다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가 2배 가량 높은 치사율을 보였다.

지난 7월 4명이 숨지고 37명이 다친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관광버스 5중 추돌사고 원인 역시 운전자의 졸음운전 때문이었다. 이 사고가 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여수 마래 터널 10중 추돌사고, 곤지암 나들목 5중 추돌사고 등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태국건강증진재단이 2011년 발표한 포스터 “Sleepiness is Stronger Then You(졸음은 당신보다 강하다)”

한국도로공사는 졸음운전을 예방하는 수칙 5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① 졸음이 집중적으로 찾아오는 야간이나 새벽시간 운전을 피할 것
② 적절한 환기로 신선한 공기를 공급하여 차량 내 적정온도를 유지 시킬 것
③ 동승자와 대화를 나누거나 즐거운 음악을 따라 노래 부를 것
④ 졸음방지에 도움이 되는 먹을거리(껌, 커피, 사탕 등)를 준비할 것
⑤ 장거리 운전 시 1~2시간에 한번씩은 휴게소에 들리거나, 가까운 졸음쉼터에서 휴식을 취할 것

[더드라이브 이다정 기자=dajeong.lee@thedr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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