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차가 비상(飛上)하고 있다. 과거 유명 브랜드의 디자인을 베끼는 등 이른바 ‘짝퉁차’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중국차가 빠른 속도로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주목된다.

오는 29일(현지시간)까지 중국 상하이 국가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2015 상하이모터쇼’에서는 총 35만㎡의 면적을 지닌 8개의 대형 전시관 중 제 1.2.3 전시관을 중심으로 중국차가 대거 소개되고 있다.

SAIC 그룹, 동펑모터, FAW, 창안, GAC 그룹, BAIC 모터, 체리(Chery) 그룹, 코로스(Qoros), 홍치(紅旗), 지리(Geely), BYD, 화타이(Hawtai), 창청(長城), 이치(一汽), ZOTYE, Soueast, Haima, Lifan, LEOPAARD, 포톤(FOTON), 랜드윈드(LANDWIND) 등 합자사를 포함한 20여개의 중국차 브랜드는 소형차에서부터 중대형 세단, SUV, 스포츠카를 비롯,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등 친환경차까지 전 세그먼트에 걸쳐 수 백대의 차량을 내놨다.

이번 상하이모터쇼에서 선보이고 있는 중국차는 과거 디자인이나 성능 면에서 허접(?)한 차로만 여겨졌던 기존 중국차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중국차의 발전된 면모를 전 세계에 과시하고 있는 셈이다.

클래식 하면서도 모던한 스타일을 지닌 디자인 감각이나, 다운사이징 모델, 터보 엔진을 적용해 뛰어난 퍼포먼스까지 발휘한다. 하이브리드뿐 아니라 최신 기술력이 적용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연비효율성이 탁월한 친환경차도 돋보인다. 이는 중국차가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원하고 있는 자동차 트렌드를 정확히 꿰뚫고 있다는 반증이다.

중국차의 이 같은 약진은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한 해외 합작사와의 유기적 관계를 통해 자동차 제작 기술력이 확보된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과정에서 자동차의 생산이나 판매 노하우가 시너지를 일으키고 있다는 건 당연지사다.

중국 시장의 비약적인 발전도 한 몫 했다. 불과 5~6년전만 하더라도 중국 내수시장은 연간 1000만대 판매를 밑도는 수준이었지만, 2012년에는 1860만대 판매를 기록해 ‘자동차 왕국’으로 불려온 미국을 제쳤다.

2013년에는 2140만대를 기록하더니, 작년에는 2310만대 판매로 최근 수년간 10% 내외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작년 자동차 보유량은 1억6000만대를 넘기기도 했다.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중국 시장은 올해 2470만대 판매가 예상되고 있는데, 오는 2020년쯤에는 3500만대에서 많게는 4000만대 판매를 기록할 것이라는 게 자동차 전문가들의 견해이기도 하다.

이런 반면, 중국 토종 브랜드는 사실 최근들어 중국내에서의 시장 점유율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차는 지난 2010년 내수시장에서 46%의 점유율을 보였었지만, 작년에는 8%가 떨어진 38%의 점유율을 보였다. 세단형 승용차의 경우에는 2010년 31%에서 작년 22%로 대폭 감소했다.

이는 소득 수준이 향상되면서 눈높이가 높아진 중국 소비자들의 성향이 바뀐 것도 한 이유다. 중국 소비자들은 품질에서 한 발 앞서는 현대차나 기아차, 쌍용차 등 국산 브랜드를 포함, 유럽차나 일본차를 선호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 토종 브랜드는 중국내에서 시장 점유율은 낮아지고 있지만, 시장 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만큼 판매 대수만을 놓고 볼 때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간과 할 수는 없다. 시장 규모가 커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중국 토종 브랜드의 디자인이나 품질력도 과거에 비해서는 크게 좋아졌다는 평가다.

이형근 기아차 부회장도 이번 2015 상하이모터쇼에서 중국차를 본 뒤, “중국 로컬 업체들이 만든 차들의 외관 디자인이 잘 만들어진 것 같다”며 “내부 시험 조건을 통해 내구성이나 품질 등을 연구해 보도록 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국차에 대한 견제 심리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중국 토종 브랜드의 품질력에 대해서 아직은 현대기아차나 유럽차 등 글로벌 수준에 비해서는 약 5년 정도의 차이가 있다는 평가다. 도장 기술이나 차체 라인이 감성적이지 못한데다, 랜드윈드 등 몇몇 중국 토종 브랜드는 아직도 디자인을 그대로 베낀 ‘짝퉁차’를 내놓기도 했기 때문이다. 물론 파워트레인 등 제작 기술도 포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토종 브랜드는 이번 상하이모터쇼에서 눈부신 발전상을 과시했다. 2년전 베이징모터쇼에서 선보였던 중국차와는 비교 대상이 아닌 정도라는 분석이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중국 토종 브랜드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도 한층 높아지는 건 당연하다. 이젠 중국차가 도약 단계에 본격 접어들었다는 판단이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은 국가 개념이 사라진 시장이라는 평가다. 오로지 자동차의 디자인과 품질력으로 소비자를 찾는 시대다. 독일이나 일본 등 선진 자동차 브랜드뿐 아니라 중국 토종 브랜드와도 맞서고 있는 국산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품질력을 더욱 높이는 것 이외에는 승산이 없다.

홈으로 이동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