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조선
우리 근본으로 돌아갈까? 시트로엥 C4 칵투스
사상 초유의 황당한 일을 마주하면 이렇게 이야기한다.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보자’ 남자가 여자를 만날 때에도 그렇고 직장에서 불합리함을 넘어 이른바 ‘벙~찌는’ 사건이 일어났을 때에도 그렇다.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보자. 우리 근본으로 돌아갈까?
시트로엥의 C4칵투스는 황당하다. 겉면에 뾱뾱이마냥 붙인 에어범프는 그 절정이다. 옆 차의 문콕이 두려워서 혹은 마트의 카트가 차를 들이받을까 두려워서라는 이유로 차에 뾱뾱이를 붙인 것은 정말 황당하다.
앞모습은 더 하다. 위, 아래 어느 곳이 전조등인지 애매하다. 멍청하지만 심술궂은 곤충처럼 생긴 인상은 시선을 사로잡을 것이 분명하다. 이런 차를 얌전하고 조신하게 탈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홍대 골목에서 진취적인 헤어스타일을 한 총각이나 가로수길의 트렌드세터에게 어울린다. 시트로엥의 광고 사진을 봐도 얌전하지 않다. 서핑보드를 얹어놓은 칵투스의 컨셉트카 사진은 미래인지 현실인지 구분하기 힘든 영화 가타카의 요트씬 다음 장면처럼 보인다.
내친김에 황당함을 더 찾아보자. 실내는 벤치시트다. 영화 포레스트검프의 한 장면처럼 옆으로 나란히 앉는다. 옆 사람과 차곡차곡 포개 타거나 왼쪽에서 타서 오른쪽으로 스르르 옮겨갈 수 있다. 마차부터 이어진 전통적인 방식이고 가장 효율적인 구조지만 뒷좌석의 승차감 등을 이유로 사라졌던 그것이다.
변속기라고 생각하고 힘차게 당긴 것은 주차브레이크. 변속기는 시거잭 버튼이 있어야 할 곳에 D, R, N의 조합으로 들어있다. 오디오는 사라졌다. 상단의 네모난 스크린이 전부다. 온통 각진 모양이라고 인식하지만 둥글다. 둥글둥글 굴림 디자인인데 전체를 보면 각진 느낌이다.
이 차를 마주하고 SUV와 해치백의 차이를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것이 SUV이면 무엇이 달라지며 해치백이면 어떤 장점이 있을까. 그냥 차다. 자동차. 밟으면 굴러가고 사람과 짐을 쑥쑥 실을 수 있으면 그만이다.
이해할 수 없는 디자인과 구성이다. 그냥 시트로엥은 원래 그렇다고 생각하는 게 편하다. 사실은 프랑스가 원래 그런 분위기 아닐까. 영국, 독일과 함께 자동차의 종주국인 프랑스. 의외다. 하지만 세계 최초의 모터쇼가 열린 곳도 프랑스 파리이며 자전거 만들던 회사, 후추통 만들던 회사도 자동차를 뚝딱 만들어낸 역사의 나라다. 또, 흉측하다던 철골 구조물 에펠탑이 상징물이 된 곳이 아닌가. 이들의 사고를 이해하기보다는 그냥 받아들여보자.
하루이틀 차를 만들던 회사도 아니고 자동차의 역사와 함께한 시트로엥이 이렇게 만든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 시트로엥의 2CV 같은 클래식카 역시 비슷한 구조를 가졌는데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고민을 다시해야한다.
시트로엥의 독특함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근본으로 돌아가보자. 자동차의 근본이다. 왜 만들었는가라는 질문에는 사람이나 짐을 빠르고 쉽게 운반하기 위해서라고 답하는 게 정석이다. 그래서 마차, 화물차는 네모반듯하다. 가장 많은 짐을 싣기 때문이다. 달리는 즐거움이나 효율 혹은 가격 때문에 자동차의 모양은 계속 변화했다. 둥근 디자인도 공기의 저항이 적은 원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시트로엥 C4 칵투스는 둥글둥글한 디자인이다. 그리고 실내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해치백 혹은 SUV의 형태다. 엔진룸을 별도로 분리했을 뿐 나머지 공간은 승객과 화물을 위해 사용한다. 높이는 사람이 타거나 짐을 싣기 편리한 정도. SUV보다 낮고 세단보다 높다. 이런 차를 두고 험로 통과에 적합하지 않은 SUV라고 말하는 것은 트집 잡기고 세단보다 승차감이 떨어진다는 것도 사사로운 시비에 지나지 않는다.
이 차는 꼭 필요한 요소를 담았다. 자동차 백년사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 필요 없는 요소를 빼냈다. 담백하다. 시트는 직물이다. 고급스럽지않다. 요즘에야 가죽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직물은 충분히 좋은 소재다. 반면 손으로 만지는 곳곳에는 가죽을 썼다. 도어 손잡이가 대표적이다.
대시보드는 나무를 깎아 만들었다고 해도 믿어질 법하다. 평평한 디자인에 수납공간은 위로 열린다. 뚜껑이 위로 열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는 인식인데 지금까지 대부분의 차는 아래로 열렸다. 물건들이 쏟아지기 쉬웠고 다리를 쩍~ 벌려야 무엇인가를 넣고 뺄 수 있었다.
계기반은 단촐하다. 80년대 게임기를 보는 느낌이다. 간단하지만 있을 것은 다 있다. 네모난 화면으로 운전자가 접해야할 정보는 한정적이다. 속도, 엔진회전수, 연료, 냉각수온도, 몇 개의 경고등이 전부다. 나머지 정보는 중앙의 화면으로 본다. 오디오, 공조 등의 정보다. 포르쉐처럼 엄청나게 많은 버튼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칵투스는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었다. 평소 운전습관을 돌아보면 자주 사용하는 버튼은 몇 개 안된다.
이 차에서 가장 평범한 부분은 파워트레인이다. 푸조에서 익숙하게 봤던 엔진과 변속기를 사용했다. 100마력이 채 안되는 출력은 수동의 구조를 가진 자동변속기를 통해 바퀴로 전달된다. 유로6의 1.6리터 디젤 엔진과 ETG 6단 자동변속기는 고속도로를 주행하면 리터당 30km를 훌쩍 넘기는 연비를 보여준다. 1750rpm의 낮은 엔진 회전수에서 나오는 최대토크가 이 차의 매력이다. 도심의 주행이나 가속에서 응답이 빨라져 경쾌하게 치고 나간다. 다만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거나 변속 타이밍을 늦춰도 별다른 성능은 나오지 않는다.
평범한 주행성능은 국산차와 비교하자면 르노삼성의 QM3와 비슷하다. 그리 조용하지도 않지만 디젤 소형차가 이정도면 괜찮다. 개인적으로는 좀 더 화려한 색상이나 밝은 색이 어울려보인다. 과감한 디자인답게 과감하고 활발하게 타는 것이 어울리는 차다. 파노라마 루프의 차양막을 손으로 붙인다거나 뒷좌석 창문이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것은 다시 생각해볼 문제다. 어쩌다 한 번 타는 뒷좌석 승객에 대한 배려는 이정도면 충분하다. 또, 충분하다고 주장해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에게 이 차는 적합하다. 다시한번 근본에서 생각해보자. 우리는 그동안 자동차를 어떻게 타고 있었나.
[더 드라이브=dail.lee@thedriv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