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뉴 k7 하이브리드

한동안 자동차 업계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SUV 빼고 아무것도 안 된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싼타페, 쏘렌토, 투싼, 스포티지는 이미 엄청난 베스트셀러이고 르노삼성의 QM3와 쉐보레의 트랙스는 떠오르는 소형 SUV 시장의 강자였다. 여기에 쌍용자동차의 티볼리까지 뛰어들면서 우리나라의 자동차 시장은 SUV가 점령하는 듯 보였다.

그런데

신형 그랜저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 주변에는 세단이 훨씬 많다. 거리의 택시도 거의 99% 세단이고 회사에서 사용하는 차도, 주변인들이 무난하게 샀다는 차도 세단이 많다. 정말 세단은 그렇게 안 팔렸을까? 시장이 줄었을까? 인기가 없을까? 어림짐작으로 궁금했던 세단 시장에 대해서 판매량을 알아 볼 시간이 된 것 같았다.

세단의 판매량을 확인하는 이유는 또 있었다.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의 주도권이 뒤집힌 사건 때문이다. 전통의 강자 현대자동차의 쏘나타가 월간 판매량에서 1위 자리를 내놨다. 월간 6000대~8000대 사이를 오가던 쏘나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팔리는 세단으로 인식됐지만 택시 수요를 빼고나니 르노삼성자동차의 SM6에 1위 자리를 내주게 됐다.

이럴 수가

업계에서는 여러 가지 소문이 돌았다. 현대자동차가 국내 판매 전략을 급히 수정한다는 이야기도, 르노삼성자동차는 감히 넘볼 수 없던 쏘나타의 벽을 무너뜨렸다는 성취감에 도취되었단 이야기도 있었다.

각 사가 발표한 중형 세단의 올해 판매량

1일 국산차가 일제히 실적을 발표했다.

소문은 사실로 드러났다. 르노삼성자동차는 SS6의 인기를 발판으로 올해 판매량을 한 달 앞당겨 달성했다는 승전보를 전해왔다. 그런데 이 같은 승전보는 국산차 모든 회사에서 다 알려왔다. 현대자동차는 쏘나타와 그랜저의 활약으로 전월대비 무려 20%나 늘어난 판매량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새로운 국내영업본부장의 힘일까. 아직 지방의 거점 영업소도 방문하지 않았다던데…….

한국지엠 역시 말리부의 인기가 너무 좋아 공급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그동안 3개월 정도 기다려야 했는데 12월에 토요근무를 계속하고 야근, 잔업을 해서 대기기간을 1개월로 줄일 것”이라고 생산현장의 책임자는 말했다.

뚜껑을 열어볼까?

중형과 대형 세단을 생산하지 않는 쌍용차를 제외하고 나머지 국산차 회사의 중형, 준대형 세단을 모았다. 배기량으로는 1.5리터~3.5리터 급을 오가는 모델들이고 국제적인 세그먼트 분류로는 D에 해당하는 모델이다.

기아자동차 K7 리미티드 에디션

총 8개 차종의 올해 11월까지 월간 판매량을 모으니 의미 있는 그래프가 나타났다. 르노삼성의 SM6와 쉐보레 말리부의 판매가 물량 부족으로 인해 지지부진했던 1월에 총 8개 차종의 판매량은 1만8964대였다. 현대, 기아, 한국지엠 그리고 르노삼성자동차까지 이들이 월간 판매하는 차가 대략 10만대~14만대 사이이니 1월에는 중형세단 혹은 준대형세단이 10%대 점유율을 기록했을 뿐이다.

우리나라 세단 시장은 3월부터 의미 있는 변화를 기록했다. 르노삼성자동차의 SM6가 본격적으로 판매되면서 월간 6751대를 기록했다. 연말 모델 변경을 앞 둔 현대 그랜저의 5041대를 큰 폭으로 따돌렸고 현대자동차의 쏘나타 7053대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특이한 것은 중형 세단 시장의 규모다. 전체 시장 규모가 3월 3만2254대로 늘었다. 쉽게 말해 파이가 늘어났다. 그래프를 슬쩍 훑어보면 SM6의 판매량만큼 시장이 늘어났다.

이 같은 현상은 5월에 또 일어난다. 한국지엠의 말리부가 본격적으로 판매량을 늘리면서다. 월간 1000대 미만이던 말리부는 5월 3340대를 기록하고 6월에 6310대를 판매한다. SM6 역시 5월 7901대, 6월 7027대로 성장을 계속한다. 경쟁을 벌이기 때문인지 현대 쏘나타의 판매량도 늘어나 6월에는 올해 최고 기록인 8768대까지 올라간다. 중형과 준대형 세단 8종의 판매량은 4만257대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는다.

요약하면

침체를 겪던 중형 세단 시장에 3월 SM6가 등장해 활기를 불어넣었고 5월 말리부가 경쟁을 시작했다. 이후는 비슷한 규모의 판매량을 유지하다가 11월 또 한 번 변화를 시작한다. 현대자동차의 반격이다. 준대형 세단 시장의 전통의 강자 그랜저가 완전변경 신차로 등장했다. 사전계약 첫 날 1만6000대를 기록하며 화려하게 등장한 그랜저는 11월 구형 모델과 합쳐 7984대를 기록하며 시장 확대를 이끌었다.

르노삼성자동차 SM6

향후 중형, 준대형 세단 시장은 강력한 경쟁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랜저급과 쏘나타급으로 나뉘던 시장에서 정확히 급을 구분하기 힘든 1.5리터 엔진의 중형 세단과 SM7도 SM5도 아닌 SM6가 등장하며 소비자들은 비교 상대를 특정하기도 어려워졌다.

어찌됐건 경쟁은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신호로 다가왔다. 쏘나타의 아성을 SM6가 위협하면서 무이자할부, 할인과 같은 특별한 혜택들이 쏟아져 나왔고 최근에는 그랜저의 등장 직전에 기아자동차가 K7의 경쟁력을 강화해 한정판 모델을 출시했다.

[더 드라이브=dail.lee@thedr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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