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의 파상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벤츠는 국내 SUV 시장에서 트림별 14개 모델의 라인업으로 중무장했는데, 올해들어 지난 10월까지 총 7454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SUV 시장에서만 170.8%의 성장률을 기록한 수치여서 주목된다. 벤츠는 지난 10월 한 달간 605대의 SUV를 판매했는데, 이는 경쟁 브랜드 BMW가 348대를 판매한 것과 대비된다.

벤츠는 이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간다는 전략이다. 벤츠는 최근 GLE 쿠페와 GLS를 추가 투입하며, BMW X5와 포드 익스플로러로 대표되던 수입 SUV 시장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에 들어갔다. 벤츠는 이로써 A클래스 부터 S클래스 급에 해당하는 SUV 풀 라인업 구축을 완료했다.

GL의 후속격으로 개발된 GLS는 S클래스 기반의 플래그십 SUV다. 플래그십 판매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벤츠의 현 상황에 SUV 저변 확대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점을 함께 고려한다면, 이는 호랑이에 날개를 달아주는 상황이 아닐까 싶다.

■ SUV의 S클래스 표방하는 압도적 스케일

GLS의 외관 디자인은, 요 근래 벤츠의 디자인 흐름을 잘 따랐다. SUV 특유의 강인한 인상은 다소 유연한 인상을 보이는 아랫급의 GLE와는 달리 단단하면서도 세련돼 보인다. 소위 ‘아재’들의 취향에 걸맞는 인상을 지녔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전장 5130mm, 전폭 1980mm, 전고 1880mm를 자랑하는 차체는 압도된다. 첫 인상에서 보는 이를 압도하는 기술은 풀사이즈 SUV가 갖춰야 할 미덕 중 하나이기에 마치 내 차인 것인 양 배부르다. 한편으론 실제 이 차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었다면 어디에 주차를 했을 지를 한참 고민할 것 같았다.

외관의 디테일은 전세대 모델인 GL보다 한 층 뛰어나다. 당시 GL은 조금 큰 ML 정도의 느낌이 강했다면, GLS는 GLE와 확연히 차이를 보인다. 독특한 헤드라이트 형상의 디테일은 물론, 특히 범퍼 하단에 덧댄 크롬라인은 전면부에서 고급감을 한층 강화하는 좋은 포인트로 보인다.

GLS는 측 후면에서 바라봤을 때 자신의 매력을 가장 잘 드러낸다. 높게 솟은 루프 라인은 물론, 널찍한 창문과 수직에 가까운 형태로 굵직굵직하게 떨어져 내려가는 라인은 다분히 마초적이고 강인해 보인다. 거친 숨소리를 뱉어내는 AMG 버전이었다면 정말 황홀했을 것 같다.

■ 플래그십에 걸맞는 풍부한 편의사양 ‘눈길’

벤츠는 GLS를 홍보하면서 S클래스라는 키워드를 지속적으로 언급한다. 실제로 GLS는 그에 상응하는 수준의 고급감을 보여준다. 핵심은 실내에서 여실없이 드러난다.

돌출형 디스플레이 이외엔 기존의 디자인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센터페시아 디자인은 처음 접하는 자동차 임에도 원하는 버튼이 어디 있는지 허둥되지 않아도 될 만큼 자연스럽고 편리하다. 버튼 하나를 어디에 배치할지 수십명의 연구원이 고민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인체공학적 분야에서 벤츠는 이미 도가 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열에 앉으면 후석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탑재한 모니터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외부 기기 연결이 가능한 2개의 10인치 디스플레이는 DVD 플레이어, 리모컨, AUX 단자와 헤드폰이 함께 제공된다. 2열 탑승자들이 개별적으로 원화는 화면 시청과 작동이 가능하며, 앞좌석에서 뒷좌석의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제어할 수 있는 점은 플래그십 SUV로써의 강점으로 꼽힌다.

GLS는 3열시트로 구성된 7인승 모델이다. 버튼을 이용해 전자식으로 2열 및 3열 폴딩이 가능하며 2, 3열을 모두 접었을 시 최대 2300리터의 적재 공간이 창출된다. 이는 동급의 유럽 브랜드 중에선 가장 높은 수준이다.

■ 한없이 편안한 주행성능..S클래스 견줄만

트레이닝 아카데미에서 에버랜드까지 향하는 구간은 고속도로와 와인딩 로드가 포함된 시승코스로, 짧은 거리에서 이 차의 다양한 성능을 체험해볼 수 있는 구간이었다.

경부고속도로 초입에선 가고 서는 상황이 반복됐다. 벤츠의 첨단 주행보조 시스템인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플러스(Driving Assistance Package Plus)를 시험해볼 수 있는 좋은 조건이었다.

차간거리 조절 및 스티어링 어시스트를 활성화한 뒤 크루즈컨트롤을 70km에서 작동시켰다. 차선을 이탈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스티어링 휠이 능동적으로 회전하는 상황은 사실상 준 자율주행에 가까웠다.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는 운전자를 대신해 사실상 모든 것을 제어하는 이 차의 비선실세였다. 그러나 일정 시간 스티어링에 손을 떼고 있으면 경고음과 함께 스티어링에 손을 파지할 것을 지시하며, 그에 응하지 않게 될 경우 시스템은 스스로 2선 후퇴한다.

교통 흐름이 어느 정도 원활해져서 시스템을 비활성화 시키고, 본격적인 주행에 돌입했다. 시승한 GLS 350d 4MATIC은 3.0리터 6기통 디젤엔진을 탑재, 최고출력 258마력(3400rpm), 최대토크 63.2kg.m(1600~2400rpm)의 파워를 지닌다. 여기에 9단 자동변속기가 결합된다.

GLS의 파워트레인은 2.6톤에 달하는 이 거구를 끌고 나가기엔 거뜬한 힘을 발휘한다. 다이내믹 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차의 성격에 맞게 느긋함과 부드러움에 포커싱을 맞춘 모양새다.

디젤엔진이란 걸 말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정숙성과 매끄러운 엔진 회전 질감도 매력적이다.

디젤 특유의 덜덜거리는 엔진 소음이 거슬렸던 기존의 벤츠 디젤엔진과는 다르다. 거슬릴만한 잔 진동을 잘 걸러내는 승차감도 플래그십이라 할 만큼 만족스러웠다.

9단 변속기라는 특성 상 몇 번을 아랫 단으로 끌어내려 엑셀러레이터를 끝까지 전개해도 강력한 토크감이 느껴지기 보단 ‘천천히 빠르게’ 속도를 높여 간다. 다이내믹해야 할 상황에서도 정숙하고 편안하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온 와인딩 로드에선 6가지 주행 모드를 지원하는 다이내믹 셀렉트(Dynamic Select)를 스포츠 모드로 옮기고 주행에 임했다. 컴포트 모드 대비 빨라진 엔진 응답성과, 보다 묵직하고 단단해진 스티어링과 서스펜션의 변화는 확실히 체감됐다. 스포츠 주행에 나서기에 덧없이 훌륭한 상황이었지만, 큰 덩치를 이끌고 좁고 굽이진 도로를 주행하기엔 다소 겁이 나는 건 사실이었다.

마음 속에 메트로눔 하나 놓은 듯 긴장을 추스르고 다시 스티어링을 고쳐 밟았다. 높은 무게중심 탓에 휘청일 만도 하건만, 아스팔트를 단단히 구속한 4MATIC은 좀처럼 오버스티어를 허용하지 않았고, 차체가 한껏 기울어있는 상황에도 복원성 발휘 없이 그 자세를 계속 유지하는 탄탄한 기본기는 2.6톤의 덩치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 GLS의 시장 경쟁력은...

국내 시장에서 GLS가 자리한 세그먼트의 경쟁자는 손에 꼽을 정도다. GLS 350d 4MATIC의 가격은 1억2500만원으로, 가격적 측면에선 포르쉐 카이엔, 아우디 Q7 등과 경쟁이 가능하겠으나, 체급 상으로나 구성된 편의사양들로는 인피니티 QX80, 곧 출시될 벤틀리 벤테이가,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등과 경쟁하는 것이 더 마땅해 보인다.

풍부한 편의사양과 플래그십이라 할 만한 주행성능, 넉넉한 공간은 이 차의 최대 미덕이지만, 다양한 선택 폭을 요구하는 한국 소비자들을 위해선 고출력 버전도 추가적으로 도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벤츠는 연내 GLS의 가솔린 버전 GLS 500 4MATIC을 추가 투입해 SUV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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