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 기업 로고. / 조선일보DB


폴크스바겐이 배출가스 조작 사건 후속 대책으로 내놓은 리콜 계획이 미국에서 ‘퇴짜’를 맞았다. 미국 시장에서의 폴크스바겐의 입지가 좁아져 판매량이 급감한 것과 달리 한국에서는 지난해 폴크스바겐 디젤 차량 판매가 오히려 늘고 있다.

12일(현지시각)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독일 DPA 통신 등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대기자원위원회(CARB)가 폴크스바겐의 디젤 엔진 차량 50만대의 리콜 계획에 ‘퇴짜’를 놓았다. CARB는 폴크스바겐의 계획에 대해 “기술적 평가를 하기에는 정보가 부족하다”며 “전체적으로 차량 성능, 배출가스, 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적절하게 다루지 않았다”고 거부 입장을 나타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도 이날 CARB의 판단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PA는 폴크스바겐이 법규를 준수하고 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이는 ‘승인 가능한’ 리콜 계획을 제출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한편 환경부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지난 6일 제출한 리콜 계획서가 미흡한 부분이 있어 보완을 요구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13일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제출한 리콜 계획서는 일부 기술적 내용이 미비해 14일 보완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출가스 임의조작 사실이 밝혀지면서 폴크스바겐은 미국 시장에서 판매량이 급감했다. 지난해 8월 폴크스바겐 그룹의 미국 자동차 시장 디젤차량 판매 대수는 8688대였다. 그러나 미국 환경보호청이 배출가스 조작 사실을 발표한 지난해 9월에는 4205대, 10월과 11월에도 각각 1879대와 201대로 판매 대수가 줄었다.

디젤차 판매가 줄어들면서 미국 내에서 폴크스바겐 그룹의 전체 판매 실적도 줄었다. 미국의 지난해 4분기 전체 자동차 판매는 441만7000대로 전년 대비 8% 성장했지만, 폴크스바겐은 같은 기간 4% 감소한 15만4000여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한국 자동차 시장의 반응은 달랐다. 폴크스바겐은 조사 중인 모델도 한국 시장에서 판매 중단을 하지 않고 할인 판촉으로 판매량을 크게 늘렸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불법 조작 사건이 발표된 이후 지난해 10월 폴크스바겐 그룹의 국내 디젤 모델 판매 대수는 3111대로 전년 동기보다 9.2% 감소지만 11월에는 7585대를 판매해 전년 같은 기간보다 59.4% 늘었다. 지난해 12월은 5191대를 판매하면서 전년 동월 대비 18.2% 늘어난 판매량을 기록했다. 폴크스바겐 그룹이 한국에서 판매하는 차량 중 80% 이상이 디젤 모델인 점을 감안하면 국내 판매 성장을 디젤 모델이 이끈 셈이다.

지난해 11월 환경부는 폴크스바겐의 배출가스 불법 조작을 확인해 발표하면서 구형 디젤 엔진 탑재 모델만 판매 중단했고, 미국에서 추가로 문제가 발견된 폴크스바겐의 3000cc급 디젤차에 대해 추가 검사해 올해 4월까지 마치기로 했다.

폴크스바겐은 규정 준수를 위해 리콜 대상 차량에 촉매 변환장치를 부착하는 방식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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