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만 해도 포스코 신임 임원(상무보)들은 회사에서 제공하는 차량으로 대부분 현대자동차 ‘그랜저 HG’를 골랐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한국GM ‘임팔라’나 르노삼성자동차 ‘SM7’을 탑니다. 그랜저가 선택 대상에서 빠진 탓입니다. ‘국민 기업’ 정서가 강한 포스코에서 사실상 ‘수입차’인 임팔라를 임원 차량으로 선정하는 것은 이례적입니다.

포스코 측은 “그랜저는 연말에나 신형 모델이 나오기 때문에 올해 후보군에서 빠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삼성 등 다른 대기업에서는 여전히 그랜저를 선택 모델로 유지했습니다.

업계에서는 다른 해석이 나옵니다. 포스코가 주요 고객사인 한국GM을 배려한 반면 현대차그룹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이런 얘기가 나오는 배경에는 자동차 강판을 둘러싼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보이지 않는 ‘기(氣) 싸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철강업계에서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고 가격도 비싼 자동차 강판은 대표적인 미래 성장 동력입니다. 그런데 포스코는 현대차나 기아차에 공급하는 자동차 강판 비중이 점차 줄어들자, 한국GM·르노삼성·쌍용차 등 다른 자동차 메이커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실제 포스코 전체 매출에서 현대차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3년 전만 해도 3%선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9%까지 떨어졌습니다. 포스코는 올 들어 자사 제품을 적용한 르노삼성, 쌍용차, 한국GM등의 신차를 서울 포스코센터에 잇따라 전시하며 공동 마케팅에도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임원 차량은 매출도 적지 않지만 상징성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재계에서는 “대기업 임원이나 CEO가 타는 차를 보면 회사 간 역학관계를 알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자신의 업무용 차량을 현대차 에쿠스에서 쌍용차 체어맨으로 바꿨을 때도 뒷말이 무성했습니다. “삼성전자가 필수 옵션으로 넣어달라는 기능을 현대차에서 받아주지 않아서 나온 보복 조치”, “쌍용차에서 반도체 등 삼성 제품을 많이 쓰면서 나온 배려 조치” 등 다양한 해석이 나왔습니다. 포스코가 내년엔 임원 차량으로 어떤 모델을 선택할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홈으로 이동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