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차 중 초대형 고급차라 함은 현대차 에쿠스를 비롯해 쌍용차 체어맨, 기아차 K9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에쿠스는 이미 단종됐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제네시스 EQ 900가 이 자리를 꿰찬 형국이다.

쌍용차는 지난 1993년 메르세데스-벤츠와 승용차 부문에서 기술제휴를 체결한다. 체어맨은 1997년부터 양산되기 시작해 1999년에 처음으로 소개된다. 당시 고급차로서 디자인과 기술력에서는 쌍용차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모델이었다. 한 때는 현대차 에쿠스의 판매량을 앞설 정도로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올해들어서는 지난 6월까지 총 562대가 판매돼 월 평균 94대에 판매에 머물고 있다. 작년 같은 기간의 627대 판매 대비 10.4%가 감소한 수치다. 모델 체인지 등 투자가 이뤄지지 않은데다, 경쟁사의 신 모델 투입과 공격적 마케팅에 힘을 잃은 모양새다.

쌍용차 체어맨은 그러나 초대형 고급차로서의 존재감은 여전하다. 특히 체어맨만이 지녔던 개척자 정신은 오늘날에도 박수받을만 하다는 평가다.

그동안 체어맨에 적용돼 왔던 안전사양을 비롯한 첨단 기술력들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전방소음기나 5단 자동변속기, 무단 전자제어 시스템, 터치 스크린 방식의 내비게이션 시스템, 전자제어 에어 서스펜션(EAS), 전자동 파킹 브레이크,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 등은 세계 최초 또는 국내 최초로 적용된 케이스다.

■ 체어맨 1세대 (1997년)

체어맨이 본격 양산되기 시작한 건 지난 1997년인데, RV의 명가로 불렸던 쌍용차가 고급차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어 주목받았다. 프리미엄 브랜드 메르세데스-벤츠의 엔진을 탑재한 것 만으로도 당시 화제가 됐다.

당시 체어맨에는 ‘대용량 전방소음기(Pre-silencer)’가 적용됐는데, 이는 세계 최초였다.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을 완벽하게 차단면서도 각종 전자 장비와 주요 부품을 엔진열과 외부로부터의 오염에서 보호해 주는 역할을 맡는다.

5단 자동변속기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인 케이스다. 전자식 조정 및 다양한 선택 폭으로 변속 충격이 없고 가속능력이 뛰어난 것이 장점이다.

국내 최초로 ‘무단 전자제어 시스템(CDC: Continuously Damping Control System)’을 적용한 것도 눈에 띈다. 쇽업소버의 감쇄력을 무단으로 조절함으로써 요철이 심한 도로나 비포장도로를 주행할 경우에도 차체의 움직임을 최소화하여 포장도로를 달리는 듯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인공위성을 이용한 위치측정시스템(GPS)을 통해 차량의 현재 위치, 목적지까지의 최적 경로 등을 화면으로 제공받을 수 있는 ‘내비게이션시스템’은 국내 최초로 터치스크린 방식을 도입했다. 대형 모니터 화면을 통해 각종 장치를 간편하게 작동할 수 있을뿐 아니라 전자수첩 기능 등 다양한 활용성을 보여줬다.

승용차로서는 처음으로 시트를 완전히 눕힐 수 있는 ‘풀 플랫 시트(Full Flat Seat)’ 기능을 채택한 것도 주목된다. 실내에서 편안한 휴식이나 여행을 즐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차량 손상 없이 쉽게 들어올릴 수 있는 ‘이지 잭(Easy Jack)’이나 운전석 시트, 룸 미러 및 사이드 미러 각도, 스티어링 휠 거리와 각도 등을 운전자의 체형에 따라 3명까지 기억하여 자동으로 체형에 맞는 드라이빙 조건을 맞춰주는 ‘3인 운전자세 메모리시스템(Memory System)’도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도입한 신기술에 속한다.

쌍용차는 당시 벤츠의 안전 기준과 성능을 만족하는 첨단 메카니즘의 최고급 승용차라는 점과 시인성을 고려해 국내 최초로 차량에 Grade-Name을 적용한 것도 이색적이었다.

Grade-Name의 형식은 ‘CM 600’이었는데, ‘CM’은 ‘Chairman’, 첫 번째 숫자 ‘6’은 Series Number를 가리킨다. 두 번째 숫자 ‘0’은 Zero Defect로 완벽하지 않으면 출고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세 번째 숫자 ‘0’은 Zero Risk로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설계라는 뜻이 포함된 것이다.

■ 체어맨 2세대 (2003년)

2003년 선보인 체어맨 2세대 모델에는 국내 최초로 DVD 3D 내비게이션과 7.1 채널/13 스피커가 적용됐다.

2005년 3월에는 최첨단 신기술과 고품격의 편의사양을 대폭 강화한 ‘뉴체어맨’ New Tech 모델을 개발, 시판에 들어간다.

뉴체어맨 New Tech는 세계 최고의 명차에서만 볼 수 있었던 전자제어 에어서스펜션(EAS)를 비롯해 전자동 파킹브레이크(EPB)의 첨단 시스템을 갖췄다.

당시 수입 고급차를 포함해 국내에서 판매되는 차량 중 유일하게 타이어공기압 자동감지시스템(TPMS)를 장착하는 등 국내 최초로 미래형 최첨단 신기술인 EAS/EPB/TPMS 등을 동시에 적용했다.

국내 메이커 대형 승용차 중 뉴체어맨에 처음 적용된 전자동 파킹브레이크 시스템은 간단한 스위치 조작을 통해 주차 브레이크를 작동하거나 해제할 수 있었다.

혼잡한 도심 정체 구간에서 브레이크와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아 주는 것 만으로도 주차 브레이크를 해제할 수도 있어 운전자의 피로감을 덜어주는 획기적인 기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타이어공기압 자동감지시스템은 단순히 타이어 이상 여부만을 알려주던 1세대 TPMS와는 달리 네 바퀴 각각의 타이어 공기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운전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2세대 TPMS였다.

2007년에 선보인 마이너 체인지 모델인 ‘뉴체어맨’에는 차선이탈경고시스템(LDWS, Lane Departure Warning System)이 국내 처음으로 도입됐다. 최고 수준의 최첨단 안전성과 편의성을 실현한 케이스다.

LDWS는 윈드 스크린에 장착된 카메라 모듈로 주행 차선을 모니터링해 운전자의 부주의나 졸음 운전으로 발생할 수 있는 차선 이탈 등 사고 위험을 사전에 경고해 주는 최첨단 안전장치에 속한다.

지금은 LDWS 장치가 중형세단 등에서도 선보이고 있지만, 당시로서는 그야말로 최첨단 기술력이 동원됐던 보기 드문 안전 시스템이었다.

이런 기술을 통해 2007년형 뉴체어맨은 세계 최고의 명차에서만 볼 수 있었던 전자제어 에어서스펜션을 비롯해 전자동 파킹브레이크, 타이어 공기압 자동감지시스템, 무단전자제어 서스펜션, 차선이탈 방지시스템 등 명실공히 최고급 대형 승용차로서의 위용을 자랑했다.

■ 체어맨 3세대 (2008년 체어맨 W)

2008년에 출시된 체어맨 3세대 모델인 체어맨 W에는 국내 최초로 메르세데스-벤츠의 7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됐다. 최상의 승차감을 보였는데, 저속 및 고속에서의 구동 소음을 최소화 시켰으며, 국내 유일의 전진 7단, 후진 2단 변속이 가능했다. 겨울철 미끄러운 노면에서 부드러운 후진 2단 출발이 가능했던 건 주목되는 대목이다.

또 국내 최초로 승용형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All-Wheel Drive)인 4-Tronic이 적용됐다. 여름철 빗길이나 겨울철 눈길 등 다양한 노면에서 최상의 주행 성능을 발휘했다.

국내 최초로 ▲19인치 초경량 단조 크롬휠을 적용한 타이어가 장착됐다. 돋보이는 카리스마뿐 아니라 안정감을 크게 높여주는 기능도 맡았다.

▲운전자 또는 동반석 탑승자 쪽으로 공기가 직접 접촉되지 않도록 설계된 에어 벤트(에어 샤워 벤트) 시스템도 이 때부터 적용된 케이스다.

▲3세대 와이드 스캐닝 타입의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Active Cruise Control) 시스템은 세계 최초로 적용됐다.

▲자동 파킹 브레이크(EPB: Electronic Parking Brake) 시스템은 국내 최초로 적용됐는데, ESP와 연계해 작동하도록 성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

또 국내 최초로 적용된 듀얼 무릎 보호 에어백 등 국내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10개의 에어백이 차량 충돌 순간 전개되어 승객을 보호하는데 큰 역할을 맡았다.

이밖에 운전자 등 사용자가 설정한 시트 위치나 아웃 사이드 미러 위치, 실내 온도 등을 자동 세팅해 주는 ▲리모콘키 메모리 시스템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적용된 시스템이다.

데일리카 하영선 기자 ysha@daily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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